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칼럼
  • 입력 2023.01.01 10:09
  • 호수 1437

[기고] “한전은 결자해지하고 지역 정치권이 답해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영식 전 평택시 농촌지도자 연합회장
우강면 송산리 거주

어느덧 평택에서 다섯 가구가 이곳으로 이주한지 11년이 지나고 있다. 삽교호 제방을 쌓기 전 이곳에 홍 모 씨, 박 모 씨가 물막이 작업으로 둑을 쌓으며 피땀 어린 노력으로 땅을 일구고, 농토를 만들어 생계를 이루던 곳이라 하여 ‘홍원로’, ‘박원로’ 도로명 주소가 정해진 소들평야 농로를 지나 수달과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삽교호 제방 둑을 걷고 있다. 

며칠째 계속되는 때 이른 한파특보와 폭설로 호수도 평야도 설국이다. 여름철 절기에는 소들섬을 병풍처럼 둘러있는 영인산 자락에서 해가 뜨고, 겨울철에는 도고산 능선에서 해가 뜬다. 올해에도 이역만리에서 어김없이 찾아온 반가운 철새 손님들의 군무가 도고산 능선에서 해 뜨는 모습과 함께 어울려 장관이다.

지난해 여름 한전이 수확을 앞둔 벼를 중장비로 짓밟던 현장에서 자식 같은 벼를 살려 달라고 절규하며 중장비를 막아섰다. 농민은 강제 연행되어 한전의 손해배상 민사소송에 시달리고, 검찰의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되어 지금도 항소심 형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그 날의 현장에는 현재 거대한 송전철탑이 세워져 있다. 

지금까지 나름대로 법을 존중하며 살아온 세월이 이곳에 이주하여 업무방해 혐의 전과 1범 기록을 남기게 되어 자식들 보기 부끄러운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다. 한전은 송전선 설치공사를 소들쉼터 부근까지 지중화로 공사를 해왔다.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으나 반드시 송전선 지중화 공사를 설치해야 할 지역인 당진시 아름다운 곳 10선 안에 선정된 곳, 시민들 휴식 공간이며 야생 동식물 보호 지역인 이곳에 어마무시한 고압 송전 철탑을 설치하였다. 

아직은 전류가 흐르지 않지만 무서운 전자파가 내 몸을 위협하고 있다는 공포감이 엄습해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한전은 송전선 설치공사를 사람이 많이 살고 자본이 몰려 있는 곳은 지중화로 설치하고 있다. 사람이 적게 살고 외부 자본유입이 없는 농촌 지역은 지금도 송전탑이 계속 들어서고 있다. 농촌 지역 주민들은 참고 희생하라는 것은 정당한 논리가 아니다. 
당진시와 지역주민, 소들섬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한전을 상대로 송전철탑 설치 중지요청 소송에서 고등법원과 대법원의 삽교호 소들섬 일원 한전 ‘송전철탑 중지 판결’과 ‘본안소송 1심 판결’에서도 법원은 (당진시 승소) 주민들 손을 들어주었다. 그렇다면 주민들 요구가 존중되고 반영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함에도 한전은 서둘러 공사를 계속 진행한 것은 법을 무시한 처사라고 볼 수 있다. 

이제 지역 언론과 중앙단위 언론도 한전 송전 설치 철탑 공사로 인한 지역주민들의 고통과 호소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제 공기업 한전은 더 늦기 전에 결자해지하고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우강면의 고통은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목도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진은 수도권에 접해 있고 개발 호재가 풍부함에도 인구가 줄고 있는 현상은 대규모 화력 발전소와 고압 송전 철탑이 많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정치하시는 분들 선거 때 많이 하는 말, 아마도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인 듯 싶다. 그 존경하는 사람들이 지역주민이 농촌의 ‘환경오염’, ‘농자재값 폭등’, ‘쌀값 폭락’, ‘개발 논리 우선 도시계획’ 그로 인한 ‘농촌환경 파괴’ 등의 문제들을 고민하며 엄동설한에 매일, 매주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작금의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계시는지 궁금하다. 

우리가 서로 연대하며 시청 앞 천막 농성장에서 또는 아스팔트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이 고난은 진보와 보수 어느 진영이 옳다는 편견이 아니라 나와 모두가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이런 민심을 살피고 해결하라고 우리는 선거를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주권을 행사했다. 정치는 ‘통치’가 아니라 ‘소통’이라고 한다. 이제는 우리 지역 정치권이 침묵하지 말고 이에 답을 해야 한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