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읍면소식
  • 입력 2022.07.22 20:45
  • 수정 2022.10.28 16:57
  • 호수 1415

[우리마을 이야기 8] 신평면 매산2리
황금어장이었던 음섬포구와 깔판포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쪽 끝 반도…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음섬
오지 중에 오지였던 마을이 대표 관광지로
행담도·서해대교 보이는 풍경에 카페 잇따라

대한민국 동쪽 끝에 호미곶이 있다면, 당진의 동쪽 끝에는 음섬이 있다. 바다를 향해 뾰족하게 솟아오른 지형이 지도로 보면 마치 작은 호미곶을 닮았다. 남쪽 방향을 제외하고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곶) 지형이다. 과거엔 오지 중에 오지였지만 최근에는 손에 잡힐 듯 눈앞에 펼쳐진 행담도와 서해대교가 이어진 풍경으로 당진의 명소가 되고 있다. 이곳은 신평면 매산2리다. 

매산2리는 지난 2018년 매산리가 분구돼 행정구역상 새롭게 생긴 마을이다. 음섬과 깔판, 그리고 행담도가 이곳 매산2리에 속한다. 반도(半島)가 ‘반은 섬’이라는 뜻을 담고 있듯 이곳 또한 섬처럼 여겨졌던 것인지 예부터 음도(陰島) 또는 음섬이라 불렸다.

충청도 사투리로 옛 어르신들은 ‘음세미’라고 부르기도 했다. 지명에 대한 또다른 설도 있다. 옛날에 한 선비가 과거시험을 보러 가다 이곳 샘에서 물을 마셨는데, 그 물이 너무나 맑고 좋은데다 선비가 장원급제까지 하게 돼 ‘음새미(음샘이)’라고 불렸다는 것이다. 

가마니 깔아 새우 말리던 ‘깔판’

음섬 이외에 깔판도 매산2리에 속한 자연부락이다. 당진지역 주민들에게도 낯선 깔판포구는 음섬포구와 맷돌포구(부수리) 사이에 위치해 있다.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주변의 다른 포구 어디에도 제대로 된 선착장이 마련돼 있지 않았던 시절, 깔판은 지형적 특성상 가장 많은 어선들이 정박했던 포구였다.

석화산 아래에 위치한 깔판포구에는 모래해변이 넓게 형성돼 있어 어선을 정박하고 이용하기 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60년대 후반 맷돌포구에 선착장이 들어서고 인천행 증기선이 기착하면서 깔판포구를 이용하는 어선들이 서서히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옛날엔 가마니(거적)를 깔아 놓고 바다에서 새우를 잡아다가 말리곤 했는데, 그래서 아마 ‘깔판’이라고 부르지 않았나 싶어. 이 일대 어종이 얼마나 풍부했던지 망둥이부터 꽃게까지 없는 게 없었지. 특히 준치는 이 동네 명물이었어.” (노이섭 전 노인회장)

새우·꽃게·준치 잡히던 황금어장

드넓은 서해바다로 나아가는 관문인 아산만에 위치해 있어 다양한 어종의 산란장이 되었던 음섬포구와 깔판포구는 그야말로 황금어장이었다. 지금은 밭으로 변해버렸지만 염전도 있었고 김 양식장도 운영됐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 만들던 어망도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 썼다. 

“운산에 강댕이골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거기에서만 ‘유둑’이라는 풀이 났어. 거기까지 가서 유둑 중에서도 암유둑 이파리를 따다가 겨우내 새끼를 꽈 한식 전에 그물을 짰지. 배 1대당 사람 8명이 한 조가 돼서 그물을 만들었던 기억이 나. 그땐 지금 같은 어망이나 어구가 없었으니까.” (노이섭 전 노인회장)

이렇게 잡은 새우, 꽃게, 준치, 망둥이, 강다리, 황새기 등 물고기를 잡아다가 합덕장, 기지시장, 신평장, 당진장, 예산고덕장까지 가지고 나가 팔았다. 

음섬·깔판 등 매산2리에 속한 자연부락은 버스도 다니지 않는 오지였다. 당진에 나가려면 몇 십리를 걸어나가 상오리까지 가서 버스를 타야 했다. 장에 나가는 날에는 새벽부터 집을 나서야 했다. 말린 새우를 가득 실은 지게를 지고 30리 길을 걸어 우강면 부장리 남원포구까지 갔다. 

1970년대 제일농장 방조제가 막히면서 바다는 들로 변했고, 매산리 주민들도 농사를 짓게 됐다. 정성영 이장은 “제일농장 방조제와 삽교호방조제 등으로 바다가 막히면서 조류 흐름이 변했고, 많이 잡히던 어종도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노이섭 전 노인회장은 “농사 짓는다고 농약을 많이 쓰다보니 명물(준치)이 다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삼면이 바다라서 오지 중에 오지였지. 하지만 서해대교가 생기고 난 뒤에는 당진에 여느 다른 지역보다 많이 발전했어요. 관광오는 사람들이 엄청 나다니까.” (김인수 노인회장)

정성영 이장은 “과거와 달리 지금의 매산2리는 당진에 들어오는 관문”이라며 “당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생활 수준과 여건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은 있다.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동네가 됐지만 여전히 도로는 협소하고 포장되지 않은 길도 있다. 정 이장은 “매산2리 해안가 일대에 멋진 카페가 많아 주말에는 수천 대의 차량이 마을을 드나드는데 길이 마땅치 않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음섬포구 항만친수시설 조성 기대 

한편 최근에는 마을회관을 새롭게 지어 개소식을 진행했다. 2018년 마을이 분구된 이후 마땅한 마을회관 및 경로당 없이 지내왔던 주민들은 여느 마을회관보다 멋지게 지어진 친환경적인 공간에서 함께 식사도 하고 대화도 나누면서 매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마을회관을 짓기까지 많은 지역을 답사하고 벤치마킹하며 주민들이 원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끊임없이 소통했다고. <본지 제1414호 ‘주민 의견 반영한 마을회관 개소’ 기사 참조>

김인수 노인회장은 “주민들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며 “환경도 보다 나아져서 살기 좋은 마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주민들은 음섬포구 일대에 들어설 12만 평 규모의 항만친수시설 조성을 기대하고 있다. 당진항만친수시설은 음섬포구 일대 39만8000㎡에 해양공원 등 친수공간을 조성하는 것으로, 지난해 12월 제4차 해양수산부 전국 항만기본계획에 고시된 바 있다. 

“매산2리 인구가 늘고 지역이 발전하는 만큼 주민들과의 소통과 화합, 단합된 힘이 더욱 중요한 것 같아요. 관광산업이 활성화 되고 편의시설도 들어섰으면 합니다.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지역에서 농업·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을 위해 배수펌프장이 설치됐으면 좋겠어요. 배수 문제로 지난 집중호우에 농경지가 침수되고 장어 양식장에 큰 손실이 발생했어요. 주민들이 걱정 없이 농사 짓고 고기 잡으면서 살 수 있는 마을이 됐으면 합니다.” (정성영 이장) 

<편집자주>
당진시에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없어진 마을이나 없어질 위기에 처한 마을, 또한 자연마을 중에서도 농촌 고령화로 인해 전통의 맥이 끊길 상황에 놓여 있는 마을이 있다. 본지에서는 마을의 전설과 옛 지명, 보호수를 비롯한 자연환경, 열녀문·효자비 등 다양한 마을의 이야기와 마을이 가진 자원을 발굴함으로써 지역주민들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마을의 이야기를 기사와 영상으로 담아낼 계획이다. 해당 기사는 유튜브 '당진방송' 채널을 통해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해당 기사는 유튜브 ‘당진방송’ 채널을 통해 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