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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2.11.25 22:51
  • 호수 1432

[칼럼] 당진어울림여성회장 오윤희
여성들은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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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끔찍한 데이트폭력, 여성 몸에 불 붙이고 도주’ 

지난 11월 11일 당진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일어난 사건 기사의 제목이다. 나는 이 사건을 데이트폭력이라고 지칭하는 것에 반대한다. 연인 사이에 일어난 사적인 일로 치부되는 데이트폭력이 아니라, 교제하던 여성을 살해하려 했던 교제 살인 미수 사건이다. 같은 사건이라도 어떻게 불리냐는 것은 그 사건을 바라보는 그 시대의 인식이 들어있다.

두 달 전에는 스토킹과 불법 촬영을 하던 가해자가 결국 여성의 직장이었던 신당역 화장실에서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나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스토킹 범죄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큰 차이들이 존재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상훈 서울시의원은 시의회 시정 질문에서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 여러 가지 폭력적인 대응을 남자 직원이 한 것 같다”는 발언을 했다가 결국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신당역에 마련된 추모공간에는 '내가 될 수도 있었다', ‘여성이라서 죽었다’, ‘여자들은 살고 싶다’는 메모가 붙었다. 수많은 여성은 이런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언젠가는 내가 그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심과 불안에 떨며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연간 성폭력 피해자가 3만2029명, 성폭력 피해자의 자살 시도 경험 비율이 41% 이다. 교제 살인 사건의 경우 교제 기간이 6개월 이상인 경우가 73.9%이며 결별을 요구하거나 결별상태인 경우가 29%, 자택이나 직장에서 살해당한 여성이 64%로 밝혀졌다.

‘단순한 구애 행위가 무서워? 그 마음 좀 받아주지, 강력하게 거절하면 되지, 시간이 좀 지나면 포기하겠지’라는 식의 스토킹 가해자에게 관대한 인식은 스토킹 범죄를 강력하게 처벌하고 예방하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 스토킹은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전조 범죄이자 피해자의 일상을 파괴하는 심각한 범죄이다. 

스토킹이 범죄라는 인식이 아직도 자리 잡지 못한 이유를 들여다보면 1999년 발의가 되었으나 무려 22년만인 2021년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제정된 ‘스토킹 처벌법’의 현실이 바로 그 대답일 것이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스토킹 처벌법 시행 이후 올해 8월까지 스토킹 신고는 2만 7,234건으로 하루 80건이 넘고 있다. 법 제정 시부터 문제 지적이 있었으나 법무부의 의지로 추진된 ‘반의사불벌죄’는 결국 신당역 사건으로 인해 사회적 논란이 되자 뒤늦게 법무부에서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법 제정과 개정이 늦어지는 과정에 수많은 여성이 죽어야만 했다. ‘너는 내 것’이라는 생각, ‘내가 못 가지면 죽여버리겠다’라는 생각은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만 보는 인식, 여성의 몸을 온·오프라인에서 얼마든지 사고파는(게다가 어릴수록 잘 팔리는) 산업구조가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사회시스템에 기인한다. 이런 사회에서 대체 누가 여성들의 생명을, 안전을 지켜줄 것인가. 국가 예산의 0.2%밖에 안 되는 작은 부서였던 여성가족부조차도 폐지하겠다는 이 국가가 여성들의 생명과 안전에 관심이 있기는 한 걸까? 깊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더 이상의 여성들이 죽지 않기 위해, 젠더를 기반으로 한 모든 폭력에 대해 단호하게 처벌하는 제도가 만들어져야만 하고 피해자가 느끼는 두려움보다 가해자에게 관대한 사회문화를 타파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을 사고파는 성산업 카르텔을 깨기 위한 구조개혁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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