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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2.07.29 21:58
  • 호수 1416

[칼럼] 박향주 로컬에디터 (읍내동 거주)
당진에 ‘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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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에서 지낸지 14개월 차, 생소함보다는 익숙함을 누리고 있다. 여기서 ‘익숙함’이란 생각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사람들과의 연’이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꽤 심한 길치라 내비게이션 없이는 어디 찾아갈 줄 모르는데, 이젠 목적지를 설정하지 않아도 갈 수 있는 곳이 늘어났다. 길이든 마음이든 오고 가는 횟수가 많아지면 안정감이 찾아든다.

드넓은 논밭과, 사이사이 균일하게 자리 잡은 하우스, 도로 옆 과일 판매하는 작은 컨테이너와 ‘수박’, ‘딸기’, ‘멜론’ 같은 직관적인 간판, 마을을 오고 갈 때 만나는 마을회관과, 각 면·리의 이름을 딴 농협마트와 공판장, 천천히 유유히 내 앞을 지나가는 트랙터와 경운기까지. 나와 무관하다 생각했던 모든 것에 눈길이 간다. 시선이 닿은 곳에는 손길도 발길도 닿게 되고 결국 그곳을 일구는 농부도 만나게 된다.

“어디세요? 지나가는 길인데 계시나 싶어서 연락드렸죠.”

원래 애교는 없고 넉살이 좀 있는 편인데 농촌에 오니 예쁨받는 지름길이 되었다. 뼛속에 탑재되어 있는 구수함이 도심에서는 애노인네로 불리는 지름길이었는데, 시골에서는 더 발전시켜야 할 자기계발의 영역이 되었다.

그동안 약속이라 함은 만나는 목적이 명확한 가운데 시간과 장소를 정했기 때문에 먼저 불쑥 연락드린다거나 찾아가는 것을 민폐라고만 생각했다. 아직 연락을 쉽게 하지는 못하지만 작년보다는 전화 버튼을 누르고 “어디세요?” 묻는 행동이 잦아졌다. 그렇게 목소리 한 번 더 듣고 시간이 맞아 얼굴 한 번 더 보고 대화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매력적인 농촌이다.

2021년 6월 ‘농촌에서 먼저 살아보기’ 참가자로 도심을 떠나 당진에서 첫 시골살이를 맛봤다. ‘로컬에디터’로 자연을 생각하며 농사짓는 농부를 인터뷰하고 콘텐츠를 작성하면서 ‘농부 친구’를 많이 사귀는 것이 삶의 목표 중 하나로 쓰였다.

그리고 이 매력적인 농촌과 농부의 이야기를 말랑말랑하고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다. 때론 무모한 삽질을 시작한 게 아닐까 싶은 날도 있지만 ‘농부를 만나러 가는 길, 마주 보고 대화하는 순간,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충만함과 가능성만이 가득하다.

혈연·학연·지연 다 있는 35년의 도심살이보다 1년 갓 넘은 당진에서의 농촌살이가 더 살갑다. 함께 한다고는 하지만 도심은 각자도생의 표본이고, 농촌은 개인의 구획이 명확하지만 더불어 사는 것이 당연한 곳이다. 도심보다 집과 집 사이 간격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함께 사는 사람처럼 가깝다. 아직 귀촌 전이지만 농촌을 오가며 농부와 이곳을 터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언어를 배우고 체득하는 중이다.

‘연고가 없는 당진에서 한 해를 무탈히 넘긴 것이 대단하다’ 말해주시는 분들이 있다. 정말 대단한 것은 그 말을 해주신 분들과 ‘인연’이 된 것이다. 문득 ‘연고(緣故)’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고 싶었다.

혈연·지연 등의 관계, 어떤 인연(因緣)으로 맺어진 관계(關係). 기존 혈연·지연은 아니지만,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었고 ‘농촌에 애정을 갖고 만나 인연 맺은 관계’를 소중하게 쌓아가고 있다. 이제 나도 당진에 ‘연고’가 있다. 앞으로의 1년도 잘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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