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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읍면소식
  • 입력 2022.07.01 22:27
  • 수정 2022.07.01 22:50
  • 호수 1412

야속한 하늘…가뭄 뒤 물폭탄 내려 곳곳에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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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4시간 동안 200mm 이상 폭우 쏟아져
당진천 범람 우려…농경지·상가·도로 침수

물에 잠기고 흙더미에 묻히고 저수지 터져

천재(天災) 아닌 인재(人災)…“대비했어야”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제발 비 좀 내렸으면’ 했던 시민들의 바람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하늘에 구멍 난 듯 쏟아지는 폭우로 당진지역 곳곳이 물에 잠겨 크고 작은 수해가 발생했고, 토사가 쓸려내려와 논과 밭을 덮치는가 하면, 저수지가 터져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틀 동안 정미면에 284mm

지난달 29일과 30일 단 이틀 동안 당진지역에 내린 평균 누적강우량은 226mm로, 특히 정미면에 284mm의 폭우가 쏟아졌다. 고대면에 256mm, 당진시청사 일대에 255mm, 송산면과 당진1동 지역에 241mm의 비가 내렸다. 

특히 이번 비는 29일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 사이에 집중됐다. 불과 4시간 동안 정미면에 203mm의 비가 내렸고, 당진시청 일대에는 187mm, 당진1동에 177mm, 송산면에 171mm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시간당 강우량은 정미면이 29일 밤 11시 무렵에 82mm의 폭우가 내렸고, 다음날 0시가 지나면서는 면천면에 73mm, 합덕읍에 70mm의 비가 내렸다. 이어 새벽 1시 무렵에는 신평면에 68mm, 순성면에 66mm가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이번 장맛비는 강한 바람과 함께 천둥·번개를 동반하면서 원당동에 거주하는 A씨는 “그야말로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내렸다”며 “운전하는데 비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았고, 도로에 물이 차 차선이 안 보일 정도여서 시속 20km로 운전했다”고 말했다.

▲ 내포문화사 앞 도로 하수구에 거름망이 설치돼 있어 배수가 안 돼 일대 상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도로 하수구 거름망 막혀 피해

집중호우로 도로와 농경지 곳곳이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당진천은 수위가 높아지면서 천변 산책로가 완전히 물에 잠기고 교각 상단 부근까지 물이 차올랐다. 시민들은 당진천이 범람해 원도심이 물에 잠겼던 1998년 장마 당시에 일이 재현될까 불안에 떨었다. 

다행히 당진천이 범람하진 않았지만 당진전통시장과 당진중앙교회 일대를 비롯해 읍내동 일부 상가에서 발목까지 물이 차는 등 크고 작은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빗물이 내려가는 도로 하수구에 이물질을 걸러내는 망이 설치돼 있어 배수가 제대로 되지 못해 인근 상가가 침수되는 일이 발생했다. 

읍내동 당진시새마을회관 1층에 위치한 내포문화사와 서룡전기, 그리고 맞은편 있는 태극모터스 등이 이같은 피해를 입었다. 인쇄업체인 내포문화사는 복사기 여러 대와 종이 등이 물에 젖어 피해가 큰 상황이다.

내포문화사 관계자는 “29일 밤 10시부터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새벽 2시 넘어서는 발목까지 물이 차 모든 직원이 새벽에 뛰어나왔다”며 “당시 당진시 공무원이라고 밝힌 사람이 가게 앞 하수구에 거름망을 청소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거름망이 설치돼 있는 줄도 몰랐다”면서 “거름망 설치 후 인근 상가에 알리고, 호우주의보가 발령되면 미리 청소할 수 있도록 했다면 이같은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순성면 봉소리 한 논에 토사가 쓸려내려와 논을 덮쳤다.
▲ 호반서밋 3차 아파트 건설 현장에 물이 가득 찼다.

새벽에 굉음…용연저수지 둑 터져 

뿐만 아니라 당진2동에 위치한 용연저수지가 30일 새벽 1시~1시30분 무렵에 둑이 터져 인근 주민이 대피를 준비하기도 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나무가 유실되고 농경지로 다량의 토사와 물이 유입돼 농작물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용연저수지 둑이 터진 것을 두고 인근 주민은 제때 수문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장에 나간 조상연 당진시의원은 “용연저수지 인근 주민에 따르면 새벽에 폭발음과 같은 굉음을 들었고, 둑이 터진 뒤 물이 거의 다 빠진 상태에서 아침이 거의 다 되어서야 수문을 열었다”면서 “수문 관리만 제대로 잘 됐어도 피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범석 용연2통장은 “수문을 열었는데 나무와 풀에 걸리고 물이 빠지는 곳이 좁아서 결국 둑이 무너졌다”며 “당진시 건설과에서 임시 조치로 포대를 쌓아놓았다”고 말했다. 

▲ 우강면 성원리, 공포리, 원치리 일대의 논이 완전히 물에 잠겼다.
▲ 행정동에 위치한 농경지에 집중호우로 토사가 쓸려내려왔다.

흙더미에 묻힌 농경지 ‘망연자실’

행정동에서도 경사면에 토사가 무너져내려 무더위 속에 애써 키운 농작물이 흙더미에 묻혀버리는 일도 있었다. 행정동 주민 장모 씨는 “그곳에서 농사를 지어온 아버지께서 망연자실해 있는 상태”라며 “어떻게 복구를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전했다. 그는 “당진시에서 피해복구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8년 동안 377억 원의 예산을 들여 조성한 역천생태하천은 이번 집중호우로 하천이 범람하면서 산책로가 물에 잠기고, 잡초와 쓸려내려온 토사 등으로 폐허처럼 변하기도 했다. 지난해 이미 역천생태하천 주변이 배수가 안 돼 비가 내리면 물에 잠기기 일쑤라는 언론보도가 있었지만 해가 바뀌도록 여전히 방치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수백억을 들인 곳이 전혀 관리가 되지 않는다며 예산 낭비를 우려하고 있다. 

이밖에 호반써밋 시그니처 3차 공사 현장도 물에 잠겨 수영장을 방불케 했으며 지역 곳곳에서 토사가 무너져내려 도로로 덮치거나 도로 곳곳이 파손되기도 했다. 

▲ 집중호우로 도로 곳곳이 파손됐다.
▲ 잡초와 쓸려 내려온 잡목들로 가득한 역천생태하천 주차장의 모습

읍·면지역 농경지 곳곳 물에 잠겨

당진동지역 뿐만 아니라 신평면 운정리 일대에서는 정전이 발생했고, 상습침수지역인 순성면 광천리의 한 딸기농원에서는 나무가 뽑혀 쓰러지고 작물이 꺾이는 등 피해를 입었다. 우강면 성원리·공포리·원치리 일대, 순성면 아찬리·나산리 일대, 송악읍 가학리·명산리 들판 등 농경지 곳곳이 물에 잠겼다. 

직접 굴삭기를 운전하며 수해 복구에 나섰던 강도순 순성농협 조합장은 “걱정되는 마음에 일찍 현장에 나와 주변을 돌아봤는데 조합원들이 자주 이용하는 경제사업소 앞이 물난리가 나고 도로로 토사가 흘러내렸다”며 “일정을 모두 연기하고 하루종일 직원들과 현장 복구에 나섰다”고 말했다. 

 

“침수·산사태 피해 등 대비해야”

한편 기상청에서는 올해 장마가 6월말부터 7월초에 많은 비가 내리다가 7월 26일경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7월 말부터 8월 초 사이에 강수가 다소 줄어들었다가 8월 하순에 흔히 ‘가을장마’라고 불리는 2차 우기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여름 강수량은 평년(622.7~790.5mm)과 비슷하지만 대기 불안정 및 평균수온 상승에 따라 국지성 집중호우와 태풍의 발생 빈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은 집중호우로 인해 붕괴 사고나 산사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철저한 대비를 당부했다. 건설현장, 비닐하우스 등의 시설물 파손과 간판 등 낙하물에 의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

특히 집중호우가 예상될 때는 산사태나 토사 유출로 인한 피해를 유의하고 하천변·해안가 등 침수 위험지역 및 산사태 우려 지역에 접근하지 않도록 한다. 비 피해를 막기 위해 기상 특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농경지 주변 배수로 정비나 방제 작업을 미리 하는 등 적극적인 사전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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