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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12 20:26
  • 수정 2022.10.28 17:24
  • 호수 1472

[우리 이웃의 밥줄 이야기 8]
SK에너지 임상묵와 동부종합가스 김충희 대표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가스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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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당진시가스협회 창립…현재 25개 업체 소속
도시가스 들어가지 않는 곳에 LPG 배달 등 이어와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곳에는 LPG가스를 사용한다. 가스가 떨어졌단 연락을 받으면 그 무거운 통을 이고 가스를 배달한다. 위험한 가스를 다루고 무거운 가스통을 들어야 하기에 한 번 배달을 마치면 땀으로 흠뻑 젖는다.

그래도 보면 순간순간 마주하는 기쁨들이 있다. 더 자세히 이웃을 들여다 보게 되고, 따뜻한 온기까지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35년째 LPG가스를 공급하고 있는 임상묵 SK에너지 대표와 10여 년째 가스업에 종사해 온 김충희 동부종합가스 대표를 만났다.

 

“일하면서 공익성 느껴요”

김충희 대표는 오랫동안 일본에 의류를 수출해 왔다. 하지만 옷을 납품하는 업체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해 사업을 접어야 했다. 막다른 길에서 실의를 느끼고 있을 때 가스 공급을 하던 지인이 이 일을 권유했다. 하지만 처음엔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보통 가스 일을 3D업종이라고 표현하고, 겉으로만 봤을 때도 무척 힘들어 보여 고민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하면 할수록 이 일에 공익성을 느끼게 됐다고. 김 대표는 “특히 지난 2년 전 당진에 와서 협회에 속해 활동하며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농촌, 외곽 지역에 LPG가스를 전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밤낮, 새벽 없이 일해”

LPG 가스 업체에서는 가스 배달과 함께 안전관리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자동화가 되어 남은 가스 잔량 확인과 원격 검침이 가능하지만, 아직도 직접 검침을 하고 주기적으로 안전관리를 하며 각종 민원‧신고가 들어오면 출동한다. 날이 습해 하수구에서 냄새가 올라오는 것을 가스 냄새와 오인해 신고하는 일도 빈번하다. 

임상묵 대표는 “대부분 가스 냄새가 난다는 신고는 99%가 오인 신고”라며 “하지만 늦은 밤이나 새벽에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항상 출동한다”고 말했다. 또 승강기가 없는 건물은 40kg이 넘는 가스통을 이고 4~5층까지 올라가야 하고, 차가 가기 힘든 시골길도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통을 떨어트리거나 넘어져 다치는 일도 예사다. 또 많으면 하루에 200km 이상 차로 오가며 가스 배달하는 일도 빈번하다고. 

“옷을 아무리 깔끔하게 입었어도 한 번 가스 배달하고 오면 옷이 새까매지고 땀으로 가득해요. 가스통을 매고 다니니 그런 것이죠. 가스통을 놓쳐 발가락·손가락이 절단되는 사례도 많고요. 위험하죠. 아침 일찍 출근해 늦은 밤까지 일하고 또 주말에도 배달해야 해요.”

 

“이웃과 가까이 만나는 일”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그 속에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임상묵 대표가 일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안양의 한 달동네로 가스 배달을 했던 적이 있다. 아이들이 있는 집인데도 연탄은 물론 먹을 음식조차 없는 것이 안타까워 쌀과 연탄을 전달했단다. 그리고 어느 날 어김없이 가스 배달을 하고 새까매진 모습으로 길을 가던 중, 쌀과 연탄을 전해줬던 집의 아이들이 임 대표를 알아보고 인사했다.

그는 “겉모습이 지저분한데도 아이들이 알아보고 인사해준 것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며 “가스업을 하니 어려운 집을 많이 보게 되고, 가능하면 도움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진 오기 전 예산에서 가스업을 할 때 봉사단체인 예산의 향기를 발족해 각종 봉사에도 노력해 왔으며, 현재 당진에서는 당진시가스협회를 2019년에 창립하고 회원들과 함께 재능기부 및 장학금 전달을 이어오고 있다.

“당진에 새로 SK에너지를 차리고 주변에 알리지도 않았는데 도움을 받았던 분들이 오셔서 축하도 해주시고, 사무실에 김치가 없다며 가져오시기도 했어요. 종종 도움받은 아이들이 처음으로 탄 월급으로 양복도 사주고 때론 안전화나 건강식품을 선물해주기도 해요. 뭔가를 바라서 한 일은 아니지만 이런 것을 보면 뿌듯해요.”

 

“LPG 가스 지원 필요”

한편 도시가스와 달리 LPG 등의 가스에는 지원이 적은 것이 안타깝다고 두 사람은 말했다. 김 대표는 “도시가스 공급은 보통 도심에서 이뤄진다”며 “LPG 가스를 사용하는 곳은 보통 시골에서 살거나 외곽 지역에 거주하는 약자들”이라고 말했다.

아직 도시가스가 들어가지 않는 곳에 소형 LPG 가스탱크를 설치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지원한다면 가스비 절감에도 효과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임상묵 대표는 “공주는 노후 빌라에 LPG 가스, 부여에서는 소형 탱크 설치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며 “힘 있는 곳에만 예산이 편성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도시가스나 전력은 국가에서 관리하지만 LPG 가스는 수입 가격에 따라 변동돼요. 앞으로 LPG 가스 가격이 오르면 도시가스 가격과 차이가 나서 사용하는 이들의 격차도 커지게 돼요. 정말 어려운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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