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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05 17:47
  • 수정 2022.11.17 21:51
  • 호수 1429

우리 이웃의 밥줄 이야기 13(마지막회)
노루페인트 합덕점 성현모 대표
“지역 최고의 페인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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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에 이어 3대째 운영해 온 합덕의 페인트 가게
“낡고 지저분했던 벽이 깔끔하게 변한 모습 보면 뿌듯”

<편집자주>
다양한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편견에 사로잡혔던 시선을 바꿔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기획취재 <우리 이웃의 밥줄 이야기>는 지역에 사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이들의 삶의 애환과 따뜻한 인간애를 당진시대 기사와 유튜브 영상을 통해 전할 계획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낡은 벽을 페인트로 칠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깔끔한 제 모습을 되찾았다. 들어갈 때만 해도 지저분했던 곳이 나올 때 새로운 공간이 된다는 것, 이것이 성현모 노루페인트 합덕점 대표가 자부심을 안고 일하는 이유다. 

‘미예사’로 시작한 노루페인트 합덕점은 이제 40년이 넘은 지역의 노포로 자리잡았다. 할아버지(성수용)에서 아버지(성낙근)·어머니(오선숙)에 이어 성현모 대표까지 3대가 이곳을 지켜오고 있다. 

호텔에서 근무하다 가업 잇기로

성 대표는 대학에서 호텔경영을 전공하고 졸업 후 싱가폴의 한 호텔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이전에 다쳤던 다리 통증이 다시 찾아오면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그 후 외국인을 대상으로 관광 가이드로 일하다 어머니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침 노루페인트를 아들이 이어줬으면 하는 부모님의 바람도 있어 7년 전 27살의 나이로 페인트 일을 시작하게 됐다. 

“독창적인 기술 고민”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일하는 모습을 봤기에 이 일이 낯설지는 않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페인트 종류부터 용도까지 매우 다양해 어려움도 있었다. 그는 지난 7년 동안 도장에 대해 배우고, 공부해왔고, 이제는 성현모 대표만의 독창성 있는 기술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나만의 독창적인 기술력을 항상 고민하고 있다”며 “지역 최고의 페인터(도장공)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특별한 아빠 되고 싶어”

생각보다 일은 그에게 잘 맞았다. 어린 시절에는 페인트 일을 하는 부모님이 조금은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단다. 합덕 시내에서 합덕중으로 향하는 골목에 있던 페인트 가게를 지나가면서 종종 친구들이 그를 부를 때, 일하는 부모님의 옷이 페인트로 얼룩진 모습이 어린 마음에 괜히 부끄러웠다고.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아무리 페인트가 묻은 옷을 입고 있어도 누구보다 당당하단다. 그는 “일을 직접 해 보니 나에게 잘 맞는 이상적인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일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과 장소를 만나고, 또 그 공간을 꾸미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최고의 직업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1월 아이가 태어나요. 제가 어렸을 때는 어린 마음에 부모님을 부끄럽게 생각했지만, 우리 아이에게는 특별하고 소중한 아빠가 되고 싶어요. 제 아이가 저를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습니다.”

“농촌의 부족한 청년 인력 고민”

한편 지역에서 일을 하면서 고민도 많다. 바로 부족한 인력 문제다. 페인트 일은 단순히 손님에게 페인트를 판매하는 것이 아닌, 원하는 장소에 페인트칠을 해주는 작업도 포함된다. 그는 오전 7시까지 가게로 나와 작업할 준비를 마친다.

8시면 일할 장소에 도착해 오후 5시까지 온종일 페인트칠을 한다.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서 그를 필요로 한다. 최근에는 방영 예정인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배경이 된 면천의 드라마 세트장에서 페인트 작업을 하기도 했다. 공장이나 가정집, 상가 등 여러 곳에서 페인트 작업을 한다. 

하지만 작업은 혼자서 하기 어렵다. 한 번 작업하는 데에도 여러 절차가 따르기에 혼자하면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고. 하지만 농촌의 경우 청년이 부족하고, 페인트 일을 하려는 젊은 사람들이 적다. 그는 “건축업에 젊은 사람이 없을뿐더러 특히 도장 분야에는 더더욱 부족하다”며 “이 일도 매력이있다는 것을 알고 도전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저는 이 일이 재밌고 즐거워요. 낡고 지저분했던 곳을 페인트로 색을 입혀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면 정말 뿌듯하죠. 작업을 하면 늘 ‘오래 가라. 주인을 기쁘게 해다오’라고 기도해요. 젊은 사람들이 이 일에 도전해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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