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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6 20:21
  • 수정 2022.11.16 20:25
  • 호수 1450

당진시장애인복지관의 ‘꽃길만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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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치료 프로그램 일환으로
솔뫼성지·면천읍성미술관 방문

당진시장애인복지관(관장 정춘진)에서 진행하는 심리정서 집단 프로그램 시(詩) 치료 ‘꽃길만 걷자’에 참여하는 장애인들이 솔뫼성지와 면천읍성 안 그 미술관을 방문해 지역의 역사·문화 현장을 경험했다. 

시 치료 전문가 김선순 봄봄문학상담연구소 대표가 진행하는 이번 시 치료 프로그램에는 9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11일 진행된 이번 현장학습에는 이중 7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솔뫼성지를 천천히 걸으면서 김대건 신부를 비롯해 당진의 천주교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들었으며, 소나무가 우거진 풍경을 보면서 소나무를 주제로 시를 쓰는 등 자신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면천읍성 안 그 미술관에서는 김혜윤 작가의 개인전 <쉼, 그리고> 전시 관람 및 김 작가와 함께하는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그림으로 표현된 작가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으며, 가장 마음에 와닿은 그림 앞에서 사진을 찍은 뒤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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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 치료 전문가 김선순 봄봄문학상담연구소 대표

꽃길만 걷자!

바깥을 보면 내면을 볼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내면은 바깥의 무궁무진한 세상과 만나 표출되어지기 때문입니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꽃길 참여자들은 바깥세상과의 만남이 자유롭지 않습니다. 환경적이고 상황적인 여러 가지 제약이 있어서입니다. 

꽃길만 걷자 참여자들과 함께 바깥나들이를 나섭니다. 복지관의 차량을 지원해주시고, 참여자들과 함께 복자사님들이 동행해주셔서 가능한 일입니다. 참여자분들은 설렙니다. 얼마나 기다리고 기대하는지 몇 주 전부터 손꼽고 있습니다. 

꽃길 참여자들과 함께하는 바깥나들이가 어떻게 하면 풍성할까 고민하였습니다. 몸이 불편한 참여자도 안전하게 즐겁게 함께 할 수 있으면서 영혼을 채우는 의미있는 시간으로 채우고 싶었습니다. 요모조모로 따져보고 확인하면서 결정한 선택지는 솔뫼성지 걷기와 그 미술관 미술전시회 관람하기였습니다.

우리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 솔뫼성지 십자가의 길을 걸으며 가슴 안에 사랑을 촉촉하게 채웠습니다. 누군가의 간절함으로 만들어진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들, 살아있다는 것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훈훈하게 더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장애로도 오늘까지 거뜬하게 잘 살아온 우리들의 삶을 토닥토닥 위로하였습니다. 솔뫼성지 길을 발맞춰 걸으며 우리는 함께하는 동행의 소중함을 기쁨으로 나눴습니다.

'소나무'로 즉석 삼행시짓기를 합니다. 서로서로 시짓기 삼매경에 즐거운 웃음이 하늘에 닿습니다. 소리없이 서 있는 소나무, 나와 함께 하는 꽃길 식구들 반겨주네, 무한한 사랑과 향기로운 솔잎향 실껏 마시고 즐기라 하네(이명란 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웃음이 자꾸만 나온다는 참여자들은 “좋다좋다”를 연신 말씀하십니다. 김대건 신부님 생가에서 활짝 함께 하는 우리들의 사진을 남깁니다. 오늘의 소중한 역사를 씁니다. 

그리고 면천읍성 안 그 미술관으로 갑니다. 그 미술관에서는 김혜윤 작가님의 '쉼, 그리고' 개인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김혜윤 작가님과의 만남을 미리 약속을 하고 미술관을 방문하였습니다. 그 미술관 김희영 관장님과 함께 김혜윤 작가님이 환하게 맞아주었습니다. 작가님과 함께 그림을 두루두루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자 자신의 마음으로 들어온 그림 앞에서 작가님과의 기념사진도 찍고, 그림을 선택한 이유와 의미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2층 커피숍으로 올라가 따뜻한 차를 함께 마시며 작가와의 만남을 열었습니다. 언제부터 그림을 시작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그림으로 펼쳐가고 있는 삶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꽃길 참여자들과 함께 오늘 내 마음으로 들어온 그림, 그 그림 속에 들어있는 내면의 자신을 풀어내는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엄마가 좋아하던 보라색이 그렇게 싫었었다는 박진옥님은 엄마를 닮은 장애를 갖고 살고 있는 오늘, 엄마의 보라색을 자신이 진짜 좋아하고 있었음을 고백하며 눈시울을 붉힙니다. 잘 익은 감을 보며 어린 시절 귀하고 소중했던 감과의 추억을 소환하며 부모님께 잘해드리지 못함을 미안해하는 김효순님입니다. 참여자 한분한분 자신의 내면을 그림과 함께 자유로이 표출해가며 통찰하는 기쁨을 만끽합니다. 

3월부터 시작한 꽃길만 걷자 시치료집단 프로그램에서 참여자들은 소중한 자신을 경험하였습니다. 시를 읽고 쓰면서 자기이해와 인식의 폭을 넓히고 시를 나누며 공감과 수용하는 힘을 더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지나온 삶의 순간들이 얼마나 의미있고 가치있는지 알아차립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지금의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를 확인합니다. 장애를 안고 살아온 삶의 순간들, 고비고비 잘 견디고 살아온 오늘의 삶이 얼마나 대단한지, 자신의 삶에 가득찬 사랑과 행복을 마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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