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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09 22:09
  • 수정 2022.12.16 15:51
  • 호수 1434

1인 독립출판 ‘KONG(공출판사)’ 운영하는 공가희 대표 (면천면 성상리)
“오늘을 사는 당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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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면천 오가던 중 낡은 구옥에 반해 당진 정착
책 기획부터 교정·교열 및 편집 디자인까지 혼자서
“당진 작가들 참여한 그림책과 소설 등 출간 예정”

“오늘을 사는 당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듭니다.”

1인 출판사 ‘KONG(이하 공출판사)’의 모토다. 면천면 성상리에 공출판사를 문 연 공가희 대표는 따뜻한 이웃의 이야기, 우리 주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11살 어린이가 엄마를 속이는 일화나 작은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란 60세 노인의 이야기, 당진에서 작품활동을 펼치는 화가의 그림 에세이 등 소소한 일상이 공출판사를 통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찾아온 그가 면천의 새로운 이웃이 됐다.

▲ 면천면 성상리에 자리잡은 공출판사 작업실 겸 사무실

한 눈에 반한 낡은 한옥 한 채

서울에서 1인 출판사를 운영하던 공가희 대표는 지난 2019년부터 서울과 면천을 오가며 당진과 인연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면천면 성상리에서 독립서점 ‘오래된 미래’를 운영하는 지은숙 대표와의 인연으로 2020년에 이곳에서 ‘독립출판 - 나만의 책 만들기’ 수업을 맡아 진행했다. 그는 당시 9명의 평범한 시민들이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책을 낼 수 있도록 도왔고, 면천을 자주 오가면서 이들과의 인연을 단단하게 다져나가던 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래된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붉은 황토벽에 곡선 형태의 나무 골조를 가진 낡은 구옥이었다. 천장도 낮고 반듯한 선이라곤 없는 공간이지만 서까래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공가희 대표는 “지난해부터 작업실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집의 서까래를 보고 한 눈에 반했다”며 “생각지도 않게 면천에 자리를 잡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8월 말 집 계약을 마친 뒤 손수 집수리에 나섰다. 직접 나무에 기름칠을 하고 흰색 페인트로 벽을 칠했다. 폐가 수준이었던 구옥이 공 대표의 손길이 닿으면서 점차 변해갔다. 

책상과 책장, 컴퓨터 등 집기를 들이고, 선물 받은 나전칠기장과 영사기도 먼지를 털고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렇게 9월부터 11월까지 두 달 동안 꼬박 집수리에 매달렸다. 그는 “아직도 손볼 곳이 많다”며 “그 새 계절이 바뀌어 겨울을 대비한 단열 보강에 좀 더 신경 써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 공출판사에서 출간된 <어떤> 시리즈 책들.

퇴사 후 세계여행…책 출간의 시작 

“세상엔 완벽한 사람도 없고 완벽한 인생도 없지만 완벽한 순간들이 있다.”

이곳은 이제 공 대표의 새로운 작업실이자 공출판사 사무실로 다시 태어났다. 한쪽 벽면에는 공 대표가 쓴 <어떤, 여행> 속 한 구절이 걸려 있다. 앞으로 그동안 그가 출간했던 도서의 좋은 문장이나 그림으로 외벽을 꾸밀 예정이다. 

공출판사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의 반려견 ‘뿌잉이’가 가장 먼저 사람들을 반긴다. 그리고 그동안 서울에서 출간한 책들이 책장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어떤, 시집>, <어떤, 낱말>, <어떤, 문장> 등 ‘어떤’ 시리즈와 ‘누군가의 첫 책’ 프로젝트로 탄생한 4권의 그림에세이, <푸푸 아일랜드>, <냉장고 유령>, <푸실>이라는 제목의 그림책도 공출판사를 통해 세상에 나온 책이다. 

공출판사는 공가희 대표가 직접 쓴 여행에세이 <어떤, 여행>을 시작으로 에세이·시집·그림책 등 다양한 종류의 서적을 출간해왔다. 그의 첫 책 <어떤, 여행>은 그가 평범한 회사원에서 작가로, 더 나아가 출판사 대표로서 삶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줬다.

공 대표는 “외국계 기업에서 10년 넘게 일했다”며 “오랫동안 쉼 없이 달려오면서 휴식이 필요해 지난 2018년 1월 15일 회사를 그만 두고 여행을 떠났다”고 말했다.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안식년을 준 그는 파리,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네덜란드, 베트남, 호주 등 세계 곳곳을 누볐다. 책 <어떤, 여행>은 그가 약 7개월간 편도 비행기 티켓만 끊고 떠난 여행의 생생한 경험을 담아낸 것으로, 공 대표가 퇴사한 지 딱 1년째 되던 날인 2019년 1월 15일에 출간됐다.

그렇게 첫 독립출판물을 낸 뒤 발생한 수입으로 그는 <어떤, 여행> 번역본을 만들었다. 또한 두 번째 독립출판물 <어떤, 시집>도 냈다. 이어 평소 좋아하던 작가에게 글을 받아 <어떤, 낱말>과 <어떤, 문장>을 연달아 출간했다. 1년 만에 5권의 책을 출판한 그는 어느새 작가에서 출판사 대표가 돼 있었다.

▲ 공출판사에서 출간된 <누군가의 첫 책 시리즈>. 공가희 대표가 독립출판 사업을 진행해온 가운데 수강생들의 책이 출간됐다.

나만의 책 만드는 감동

그 후에도 꾸준히 사람들에게 투고가 들어오고, 글을 쓰는 작가를 만나면서 지금까지 독립출판사를 운영해오고 있다. 1인 출판사이기 때문에 그 혼자 책 기획부터 교정‧교열, 표지 디자인까지 스스로 해낸다. 공 대표는 “새로운 분야의 일을 하면서 너무나 큰 재미를 느꼈다”며 “처음 출판 일을 할 때는 밤을 꼬박 지새우는 일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을 지니까 책이 마치 자식처럼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공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은 주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공 대표는 “따뜻한 이야기, 사람 이야기를 좋아한다”며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 즐겁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경험담을 책으로 엮어낸다”고 말했다.

▲ 공출판사 사무실 외벽은 출간 도서의 좋은 문장이나 그림을 걸어 홍보에 활용할 예정이다.

게다가 그는 작가, 출판사 대표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처럼 사람들이 직접 책을 만들 수 있도록 ‘누군가의 첫 책’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공가희 대표는 “나 역시 첫 책을 스스로 만들었고 그 일련의 경험은 정말 특별했고 감동적이었다”면서 “이 특별한 경험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독립출판 수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업은 올해까지 10기가 운영된 가운데, 수강생들이 기획한 책 중 <다한이 뭐하니>와 <혼잣말>, <지금이야, 무엇이든 괜찮아>, <11살, 엄마를 속여라> 등 4권이 공출판사에서 정식 출간됐다. 그 중 당진에서 활동하는 한지민 화가가 쓴 <혼잣말>은 2년 전 공 대표가 오래된 미래에서 진행한 독립출판 수업에서 비롯된 책이다. 

첫 시도하는 ‘그래픽 노블’

봄이 되면 면천은 꽃대궐이 된다. 골정지를 둘러싼 벚꽃 뿐만 아니라 아미산과 몽산에는 연분홍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트린다. 공출판사 역시 내년 봄 새로운 책들을 세상에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특히 당진에 거주하는 작가들이 쓴 그림책을 출간할 계획이다. 공가희 대표는 “글 작가와 그림 작가 모두 당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라며 “내년 상반기쯤 출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내년에는 공출판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소설도 나온다.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을 취하는 ‘그래픽 노블’ 장르다. 그는 “처음 시도하는 작업이라 많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공 대표 개인적으로 독립출판물을 준비 중이다. 면천에 작업실 겸 사무실을 마련하고 집수리하는 과정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그는 “생생한 고생담이 책에 실릴 것 같다”면서 설레하고 있다.  

“공출판사는 대기만성형 출판사였으면 해요. 한 번에 갑자기 커지는 것이 아니라 오래 오래 긴 시간에 걸쳐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는 출판사가 됐으면 좋겠어요. 독자들을 위해 좋은 책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독립출판에 대한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려요.”

>> 공가희 대표는...
- 1980년 출생
- 여행 에세이 <어떤, 여행>, 시집 <어떤, 시집>, 그림책 <푸푸 아일랜드> 저자
- 2019년부터 1인 출판사 '공출판사' 운영
- 공출판사에서 펴낸 책들: 어떤 시리즈 <어떤, 소리>, <어떤, 실험>, <어떤, 작가>, <어떤, 문장>, <어떤, 낱말>, 누군가의 첫 책 프로젝트 <다한이 뭐하니>, <혼잣말>, <지금이야, 무엇이든 괜찮아>, <11살, 엄마를 속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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