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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2.06.13 13:13
  • 호수 1409

[칼럼]김성태 내포교회사연구소 소장
김대건, 조선을 그리다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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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건 신부가 당진 사람이었어?’ 근래 들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솔뫼가 김대건의 탄생지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조차 그곳이 당진 땅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솔뫼성지 방문에 이어 교황청은 2021년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한국천주교회 희년(Year of Jubilee)으로 선포하였고, 유네스코는 ‘기념의 해’로 선정해 경축하였다. 연속된 이슈로 인해 솔뫼와 김대건 신부에 대한 세인의 관심이 제법 높아졌다. 김대건과 솔뫼 그리고 당진의 연관성을 따져보려는 질문은 사람들의 관심을 드러내는 방증일 것이다. 천주교계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상은 이보다 훨씬 높고 오랜 역사를 가졌다. 첫 한국인 신부,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한국을 대표하는 순교성인의 지위는 김대건을 가리키는 영예로운 이력들이다. 

지난해 솔뫼성지에서 개최된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는 기존의 이력이 말하는 김대건 외에 색다른 면모가 소개되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자료가 소개되고, 새로운 시각에서 김대건을 역설하기도 하였다. 신학생 시절 김대건이 프랑스 군함 에리곤호에 승선하여 당시로서는 최첨단의 과학기술과 항해술을 체험한 정황이 항해일지 분석을 통해 조명되었다.

에리곤호의 함장 세실(Cecille)의 통역으로 ‘남경조약’ 조인식 현장을 참관한 사실은 천조(天朝)로 여겼던 중국이 속절없이 무너져가는 광경을 목도한 유일한 조선인이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사건으로 평가되었다. 이처럼 다양하게 익힌 언어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폭넓은 지식과 첨단 지혜를 섭렵해갔다. 최고의 지성이 되어갈수록 가려진 조국의 시야를 열어야 할 소명이 그의 어깨에 지워지고 있었다. 죽음만이 기다리는 고국으로 그가 돌아온 이유였다. 

1845년 조선으로 돌아온 김대건은 조선지도를 여러 차례 손수 그렸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는 그가 그렸다는 지도의 원본과 사본들이 보존되어 있다. 낡은 지도 속에 그의 마음에 숨겨 둔 애틋한 조국애와 해박한 역사·지리적 통찰이 녹아있다.

김대건의 ‘조선전도’에는 조선인의 입에서 나온 땅이름과 섬 이름이 알파벳으로 적혀있다. 자신의 고향 충청도를 ‘Tsongtsengto’로 적었고, 수도를 ‘Seoul’(서울)로 처음 표기했다. 울릉도와 독도는 ‘oulnengtou’와 ‘ousan’으로 적었다. 그의 지도는 신지식을 섭렵한 젊은 조선인의 새로운 도전이었으며, 고국에 대한 애정어린 노고의 산물이었다.

기획전 ‘김대건, 조선을 그리다’는 국제학술심포지엄의 한 연구성과를 말하고 있다. ‘조선전도’는 신지식인 김대건의 삶과 지성이 집약된 언어이기 때문이다. 전시는 크게 세 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졌다. 지식인 김대건을 형성시킨 테마가 각각의 장에 놓여 있다.

첫째 장은 ‘내포를 바라봄’이다. 고향 내포와 솔뫼는 그가 처음으로 접한 우주였다. 넓은 들의 풍요로움과 무섭게 밀려드는 개(바다)에서 대자연에 대한 경외와 신의 섭리를 영혼 깊이 새겼을 것이다.

둘째 장은 ‘세상을 바라봄’이다. 16세의 나이에 서양의 언어와 사상, 과학기술을 익힌 최초의 유학생이 되었고, 청년이 된 조선인은 중국의 패배를 목격하였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새로운 시선에 공감하려는 것이다.

셋째 장은 ‘조선을 바라봄’이다. 목숨을 담보로 조선으로 들어온 김대건이었다. 애정어린 시선으로 고국 땅을 어루만지듯 바라보고 기억하며 그리려 했다. 조선에 대한 경외와 사랑은 그가 태어난 내포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전시의 절정에 이르러 우리는 ‘조선전도’를 마주하게 된다. 조선전도는 당진 사람 김대건이 살아온 역정이며, 신지식인 김대건을 말하는 또 다른 언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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