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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 입력 2022.09.08 18:49
  • 호수 1421

[르포] 물가 고공행진…당진지역의 상황은?
서민 장바구니 ‘빨간불’…무섭게 오른 생활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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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한 포기에 1만5000원…채솟값 급등
‘고공행진’ 외식물가 30년 만에 최고치
하락세 꺾인 유류가…겨울 앞두고 급등 가능성
다음달 전기·가스요금 2300원 이상 올라

▲ 추석 명절을 앞둔 지난 8일 당진전통시장의 모습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물가에 서민들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다음달부터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되고, 내년에는 건강보험료도 오를 전망이라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3고 현상(高환율·高물가·高금리)에 결국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으로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금(金)추’된 배추

지난 5일 당진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배추 한 포기 가격이 1만5000원으로, 전주보다 3000원이나 뛰었다. 같은 날 전통시장에서도 1만4000원으로 전주보다 5500원, 롯데마트는 6990원으로 전주보다 2500원이 올랐다.

115년 만의 폭우와 이른 폭염 등의 여파로 채소와 과일 가격이 크게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체 채소류 가격은 1년 전보다 27.9% 올랐다. 2020년 9월 31.8%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게다가 추석 수요가 더해지면서 지난해보다 배추, 시금치, 당근, 콩나물, 감자, 오이, 무, 양파 등 채소 가격이 더욱 뛰었다. 

소비자교육중앙회 당진시지회(지회장 곽민서)가 조사하는 소비자 물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시금치 한 단(100g)은 최고 3240원에서 올해 6990원으로, 당근(1kg)은 지난해 4290원에서 올해 5900원으로, 감자(1kg)는 지난해 3990원에서 올해 5900원으로, 양파(1kg)는 지난해 2200원에서 올해 3060원으로 올랐다.

당진 전통시장 내 자리한 해미야채 대표는 “채소 가격이 지난해보다 배 이상 높다”며 “시금치와 열무 등 농산물 가격이 비싸니까 손님들의 구매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장사가 통 안돼 재고를 다듬으며 시간을 보낸다”고 토로했다. 

읍내동 전주식당 대표는 “아침마다 시장에서 장을 보는데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채소값이 급등했다”라며 “미나리 가격이 비싸서 손님들이 ‘미나리 좀 더 달라’고 하면 ‘차라리 조기 한 마리를 더주겠다’라고 말할 정도”라고 전했다.

정육도 마찬가지다. 높아진 육류 가격에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신평면 금천리에 자리한 정육가공식품점 돈세지 대표는 “그동안 국내산 육류 가격도 올랐지만 수입산도 만만치 않게 가격이 상승했다”며 “사료 단가가 상승하면서 고기값도 올랐다”고 설명했다. 

신평면 거산리에 위치한 믿음축산 대표도 “추석 명절을 얼마 안 남겨두고 있어서 육류 가격이 더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며 “가격이 상승하면서 고객들의 육류 구매 횟수가 주에 1~2회 정도로 감소하고, 구입 단가도 절반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서민 체감 물가 부담 커”

지역에서 판매되는 가공식품 및 공산품의 가격도 1년 전에 비해 가격이 상승했다. 지난해 9월 초 밀가루 중력분 1포(2.5kg)의 경우 최고 3700원이었던 반면 올해에는 최고 4600원으로 900원(24.3%)이 상승했다. 설탕은 1봉지(1kg)의 경우 지난해 1880원에서 올해 2300원으로 420원(22.3%)이 올랐으며, 참기름(320ml)은 7500원에서 8800원으로 1300원(17.3%)이나 상승했다. 

소주와 맥주 가격 역시 지난해보다 약 100원~200원 가량 올랐다. 서민의 대표적 먹거리인 라면(봉지)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농심은 오는 15일부터 라면의 출고 가격을 평균 11.3% 인상할 예정이며, 팔도 역시 다음 달 1일부로 12개 라면 품목의 가격을 평균 9.8%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곽민서 소비자교육중앙회 당진시지회장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채소는 물론 공산품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며 “시민들이 체감하는 생활물가가 매우 올라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송악읍 반촌리에 거주하는 주부 박지현 씨는 “마트에서 장을 보면 비싸지 않은 물건들이 없다”며 “조금만 장을 봐도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물티슈·휴지·세제 등 생필품 가격이 비싸니까 인터넷으로 저렴하게 구입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지가 상승에 따른 세 부담에 물가까지 오르면서 지역상점 구매보다 인터넷 구매가 활성화될 경우 지역경제 붕괴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갈비탕 1만5000원 시대

식자재와 가공식품 및 공산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연쇄작용으로 외식물가도 오르고 있다. 당진지역 소비자 물가조사에 따르면 설렁탕의 경우 지난해 8000원이었으나 올해 1만2000원으로 50%(4000원)나 증가했다. 또한 냉면은 7000원에서 9000원으로 28.5%, 갈비탕은 1만1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36.3%, 생선초밥은 1만3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23%나 껑충 뛰었다. 

외식 메뉴에서 빠질 수 없는 자장면은 5000원에서 6000원으로 20%, 햄버거는 3800원에서 4100원으로 7.8%, 피자는 8000원에서 9000원으로 12.5%, 삼겹살(200g)은 1만3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15.3%, 소고기(등심 150g)는 3만5000원에서 4만 원으로 14.2% 증가했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8월 소비자 물가동향’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외식물가 상승률은 8.8%로, 1992년 10월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식 가격에 영향을 주는 식재료비와 인건비, 공과금이 모두 오른 탓이다. 여기에 외식 수요가 늘어나는 연말이 되면 가격이 추가로 뛸 공산이 크다.

백미자 소비자교육중앙회 당진시지회 총무는 “소비자물가를 조사할 때마다 음식점 가격이 1000원씩 인상되는 등 외식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면천면 성상리에서 한식 전문점 뜨락을 운영하는 송정오 대표는 “식자재값이 너무 오르면서 음식 가격을 1000원씩 인상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당진 전통시장 골목에서 장터순대국밥을 운영하는 장명식 대표 또한 “요리하는 데 가스불은 필수적이기 때문에 식당을 운영하면서 드는 한 달 가스비도 만만치 않다”고 호소했다. 이은숙 장수골 대표는 “음식값을 올리고 싶지 않아도 농산물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찬바람 불자 기름값 들썩

기름값의 하락세가 꺾이고 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율 확대 등으로 하향 그래프를 그리던 기름값이 최근 국제유가가 등락을 거듭하면서 보합세를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겨울을 앞두고 난방용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유가가 또다시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리터당 휘발유 충남 평균가격은 1745원까지 하락했다가 지난 3일까지 조금씩 올라 지난 7일까지 전국 1741원, 충남은 1751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경유 가격 상승폭은 휘발유보다 컸다. 지난달 26일 리터당 경유 충남 평균가격은 1847원까지 하락했다가 지난 7일까지 충남 1860원으로 상승했다.

이종남 ㈜삼도로지스틱 대표는 “기름값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와닿지 않는다”라며 “특히나 대형 화물차 등을 운전하는 운송업자들은 경유를 사용하는데,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싸게 판매되는 ‘가격 역전’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어렵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기름값은 비싼데다 지역에서는 경기 자체가 침체됐고 예전보다 화물·운송업 수요도 많이 줄면서 갈수록 화물·운송 업계 부담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엔 건강보험료도 인상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한국전력은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을 1kWh(킬로와트시)당 4.9원 인상할 예정이다. 기준연료비가 4.9원 상승하면 4인 가구 전기요금 부담은 월 평균 전력 사용량(307kWh)을 기준으로 한 달에 약 1504원(부가세 및 전력기반기금 제외) 오르게 된다.

가스요금도 정산단가가 MJ(메가줄)당 1.9원에서 2.3원으로 인상될 예정으로, 4인 가구 기준(월 평균 사용량 2000MJ 기준)으로 약 800원의 요금 부담이 예상된다.

내년 건강보험료율은 올해보다 1.49% 인상된다. 직장가입자 평균 월 보험료는 올해 7월 기준 14만 4643원에서 내년 14만 6712원으로 2069원 인상되고,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점수당 금액도 205.3원에서 208.4원으로 인상된다. 지역가입자 세대(가구)당 평균 보험료는 현재 10만 5843원에서 내년 10만 7441원으로 1598원 인상된다.

고환율에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등

치솟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지난 7일 원달러 환율이 1380원대를 돌파해 1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고(高) 환율이 이어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통 물가가 상승하면 정부에서는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다”며 “금리 인상기를 맞아 금융권에서는 예금·적금 금리를 인상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다른 투자 방법보다 안전한 예금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가 오르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고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소비·투자가 위축되는 등 실물경제가 둔화될 수 있다”며 “고환율이 고물가·고금리를 부르고 무역수지 등 대외지표에도 악영향을 미치면서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어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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