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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2.11.25 22:53
  • 호수 1432

[기고] 김학로 소들섬 송전탑 건설 반대 시민대책위원회 공동상임대표
당진시민이 한전과 싸워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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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3일 대전지방법원에서 한전이 당진시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의 판결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한전의 소송을 기각한다”였다. 즉, 당진시의 개발행위 인허가권에 따라 개발행위를 할 경우 하천법의 규정대로 1만㎡ 이상이 넘으면 반드시 해야 하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는 등 행정 절차를 무시하고 진행하는 공사는 불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이유로 당진시가 한전이 한 불법공사에 대해 공사중지를 명령한 행정조치는 정당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판결은 당진시민의 승리이다. 그동안 당진시와 시민은 한전으로부터 많은 피해를 당했다. 한전은 당진에 전국 최대 규모의 화력발전소를 지었고(한국동서발전은 한전의 자회사이다), 전기를 송출하기 위해 528개의 고압송전탑을 세웠다. 나라 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어쩔 수 없는 국책사업이라고 하지만 이로 인해 당진의 대기는 전국에서 가장 나빠졌고, 고압 송전탑 주변에 사는 많은 시민들이 암에 걸리는 등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도 한전은 당진시와 시민의 피해는 안중에도 없었다. 끊임없이 송전탑을 세우고자 시민에게 피해를 강요했다. 이번에는 당진시에서 유일하게 송전탑이 없던 우강면 삽교천 소들섬 일대에 송전탑을 건설하고자 했다. 이에 우강면 주민들은 반대투쟁위를 구성하고 삽교천 소들섬 일대에 지중화를 통해 자연경관과 야생동물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런 주장에 당진시가 협조하여 삽교천 소들섬 일대를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하였다. 

그러나 한전은 집요하고 야비할 정도로 악랄하게 사업을 추진했다. 추수를 앞둔 시점에서 멀쩡한 논의 벼를 송전철탑을 세우기 위해 파헤쳤고, 이에 항의하는 농민을 업무방해죄로 처벌받도록 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심지어 돈을 미끼로 마을주민 사이를 이간질하여 향촌마을의 인심을 갈라놓았다. 또한 자치단체인 당진시를 우습게 알고 행정절차를 무시한 채 불법 공사를 강행해왔다. 

이런 한전의 상상을 초월한 수법에 우강면 주민은 치를 떨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9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러니 이번 판결을 두고 우강면 주민을 포함한 위대한 당진시민의 승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번 판결이 갖는 또 다른 의미는 당진시가 지방자치 시대의 전국적인 모범이 되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한전은 자치단체의 행정 권한을 무시하고 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이런 무소불위의 한전을 상대로 행정소송에서 이긴 지방자치단체가 드물기 때문이고, 이번 판결을 계기로 용기를 얻은 전국의 자치단체가 한전의 무도한 행위에 맞서 지역과 지역주민의 입장을 적극 지키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개발독재 시절 정부는 국가산업 개발이란 명분으로 한전의 사업에 법적 지위를 보장하였다. 이른바 ‘전원개발촉진법’은 한전으로 하여금 국책사업이란 이름으로 사업을 수행하는데 지역과 지역주민의 피해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도록 만들었다. 누구도 한전이 하고자 하는 사업을 막을 수 없었다. 이런 개발독재 시대 형성된 의식은 지방 공무원에게까지 부지불식간에 체화되어 한전이 하는 일을 자치단체에서 막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기게 만들었다. 

그 결과 전국의 자치단체 공무원은 자기의 업무가 한전을 위해 일해야 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되었고, 법적으로 자치단체에게 부여된 권한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스스로 권한을 포기하게 하였다. 이런 한전의 막무가내식 사업 추진을 당진시가 제동을 걸었던 것이다. 따라서 한전을 상대로 소송에서 승리한 이번 판결은 이제 새시대가 열렸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의미가 있고, 지방자치시대의 새로운 이정표와도 같은 판결이라고 그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그 중심에 당진시가 있었던 것이다.

이제 당진시가 해야 할 일이 있다. 한전의 불법공사를 통해 세워진 송전철탑을 행정대집행을 통해 원상복구 하는 일이다. 분명 한전은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항고할 것이고, 불법적인 공사를 강행하여 공사를 완공하려 할 것이다. 그런 이후 법원에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한 일이고 이왕 공사도 완공되었으니 철거하면 그 피해가 막대함으로 기정사실화 해달라고 할 것이다. 

이렇게 한전이 왜 불법공사를 강행하려 하는지 그 의도가 명확한 만큼 당진시와 시민이 단결하여 이룬 성과를 한전에 빼앗길 수는 없다. 따라서 당진시가 할 일은 한전이 세운 불법시설물인 송전철탑을 즉각적으로 원상복구시켜야 한다. 그래서 법원의 역사적 판결의 의미를 굳건히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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