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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 입력 2022.12.02 18:46
  • 호수 1433

작가 5인의 시선에 비친 ‘당진 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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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산 오섬 소금창고에서 5명의 작가 레지던시 작업
10월부터 오는 3월 말까지 레지던시 결과보고전 개최

배가 드나드는 개의 어귀를 뜻하는 것이 ‘포구’다. 바다를 끼고 있는 당진은 예로부터 포구에서 문화가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구를 통해 사람과 문화가 드나들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조사와 연구에 의해 밝혀진 당진지역 포구만 60여 개에 이른다. 하지만 간척사업이 시작됐고, 해안가에 대규모 산업단지와 방조제가 조성되면서 당진은 상당수의 포구를 잃었다. 아미미술관(관장 박기호)은 사라져 가는 포구를 남기고 싶었다. 그리고 포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에 5명의 작가를 초청하고 두 달간의 레지던시(상주) 작업을 거쳐 지난달 10월부터 내년 3월 말까지 결과보고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아미미술관에서 2022 에꼴드 아미 레지던시를 진행했다. 5명의 작가가 송산 오섬에 있는 옛 소금창고였던 작업실에서 '당진 포구'를 주제로 한 작품을 완성했다. 작업 결과물은 아미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5명의 작가에게 ‘당진의 포구’라는 주제가 주어졌다. 당진의 포구를 만나기 위해 지난 7월과 8월, 송산 오섬에 있는 작업실로 재탄생한 소금창고에 작가들이 모였다. 
이곳을 기점으로 5명(류소리, 박용화, 안경진, 이예은, 정지연)의 작가는 포구를 마주했다. 당진의 포구를 연구한 우현선 작가와 함께 직접 현장을 방문했다. 때로는 혼자서 포구를 만나기도 했다. 

5인의 작가는 각자 다른 시선으로 포구를 바라봤다. 사라지는 포구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고, 남은 포구라도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내기도 했다. 
이처럼 아미미술관은 전시를 통해 사라져가는 당진 포구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자 했다. 그리고 포구에서 비롯된 당진의 문화를 지키고 발전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전시를 꾸몄다. 

# 안경진 작가의 이야기
“우연히 발견한 쇳조각 하나. 쇠가 맞나 싶어 양쪽을 거머쥐고 힘을 줬더니 손가락 두께의 쇳덩이가 너무 쉽게 똑 부러져 버린다. 쇠는 강하고 무겁고 오래간다는 편견이 한순간 무너졌다. 눈 앞에 펼쳐진 수많은 돌덩이에 비하면 티끌처럼 가벼운 존재.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러하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안 작가는 변화하는 환경을 더 크게 느꼈다. 환경에 관심을 가진 안 작가는 바다에서 건진 쇳덩이에 작은 충격을 받았다. 평소에는 단단하기만 한 쇠가 부질없이 으스러졌다. 이런 존재가 바다를 메우고 있었다. 안 작가는 이에 주목하고, 포구에 버려진 것들을 모았다. 그리고 조형으로 만들었다. 메인 작품 <00의 생각>은 아래에는 버려진 고철을 두고 그 위 공중에 사유하는 사람을 매달아 놓은 작품이다. ‘00’이라고 비어 있는 이름처럼, 작가는 관람객에게 작품을 통해 포구에 대한 새로운 사유 주제를 던진다.

# 이예은 작가의 이야기
“당진의 바다는 많은 변화를 거쳐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곳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잊혀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오랜 시간 묵묵히 보고 듣고 기억하는 작은 이가 있다. 나는 40여 곳의 포구를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예은 사진작가는 40여 곳의 포구를 다녔다. 그리고 조용히 포구를 바라봤다. 포구는 이 작가에게 말을 걸었다. 이 작가는 이를 토대로 상상했다. 과거에 이 포구가 어떤 모습이었을지, 그리고 앞으로의 모습은 어떨지. 그리고 그 포구에 있는 돌을 건졌다. 포구 위로 돌을 매달아 사진을 찍었다. 마치 돌이 포구에 대해 말하는 것 같은 모습이다. 전시 배열에도 의미를 더했다. 가운데 환한 배경의 사진은 현존하는 포구를, 어두운 배경의 사진은 사라진 포구를 뜻한다. 가만히 이 앞에 서서 돌이 들려주는 포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 작품 외에도 포구를 지키고 이야기하는 이들의 물건을 모은 <포구 쌓기>도 전시돼 있다. 

# 박용화 작가의 이야기
“보름 동안 숙소에서 포구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림을 그릴 수 없었고 하루 반나절 이상을 펼쳐진 풍경에 빠져 있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바라본 포구는 수많은 공장과 어우러져 있는 풍경이었다. 포구가 지속적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현실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박용화 작가가 처음 당진에 와서 마주한 것은 도로 위에 떨어진 돌이었다. 꽤 큰 돌이 도로 한 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박 작가는 돌을 보고 불안을 느꼈다. 그 불안은 포구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포구 뒤의 공장을 보며 곧, 바라보고 있는 이것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불안이 뒤따랐다고 한다. 박 작가는 이를 작품으로 담아냈다. 바다 위 하얀 인위적인 새를, 덩그러니 놓인 돌을 그려 작품화 했다. 

한편 주목해야 할 작품은 ‘휴먼 케이지’다. 박 작가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케이지 작품을 연속으로 다루고 있다. 이번 전시의 휴먼 케이지 안에는 갈매기가 그려져 있다. 낮은 높이에 전시된 갈매기는 날지 않고 걷는다. 그 주변으로 새우깡 하나가 떨어져 있다. 더 이상 사냥하지 않는 포구의 갈매기를 휴먼 케이지 안과 밖에서 바라보며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작품이다.

# 정지연 작가의 이야기
“매일 마주치는 것들이 어느 날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보이는 것, 보여지는 것. 그것 자체가 달라지진 않았지만 보여지는 것의 의지가 발현되기 시작한 듯했다. 보여지는 것들이 의지를 가진다면 보여지길 원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잘못 보여지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정지연 작가는 현실에 상상을 더한 작품을 만들고 그렸다. 평소에도 천과 실을 이용해 작업하는 정 작가는 이번에는 <넷텐트>를 만들었다. 그물을 이용한 텐트로, 공장으로 인해 고향 포구를 등지고 쫓겨 나가야 했던 주민에게 자유를 주고자 만든 작품이다. 발 달린 멍텅구리도 있다. 옛날 배인 멍텅구리는 동력을 이용할 수는 있으나 한 방향으로만 간다. 그래서 ‘멍텅구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멍텅구리 배 역시도 포구가 사라지고, 기술의 발전으로 없어졌다. 정 작가는 이 멍텅구리 배에게 발을 그려줬다. 가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가라는 뜻을 담았다. 

이처럼 정 작가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서 떠나고 잃어야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앞을 향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작품에 담아냈다. 

# 류소리 작가의 이야기
“특별하지 않은 일상 속 시선이 오랫동안 남는 장면이 있다. 당진의 ‘포구’에서 나의 시선이 꽂힌 장면은 사라지고 변화된 많은 것들 사이에서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것들이었다. 바다, 갈매기, 포구에서 보이는 작은 섬, 하늘. 꿋꿋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것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기록하기로 했다.”

류소리 작가는 사라지는 포구 너머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에 시선이 향했다. 바다와 구름, 새가 그러했다. 포구를 지키고 있는 것들을 류 작가는 화폭에 담았다. 자신만의 시선으로, 다양한 작업을 통해 말한 2022 레지던시 보고전展은 오는 3월 28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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