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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업
  • 입력 2022.09.23 20:41
  • 수정 2022.09.23 21:39
  • 호수 1423

45년 만에 쌀값 최대 폭락…들끓는 농심(農心)
자식같이 키운 벼 갈아엎은 농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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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값만도 못한 쌀값…밥 한 공기 300원 보장하라”
농민회·쌀생자협회·여성농민회 투쟁선포식 개최

▲ 농민들이 45년 만에 쌀값이 최대로 폭락했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가운데, 당진지역 농민이 쌀값 폭락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투쟁선포식을 개최했다.

벼 수확을 앞둔 시기에 누렇게 물들어 가는 논에서는 콤바인 소리가 아닌 트랙터 소리로 요란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당진시농민회(회장 김희봉), 전국쌀생산자협회 당진시지부(지부장 황선학), 당진시여성농민회(회장 한윤숙)가 쌀값 폭락에 항의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논을 갈아엎고 투쟁선포식을 개최했다.  

“밥 한 공기 206원꼴”

식품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지만 쌀값은 45년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5일 기준 20kg 한 포대당 쌀 가격은 5만4758원이다. 하지만 올해 쌀 가격은 4만1185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8%나 떨어졌다. 농민들은 “밥 한 공기(100g) 중 농민에게 돌아가는 비용은 206원에 불과하다”며 “치솟는 물가에 쌀값은 크게 폭락했다”면서 고통을 호소했다.

당진시농민회에서는 쌀값 폭락의 원인으로 수입쌀을 지목했다. 김희봉 농민회장은 “올해 쌀 생산량이 크게 많아지거나 쌀 소비가 현저히 줄어서라기보다, 값싼 외국쌀을 무분별하게 수입하면서 쌀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표적인 쌀 수출국이었던 필리핀이 현재는 쌀 수입국이 된 것처럼 이러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대한민국도 언젠가 쌀 수입국으로 전락하고 식량안보를 크게 위협받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날 농민들은 “쌀 수입을 중단하고 정부 수매를 확대해야 한다”면서 “농민들이 제안한 농정 요구안을 수용하고 즉각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 지난 21일 농민들이 쌀값 폭락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벼 수확을 앞둔 논을 갈아엎었다.

눈물 머금고 논 갈아엎어

지난 21일 순성면 봉소리에 위치한 한 농경지에 농민들과 시민사회단체 등 100여 명이 집결했다. 이날 농민들은 며칠 후면 수확할 누렇게 여문 벼를 트랙터로 갈아 엎었다. 500평 규모의 논을 갈아 엎는데에는 채 20분도 걸리지 않았다. 지난 여름 집중호우와 태풍도 견뎌냈던 벼는 커다란 바퀴에 짓눌렸고 진흙 속에 파묻혔다. 이날 현장을 지켜본 일부 농민들은 가슴 아파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자식처럼 키운 벼를 직접 갈아엎은 임종금 당진시농민회 순성면지회장은 “원래 콩을 심는 밭이었는데 모터로 물을 끌어올려 벼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지로 개간했다”며 “이렇게 공들인 농지에서 애지중지 키운 벼를 내 손으로 갈아엎게 된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농민들의 쌀값 보장 투쟁에 대해 △당진YMCA △당진참여연대 △당진참교육학부모회 △환경참여연대 △내기후 △당진여성네트워크 △당진어울림여성회 △당진풀뿌리여성연대 △민주노총당진시위원회 △당진시동학농민혁명 승전목기념사업회 △당진문화연대 △소들섬을 사랑하는 사람들 △진보당 당진시위원회 △현대제철가곡리대책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해 연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 김희봉 당진시농민회장이 김지환 당진시장 비서실장과 김덕주 당진시의회 의장, 채성우 국회의원 비서관에게 10대 요구안을 전달했다.

당진시·의회에 10대 요구안 전달

논을 갈아엎은 뒤 농민들은 구호가 적힌 깃발과 팻말을 트럭에 매달고 순성부터 시청까지 길게 차량 행진을 이어갔다. 70대 넘는 차량이 당진시청 정문 주변으로 집결했다. 

이근영 당진시농민회 차장은 결의문을 통해 “비료값·유류값·인건비 등 각종 농자재 비용은 모두 올랐지만, 쌀값은 계속 추락하고 있다”며 “농사를 지을수록 적자만 떠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쌀이 남아돈다면서 해마다 정부는 40만 톤 넘게 쌀을 수입하고 있다”며 “농민은 벼랑 끝에 내몰렸는데 정부와 국회, 충남도와 당진시에서는 아무런 대안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 이후 김희봉 당진시농민회장은 김지환 당진시장 비서실장과 김덕주 당진시의회 의장, 채성우 국회의원 비서관에게 10대 요구안을 전달했다.

<10대 요구안>

-. 2021년산 재고미 전략 시장격리, 2022년산 비축미 확대 조기 발표하고 밥 한 공기 300원 보장

-. 자동시장격리의무화 명시한 양곡관리법 개정 요구

-. 중앙정부에 연간 40민 8700톤씩 수입하는 저율관세 쌀 수입정책(TRQ) 폐기 건의

-. 기후위기 식량위기에 대비한 비상식량 쌀 180만 톤 비축

-. 면세유 가격 상승분 50%, 영농자재구입비 50% 지원

-. 농촌인력 종합지원센터 설치

-. 쌀값 폭락, 생산비 폭등, 공공요금 폭등, 염해피해 및 장마 침수 피해 등 준재난 상태에 처한 농민에게 긴급 생활지원금 500만 원 지급

-. 전국 최대 쌀 생산지 당진시는 쌀 브랜드화와 판매 대책을 농민 대표와 함께 수립할 것

-. 농민수당 지원에 관란 조례를 개정해 월 10만 원 지급

-. 당진 농수산물의 안전성 보장을 위해 당진지역 공장과 인근 대산공단으로부터 배출되는 오염원별 오염물질에 대한 토양, 수질, 대기오염 지표조사 즉각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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