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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2.08.26 20:46
  • 호수 1419

[칼럼] 김진숙 진보당 당진시위원장
우리는 행복한 제빵사가 만드는 빵을 먹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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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아침 출근길이나,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면서 제과점에서 나는 고소한 빵 냄새를 맡았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갓 구운 빵에서 나는 냄새를 맡으며 행복해하고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빵을 상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누가 어떻게 이 빵을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 빵을 만드는 제빵기사가 피와 눈물로 빵을 만들고 있다고 하면 우리는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을까요? 

SPC 그룹의 제빵기사들은 매장에 가장 먼저 출근해서 새벽부터 빵을 만들지만 정작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빵을 만들어야 합니다. SPC 매장은 근로시간이 길고 휴식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사를 해보니 제빵기사의 23.3%는 점심 식사를 아예 먹지 않는다고 했고, 42%는 휴게공간도 탈의실도 없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구나 빵을 만드는 과정은 무거운 설탕이나 밀가루를 들어야 해서 근력이 필요한데, 이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다 보니 근골격계 질환을 피해 가기 어렵습니다. 

SPC 그룹에서 일하는 제빵기사의 80%는 여성입니다. 하지만 여성 노동자들의 모성권과 건강권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파리바게뜨 여성 노동자의 연간 유산율이 50%로, 여성 직장인 연간 유산율의 두 배가 넘고, 자유로운 태아 검진 또한 불가능한 경우가 90%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임산부가 야간근로, 휴일근로, 시간 외 근로를 하는 등 법률도 위반하고 있었습니다. 한 사회에서 당연히 함께 나눠야 할 모성보호의 책무는 SPC 그룹에서는 잘 지켜지고 있지 않는 것입니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이 혹사당하는 배경에는 기형적인 고용 형태가 있습니다. 파리바게뜨는 지난 2017년 5000명이 넘는 노동자를 불법적인 형태로 고용하고 110억 상당의 임금을 체불한 것이 드러나 사회적으로 공분을 샀습니다. 대다수 청년 노동자들인 제빵기사들을 불법적인 형태로 고용해 저임금과 나쁜 노동조건으로 근무시켰기 때문입니다. 

고용노동부가 사법 처벌하겠다고 나서자 파리바게뜨는 불법파견을 사과하고 정부, 정당, 시민사회와 노동조합에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사회적 합의’라는 약속을 했습니다.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수백억의 과태료를 감면받는 대신 3년 이내에 합의를 이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2018년에 맺어진 합의는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파리바게뜨의 여성 노동자가 사회적 합의안 이행을 요구하며 올해 3월 28일부터 5월 19일까지 단식투쟁을 한 데 이어 지난달 4일부터 또 다른 4명의 여성 노동자가 무기한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시민들은 싸우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을 응원하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SPC 그룹이 사회적 합의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SPC 그룹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들이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며 맛있는 제과와 제빵을 만들어주시는 때가 오기를 바랍니다. 하루빨리 제빵기사들의 눈물과 고통이 담긴 빵이 아니라, 웃음과 행복함이 담긴 빵을 마음껏 먹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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