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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2.07.18 18:22
  • 호수 1414

[전국언론노동조합 성명] 기획재정부에 묻는다. 지역신문은 졸(卒)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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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지역신문발전기금에 칼을 댔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이하 지발위)가 제출한 2023년 기금 예산안을 삭감한 것이다. 1차 심의가 끝난 현재, 소외계층 구독료 지원, 지역신문 활용교육(NIE)이 포함되는 보조사업 예산의 1/3 가량인 약 10억5000만 원이 깎여나간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에서는 “수혜자가 명확하고 광범위하나 정책효과가 크지 않다”고 한다. 지역언론 종사자와 지역민과 독자들에게 물어보라. 현장에서 체감하는 이 사업들의 정책 호응도가 얼마인지. 기재부의 칼질 탓에 가뜩이나 줄던 지역신문발전기금은 올해 83억 원 수준에서 80억 원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언론 입장에서는 당황스럽다 못해 화가 난다. 지난해 12월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이 상

시법으로 전환된 이후 첫 예산 편성부터 윤석열 정부의 ‘지역언론 패싱’을 지켜봐야 하니 말이다. 걱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인 지난 4월 지역 순회에서 지역언론의 취재를 거부했던 일이 이 정부에서 벌어질 지역언론 홀대의 전조였을까. 

언론노조와 지역언론 종사자들, 지역언론학계, 지역시민사회단체는 2005년 지역신문법 제정 전부터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비롯한 지역 미디어 지원 정책의 안정화와 확대를 요구해왔다. 법 제정 뒤 십수년 투쟁 끝에 얻어낸 특별법의 상시법 전환은 형식적 안정화를 위한 중대한 결실이었고, 최소한의 예산 증액을 통한 실질적 안정화도 기대하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와 기재부의 ‘경로 의존적’ 삭감 타령에 우리의 기대는 한탄과 분노로 바뀌고 있다.

몰라서 그럴까? 지역언론엔 오히려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때다. 이른바 기성 미디어들의 부침 속에서 유사 저널리즘에 의한 ‘가짜뉴스’와 ‘편향적 뉴스’가 판치는 상황이다. 오히려 미디어 지원 예산의 증액이 필요하다. 수많은 정보가 초 단위로 쏟아지는 오늘, 그 중심에서 공론장의 합리적 형태를 유지하고 민주주의를 지킬 유일한 방편은 저널리즘을 구하는 길뿐이다. 지역 저널리즘은 지역언론의 몫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지역언론을 구함으로써만 달성 가능하다. ‘지방방송 꺼라’는 식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지역신문기금을 비롯한 미디어 정책의 효과는 곧바로 가시화되지 않는다. 그 효과는 ‘비가시적’이면서 동시에 ‘거시적’이다. 시민들의 인식과 관련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충분한 예산을 투입해 오래 두고 보아야 효과가 난다. GDP 규모가 한국의 1.6배쯤 되는 프랑스는 매년 한국의 4배 가량 예산을 신문에 지원한다. 핵심은 ‘다양성 존중’이다. 시민들이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의견과 사회에 대한 상(像)을 접하게 만드는 데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공유되고 있기에 가능하다. 

기재부는 새겨들으라. ‘정책효과가 크지 않다’는 근시안적인 평가를 하기 이전에, 시민들의 ‘인식’과 관련되는 미디어의 근본적인 차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재부에 요구한다. 미디어 정책의 ‘느리지만 거대한’ 효과를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정책 기조를 수립하라. 당장 지역신문발전기금부터 복원하라. 2005년 200억 원 규모로 시작한 기금이 70억~80억 원대로 줄어든 지금, 오히려 전향적인 미디어 지원 정책으로 지역 민주주의와 지역 균형 발전의 초석을 마련하라.

국회와 지역의회에도 당부한다. 이른바 ‘서울공화국’에서 지역은 이미 ‘서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시쳇말로 ‘네이버 공화국’의 포털 갑질에 지역언론은 숨이 막히고, 몇몇은 숨통이 끊어질 처지이다. 여야가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로 싸울 동안, 풀뿌리 민주주의가 ‘파뿌리 민주주의’로 산화할 요량이다. 지역여론의 다양성 강화, 공론장을 통한 건전한 풀뿌리 민주주의 안착을 위해 지역언론 예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역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역언론의 정상화와 지원책을 지역언론과 함께 고민하고, 이를 위협하는 힘과 세력에는 단호히 맞서자. 

2022년 7월 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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