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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농심(農心)
모처럼 단비 내렸지만 해갈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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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내린 비 고작 16.3mm
“농작물 크기 작고 수확량도 줄어”
삽교호 저수율 50% 이하…제한급수 실시

▲ 고대면에서 가물어 모가 죽어가는 논에 급수차량을 지원했다.

“이렇게 극심한 가뭄은 6년 만에 처음이에요. 예년 같았으면 5월 28일이면 모내기가 끝나는데 올해는 물이 없어 6월 8일에 모내기한 농가도 있다니까요.”

지난 13일 오후 송악읍 가교리, 봄 가뭄으로 밭은 푸석푸석하게 변했고, 논바닥은 거북이 등 껍질처럼 갈라져 있었다. 가뭄 속에 타들어 가는 논과 밭을 바라보는 농민들은 한숨만 푹푹 내쉴 뿐이다.

다행히 지난 14~15일에 그토록 고대하던 반가운 단비가 내렸지만 이틀 동안 당진지역에 내린 비의 양은 고작 16.3mm 수준에 불과했다. 수도권과 강원지역의 경우 30~50mm의 비가 내렸지만 당진을 비롯한 충남 서북부 지역은 강우량이 타 지역보다 특히 적었다. 때문에 마를 대로 마른 논밭의 갈증을 해소하기란 턱없이 부족했다.

차경열 대호지면 적서리 이장은 “그 정도 비로는 택도 없다”며 “논에 물을 계속 대야 하는데 급수가 제한되다 보니 결국 모가 타 죽었다”고 토로했다. 

▲ 가뭄으로 고사한 감자밭

밭농사, 열매 작고 수확량 감소
조영금 송악읍 가교1리 이장은 지난 3월말 비가 내린 후 4월 1일쯤 감자를 심었다. 그 뒤로 감자밭은 비를 제대로 맞은 적이 없다. 가뭄으로 인해 감자잎은 누렇게 타버렸다. 상태가 괜찮은 감자만 수확해도 감자알의 크기가 예년보다 현저히 작다. 

지난 14일 신평면 매산1리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공동농가에서 감자를 수확했다. 박종환 매산1리 이장은 “처음 감자 농사를 지었는데 가뭄으로 인해 감자알의 크기가 상당히 작았다”며 “수확 양이 적어 수확 작업도 빨리 끝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농촌지역은 인력이 없어 수량도 적고 알도 작은 감자마저도 수확하지 못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구마 농사도 가뭄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고대면 장항2리에서 고구마 농사를 짓는 김장환 고구마연구회장은 “호박고구마를 심은 면적 중 30%가 가뭄으로 인해 고사했다”며 “무척 고생해서 심은 고구마인데 비까지 내리지 않아 고구마가 다 타서 죽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비가 잠깐 아주 조금 내린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며 “고구마밭 속까지 물이 스며들지 않아 작물이 더 시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속해서 가뭄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지자체의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모내기한 논에 이끼가 끼어 있다.

논농사, 모내기한 논에 이끼 껴
논농사도 큰 문제다. 천수답은 말할 것도 없고 관정이 있거나 지하수를 사용할 수 있는 지역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조영금 송악읍 가교1리 이장은 “지하수마저 말라서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가교1리의 경우 물이 없어 모내기 적기를 넘긴 6월 8일에 겨우 모내기를 한 농가도 있단다.

뿐만 아니라 모를 심고 나서 중기 제초제를 줘야 하는 시기에는 4~5일 정도는 논이 물에 잠겨야 하지만 요즘과 같이 논바닥이 드러난 상태로는 제초제를 뿌려도 소용이 없다. 심지어 모를 심어놓은 논에 이끼가 껴서 농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농민들은 “제초제를 한 번 더 주기에는 제초제 가격이 부담스럽고, 모에도 지장이 갈 수 있어 농민들의 염려가 더 커지고 있다”며 “우리는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송악읍 가교1리에 위치한 논

  
삽교호 저수율 42.4%
한국농어촌공사 당진지사(이하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비가 내린 이후인 지난 17일 오전 11시 기준 삽교호 저수율은 42.4%로 나타났다.

지난 10일 저수율이 34.6%인 것에 비해 약간 오른 수치다. 농어촌공사는 가뭄 해소를 지난달 27일부터 ‘3일 단수, 4일 급수’의 제한급수를 실시하고 있다. 농어촌공사 측은 “제한급수 실시와 동시에 토사 준설, 임시물막이 설치 등 가뭄 피해가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당진시는 지난달 수립한 가뭄종합대책 추진계획을 기본으로 현재의 강수 현황과 앞으로의 강수 전망 등을 고려해 가뭄 상황관리 및 농업‧생활‧공업 용수 확보 방안 등 분야별 대응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또한 각 읍·면에서도 최근 길어지는 가뭄으로 농사에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당진 정화조 차량을 긴급 요청해 급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충남 서북부지역 2030년대부터 가뭄에 매우 취약”

충남연구원 기후변화 시나리오 가뭄 분석 
“가뭄 선택적 재앙…물복지 차원 정책 필요”

'충남연구원이 2016년 발표한 충청남도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가뭄 분석에 따르면 충남 서북부 지역은 2030년대부터 가뭄에 매우 취약해진다. 특히 1997년부터 2015년까지의 가뭄 현황을 분석한 결과 당진의 연평균 강수량은 충청남도 15개 시·군 평균보다 25mm가 적었다. 보고서에는 “충남은 가뭄의 근본 원인인 강수량 부족이 지속돼 기후변화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뭄이 ‘선택적 재해’임을 인지하고 물복지 차원에서도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가뭄에 대한 인식 전환이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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