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문화
  • 입력 2023.01.09 10:59
  • 호수 1438

번성했던 ‘당진전통농악’ 점점 사라진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통농악 다루는 마을 2곳 뿐
과거 마을 단위 농악 300여 개 이르기도
당진전통농악보존회 “당진농악, 문화재로 지정돼야”

▲ 지난달 22일 당진농악대가 동지를 맞아 굿 행사를 지난달 22일에 개최했다.

전통농악이 사라질 위기다. 

당진은 예로부터 농업웅군이었다. 농업이 번성했던 만큼 농악도 곳곳에서 울렸다. 서로 농사일을 도울 때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우리 가락이었다. 그 외에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흥겨운 소리가 마을을 가득 메웠다. 이금돈 당진농악대 단장은 아직도 그때가 기억난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이라고 많이 알려진 칠월칠석에는 칠석제를 지낸다. 무병장수와 자손을 기원하며 칠성신에게 올리는 의례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우리 지역에서는 그날만큼은 흰쌀밥에 미역국을 챙겨 먹었다. 밥을 먹고 면천면에서 상쇠로 활동하던 이금돈 단장의 아버지 이호성 씨가 복숭아나무 아래에 걸터 앉아 쇄납(태평소)를 불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마치 약속한 것처럼 악기를 가지고 나와 같이 장단을 맞췄다. 그렇게 마을 집집을 농악대가 돌아다닌다. 굿으로 복을 빌어주면 집주인은 감사의 의미로 고추장과 멸치를 넣어 지진 호박과 함께 막걸리를 건넨다. 종일 마을을 돌다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은 그 동네에서 가장 잘 사는 부잣집이다. 우물에서는 우물굿, 문 앞에서 문굿, 장독대 앞에서 당산굿을 올린다. 집 구석구석 지신밝기를 끝으로 그날의 농악이 막을 내린다.

당진은 전국에서도 우수한 농악으로 자리매김한 지역이다. 당진만의 판굿(걸립패와 남사당패가 연행하던 음악과 놀이의 종합예술)이 50여 가지에 달한다. 다른 지역은 30여 개에 그친다. 당진은 농업과 관련한 농악이기에 그 수가 많다. 특히 농업이 번성한 채운뜰, 그리고 합덕과 우강 들판에서 우리 농악이 활성화 됐다. 

판굿 이전으로 돌아가면, 우리 당진 농악이 시작됐을 것으로 추측하는 ‘두레농악’이 있다. 두레농악은 마을마다 적게는 4~5명에서 그 이상으로 구성된 마을 농악단이다. 

당진에는 마을마다 농악단이 구성돼, 전국에서도 가장 많은 300여 개의 두레농악이 있을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 이후 탄압에 의해 농악이 와해 됐다가 이후 흥과 기량을 더한 연희성이 강한 판굿이 들어오면서 우리만의 독특한 가락으로 농악이 발전했다. 

이렇게 역사를 가진 당진농악이지만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급격하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점점 전통 농악을 지키는 사람의 수가 줄고 있다. 이금돈 당진전통농악보존회 당진농악단장은 “이 상태라면 2~3년 안에도 우리 당진농악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08년 열렸던 당진시장기 농악대회만 해도 9개팀이 출전했어요. 그때 당시 11개팀 정도가 당진농악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마을 단위로는 두 팀이 있어요. 신평의 농신마(농협·신협·새마을금고)와 면천의 면천농협이 전통 농악단을 운영하고 있어요. 사람의 수도 많이 줄었어요. 이전에는 300여 명에 이르렀는데 지금은 당진시 전체 다 합쳐도 150명이 안 될 거에요.”
이에 이금돈 단장은 올해 당진농악이 문화재로 지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으로서는 당진농악에 관심을 갖는 젊은 사람들은 물론 신입회원도 없다”며 “하지만 문화재로 지정된다면 전수생과 이수자, 보유자 등으로 영역이 나눠져 당진농악을 배우고 보존하는 사람이 계속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농악을 할 수 있는 장소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 단장은 “농악은 사물놀이와 다르게 공간이 필요하고, 소요되는 인원이 많다”며 “지금 당진농악대가 작은 공간에서 연습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주변으로부터 시끄럽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와 연습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꼭 시내가 아니더라도 당진의 문화를 지키는 이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으면서 우리 전통을 체험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