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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07 20:13
  • 수정 2022.10.28 17:28
  • 호수 1425

[우리 이웃의 밥줄 이야기 11]
hy(옛 한국야쿠르트) 당진점 강수만 프레시 매니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아침을 여는 요구르트 배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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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 전문점 접고 요구르트 배달한 지 20여 년
구터미널에서 안내원 역할로 인기 한 몸에 받기도

<편집자주>

다양한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편견에 사로잡혔던 시선을 바꿔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기획취재 <우리 이웃의 밥줄 이야기>는 지역에 사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이들의 삶의 애환과 따뜻한 인간애를 당진시대 기사와 유튜브 영상을 통해 전할 계획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해당인터뷰는 ‘당진방송’ 채널을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을 여는 사람이 있다. 지금은 ‘hy’로 이름이 바뀐 한국야쿠르트의 프레시 매니저 강수만(66·수청동) 씨다. 10년 넘게 당진 구터미널에 있는 농협 앞에서 야쿠르트 판매를 할 때는 할머니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지금은 당진시청에서 요쿠르트와 함께 장 건강을 책임지는 음료를 판매·배달하고 있다. 벌써 그가 이 일을 한 지도 20여 년이 지났다. 정년이 없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계속 하고 싶다는 강수만 씨를 만났다. 

“가게 망해서 당진 왔죠”

강 씨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아주 오래전 서울에서 문 열었던 돈가스 전문점을 운영했던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상경했지만 현실은 매서웠다. 가진 것을 모두 내어놓고 남편의 고향인 당진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는 “가게가 망해서 당진으로 내려와야 했다”며 “당시 시어머니가 우리 부부를 먹여 살리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집에 있기보다는 사람을 만나고 밖을 돌아다니는 게 좋았던 그는 적성에 맞는 일을 찾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해서 만난 것이 한국야쿠르트(현 hy)였다. 

좋아하는 일을 하니 시간이 금방 갔다. 지금은 당진시청 일대에서 요구르트와 밀키트를 배달하고 판매하지만, 오랜 시간 구터미널 로타리에서 일했다. 그때 안내원 노릇도 톡톡히 했다고. 버스가 오면 큰 목소리로 어르신들에게 알려주고, 짐이 있을 땐 버스까지 실어 드리곤 했다.

그는 “할머니들에게 인기가 좋았다”며 “오죽하면 시의원에 출마하라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이어 “구터미널에서 일할 때는 할머니들이 직접 짠 기름을 선물해 줘 기름을 사 먹어 본 적이 없을 정도”라고. 근무지역을 당진시청 일대로 옮긴 지 오래지만 여전히 그를 찾는 어르신들이 많다. 일부러 택시까지 타고 와서 그에게 물건을 사가기도 한다. 

“한 번은 구터미널에서 알게 된 단골 할머니가 택시를 타고 제가 있는 당진시청까지 오셨어요. 저한테 물건을 사야 한다고요. 먼 길 안 오셔도 된다고 말해도 여전히 오세요. 죄송하면서도 정말 감사하죠.”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는 배달

그의 일과는 오전 7시 30분, 배달로 시작된다. 수청동으로 이사 온 그는 카트를 끌고 아침 일찍 판매 구역으로 나선다. 집에서 시청까지 10분 남짓 걸린다. 하루에 그가 배달하는 곳만 120여 곳에 이른다. 오전 9시까지 정기 배달을 마친 후 시청 앞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른 점심을 먹은 뒤 오후까지 일을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의 일과다.

배달할 곳이 있기에 주말을 제외한 평일은 빠지지 않고 20여 년 동안이나 일했다. 비가 오거나 날이 덥거나, 눈이 많이 오는 날도 한결같이 길을 나섰다. 그는 “눈이 많이 올 때는 아무래도 위험하다”며 “하지만 천천히 운전해서라도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반드시 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구르트 비롯해 밀키트까지 배달

한편 hy에서는 요구르트만 취급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는 밀키트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그의 카트 안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요구르트부터 유산균 음료와 커피, 영양제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뿐만 아니라 달걀과 샐러드, 두부, 닭가슴살 등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신선식품부터 파스타와 비빔면, 떡국, 칼국수, 누룽지탕, 부대찌개, 갈비, 김치, 국· 탕 등이 준비돼 있다. 

그는 “가격대가 있어도 재료가 충실하고 신선하다”며 “나도 종종 가족들과 먹기 위해 주문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진시청에 근무하는 부부가 많아 생각보다 밀키트가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노력하는 만큼 벌 수 있어요”
현재 당진에서 근무하는 hy 당진점 프레시 매니저는 20여 명이다. 당진시내에서는 8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 3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그는 이 일의 장점으로 ‘자유로움’을 꼽았다. 

강 씨는 “이 일은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노력하는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수익을 많이 내는 사람은 한 달에 500~600만 원까지도 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일을 하면서 딸아들을 다 키워냈다”면서 “지난해는 아들이 결혼해 최근 손자까지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배달원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무기력한 날을 보냈을 것”이라며 “아침에 갈 곳이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전했다. 

“일을 시작할 때는 요구르트 배달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남편조차도 반대했어요.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 아침에 일어나 갈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오랜 시간 동안 저와 함께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 문의 : 010-3167-8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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