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어르신 영상 자서전 ‘학교 가는 길’ 6] 김명숙 할머니
“나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 학교”

“노래 좋아하고 흥 많은 걸 일흔 넘어 알았지”
코로나19로 우울증세…학교 다니며 행복 느껴
임아연l승인2022.11.05 17:32l(1429호)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해나루시민학교는 김명숙 씨에게 자기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 기회였다. 70평생을 살아오며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 하는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지 못했는데, 해나루시민학교에 다니면서 글을 배우는 것은 물론 그의 내면에 있던 끼를 찾았단다. 

 

목포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당진까지

1950년 목포에서 태어난 김명숙 씨의 어머니는 포목점을 운영하며 비단을 팔았다. 4남매를 낳아 기르던 어머니는 그가 7살이 되던 해, 어린 자녀들을 두고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국민학교 입학을 앞둔 나이였지만,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학교에 가지 못한 채 언니와 함께 서울로 상경해 친척집에 얹혀살았다. 

그렇게 20여 년의 세월을 서울에서 보내고 서른 살이 되던 해에 당진 출신인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그리고 남편의 고향인 당진으로 터전을 옮겼다. 당진에서는 남편과 함께 정육점을 운영했다. 

새롭게 시작한 남편의 사업은 실패로 돌아갔고, 김명숙 씨는 예순이 됐을 무렵 천안에서 산후도우미로 일했다. 자녀들의 권유로 다시 당진으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심근경색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해나루시민학교를 만나다

노인일자리 사업을 통해 나름대로 삶을 꾸려갔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일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밖에 나가 활동하거나 사람들도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흔히 ‘코로나 블루’라고 말하는 우울증 같은 증상이 찾아왔다. 

“복지사 선생님이 우리집을 방문하곤 했는데, 내가 우울해 보였나봐. 코로나19 때문에 꼼짝을 못하니 남편 생각도 많이 나고…. 마음이 힘들 때면 젊었던 시절 앨범도 계속 들춰보고 그랬지. 우울증이라는 생각도 못했는데, 어느 날 문득 혼자 TV를 보면서 웃다가 이유도 없이 울고 있더라고.”

일주일에 두어 번 집으로 찾아오는 사회복지사는 우울해하던 김명숙 씨에게 해나루시민학교에 다녀볼 것을 추전했다. 그렇게 해나루시민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마음의 우울도 사라졌단다. 김 씨는 “지금은 아주 행복하다”며 “학교에서 하는 노래 수업이 가장 재밌다”고 말했다. 노래를 좋아하는 그는 나훈아의 ‘홍시’ 노래를 들으면 엄마 생각이 난다.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자장가 대신 젖가슴을 내주던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눈이 오면 눈맞을 세라, 비가 오면 비젖을 세라, 험한 세상 넘어질 세라, 사랑 땜에 울먹일 세라.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도 않겠다던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 아쉬워”

학교에서는 그가 노래를 하거나 책을 읽으면 목소리가 좋다고 칭찬해줬다. 젊었을 때 노래를 좋아하고 목소리가 좋은지 알았더라면 연극배우나 뮤지컬배우, 아니면 성우를 했을 텐데, 일흔 살이 넘도록 어떤 걸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알지 못했다. 

이제 김명숙 씨는 매일 아침이 설렌다. 눈 뜨면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에 갈 준비를 한다. 김 씨는 “세월이 너무 빨리 가는 게 아쉽다”며 “더이상 욕심부리지 않고 지금처럼 건강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편집자주>
글을 배우지 못한 70~80대 어르신들은 가난한 집의 살림 밑천이었던 맏딸이었거나, 가방 대신 지게를 져야 했던, 학교 대신 갯벌로 나가야 했던 어린 소년·소녀였다. 해방 전후 태어나 6.25전쟁을 겪으며 사회적 혼란과 절대적 빈곤 속에 교육을 받지 못했던 사람들. 한 많은 시절 삶의 무게를 이겨내고 문해교육에 도전한 늦깎이 학생들의 인생 이야기를 기사와 영상을 통해 전하고자 한다. 서글픈 시대와 역사가 오롯이 담긴 삶을 기록해두고자 한다. 

※ 이 기사는 충청남도지역미디어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또한 유튜브 채널 ‘당진방송’을 통해 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임아연  zelkova87@hanmail.net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임아연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31778 충남 당진시 남부로 278 명성빌딩 1동 5층  |  개인정보 관리 책임자 : 김예나 기자   |  청소년보호 책임자 : 김예나 기자
사업자 등록번호 : 311-81-07426  |  제보 및 각종문의 : 041-355-5440  |  팩스 : 041-355-2842
Copyright © 2023 당진시대.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