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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2.07.11 14:10
  • 호수 1413

[칼럼] 심규상 오마이뉴스 대전충남본부장
과거사 진실 규명과 피해 회복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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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인권침해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시급히 강화해야 합니다.” 
파비앙 살비올리 유엔 진실·정의·배상·재발방지 특별보고관(아래 유엔특별보고관)이 일주일간의 한국방문 일정을 마치며 내놓은 처방전은 ‘시급한 노력 강화’였다. 살비올리 유엔특별보고관은 지난달 8일부터 15일까지 한국을 공식방문했다.

방문 목적은 한국의 과거사 문제와 관련된 정부 부처 관계자와 면담을 하고 피해자·시민단체와 만나는 일이었다.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과거사 청산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고려한 방문이었다. 그가 한국의 대표적인 과거사 현장으로 꼽아 방문한 곳은 선감학원, 대전 골령골 등이었다. 

유엔특별보고관이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몰렸다. 그를 반기는 사람들은 주로 피해자들이었다.  대전 골령골에서는 1950년 6월 말부터 이듬해 초까지 최소 4000여 명에서 많게는 7000여 명의 민간인이 군인과 경찰에 의해 법적 절차 없이 끌려가 집단학살됐다.

북한군이 대전에 내려올 경우 이들에게 동조할 우려가 있다는 막연한 이유가 살해의 이유였다. 유엔특별보관이 대전 골령골을 방문하자 유가족들은 낯선 외국인 앞에서 눈물방울을 떨궜다. 그만큼 풀리지 않는 한이 응어리져 있는 때문이었다.

마침 골령골에서는 희생자 유해발굴이 한창이었다. 한참 동안 구멍 뚫린 두개골과 총알 탄피를 응시하던 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그는 아르헨티나에서 군부독재 시절 군부가 휘둘렀던 민간인 학살과 희생자 유해발굴 현장을 언급하며 “강한 연대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일주일 넘게 한국의 과거사 인권 현안을 둘러본 그는 출국에 앞서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가 모든 과거사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 회복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민주화 이후 과거 인권침해 진상규명과 피해자의 존엄성 회복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지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선 진실규명을 위한 기록(자료) 접근성을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가정보원, 경찰청, 내무부와 같이 인권침해 행위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정부 기관의 문서와 기록 보관소에 대한 접근이 부족해 진실규명 활동이 심각히 위축됐다”고 말했다. 

가해자에게 사법적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가해자를 조사, 기소 및 제재하고 과거 인권침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일은 국가의 의무”라며 “심각한 인권침해 범죄에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피해자가 별도 소송 없이 배상받을 수 있도록 포괄적인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도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모든 희생자에게 사과의 내용, 범위, 형식에 대해 충분한 협의를 거쳐 공식 사과하고, 피해자 존엄성 회복을 위해 피해자 기념사업 추진과 피해자에게 심리·사회적 재활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부분 한국 피해자들이 고령인 점을 고려하면 배상과 명예회복은 급선무”라며 “정부는 시간과 자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폭력에 의한 과거인권침해 사안들에 대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체계적으로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은 2023년 유엔 인권이사회에 이번 방한에 관한 최종 보고서를 제출한다. 특별보고관은 각 국가를 방문해 해당 국가의 과거사 청산 전반을 살핀 뒤 보고서를 발표하고, 피해자들의 권리를 증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국제기준과 권고를 수립하는 데 사용된다.

유엔특별보고관이 내년 9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보고서에 ‘한국정부가 지적한 내용에 대해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여해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했다’는 내용이 담겼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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