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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2.06.25 13:20
  • 호수 1411

[복지칼럼]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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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양희 사회복지법인 평안마을 원장

 

나무가 싱그러운 푸르름을 더해가는 이때 평안마을은 붉은빛을 드러내며 존재감을 나타낸다. 21년 전 어르신들의 평안한 안식처가 되고자 푸르른 산자락 밑에 붉은색 벽돌로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그 시간 속에 기쁜 일들로 행복한 순간을, 슬픈 일들로 힘든 순간을 차곡차곡 쌓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제 우리는 평안마을이 어떤 존재가 되어 그 자리를 지켜야 하는가를 생각해 본다.

어느 날 보호자로부터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오늘도 아버지 침대에 누웠습니다’로 시작되는 아버님 전상서에는 어머님이 18년 전 하늘나라로 가신 후 14년을 혼자 살다가 치매가 찾아와 2년 동안 아버님을 모시고 살았으나, 보호자의 사고로 더 이상 모실 수 없게 되어 평안마을에 모셨고 그로 인해 함께 할 수 없어 죄송스럽고 그립다는 글을 써 어르신께 보낸 것이었다. 이 글을 읽어드리며 아들의 사랑과 그리움이 얼마나 큰지를 알고 안타까우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졌다.

100세 시대

우리나라는 이제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다. 그만큼 어르신 인구에 대한 급격한 증가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다. 고령화가 숙제가 되고 많은 문제들로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여기에서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은 어르신들의 행복이다. 

나이가 들면서 어르신들의 불행 요소는 무엇일까? 경제적인 부분, 건강의 문제는 불행의 요소로 자리할 수 있지만 제일 큰 것은 외로움이라고 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어르신들은 외로움 속에 놓여 있게 된다. 누군가의 다정함을 바라며 누군가의 손길을 기대하고 있다. 그것이 각 가정일로만 여겨져 부양의 의무라는 전통적 효 사상의 굴레 아래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는가? 모시지 못하는 것이 죄스러워 죄책감 속에 살고 있지는 않은가?

장수는 축복인가 저주인가 

누구나 장수는 축복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국민 10명 중 4명은 장수 인생을 축복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로는 부양의 어려움을 들 수 있다. 장수의 삶으로 인해 90세 어르신을 70세 어르신이 부양하는 일명 ‘노노부양’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도 소용이 없다. 신체적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자신을 돌보기도 어려운데 부모님의 수발까지 들어야 하다 보니 끔찍한 사회적 문제가 빚어지기도 한다.

또한 질병에 의한 부양의 어려움도 있다. 치매로 인해 자식으로서 부모님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순간 절망적인 낭패감이란 이루 형언하기 어려울 것이다. 부모님의 기억력이 쇠퇴하고 질환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경우 부양이란 더욱 힘든 일이 되고 있다. 부양은 더 이상 개인,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여야 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작된 지도 15년을 접어들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1~5등급까지 개개인의 증상에 따라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국가가 직접적인 지원을 통해 도움을 주는 제도이다. 

평안마을은 이 제도를 따라 동반자로서의 이념을 바탕으로 가족, 지역사회, 국가가 어르신 부양을 분담하는 시설이다. 동반자의 사전적 의미는 짝이 되어 여러 가지 일을 함께 하는 사람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혼자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르신들을 위해 내 손으로 직접 모시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갖는 보호자 분들을 위해 더욱 맡길 수 있는 섬세한 케어 서비스로 안심할 수 있는 부양을 함께 하고자 한다. 평안마을은 동반자가 되어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함께 치유해 나가며 보호자들과 함께 힘이 되어 그 자리를 지켜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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