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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3.01.20 22:02
  • 수정 2023.01.21 10:26
  • 호수 1440

[기고] 차준국 당진참여연대 회장
철탑도 정의롭게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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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의 옛 지명 중에 염솔이라는 곳이 있다. 현재는 그곳은 정미면 하성리, 승산리 일대라고 한다. 지형이 변화고 지명은 바뀌었으나 개천 이름은 옛 기억을 되살려 염솔천이라 부른다.
고려시대에 이곳은 염솔부곡이 있었다고 한다. 신분이 낮아 토지를 소유할 수 없었고, 이사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소금이나 숯을 생산하여 나라에 제공하는, 지역 전체가 공역을 제공하는 집단 노예 지역이었다. 

고려 초기만 해도 행정구역이 지형의 경계로 군현을 나눈 것이 아니라 인구의 밀도에 따라 군현을 정하고 인구가 군현에 이르지 못하면 향, 소, 부곡은 토호인 향리가 지배했다. 향리는 군현에서 파견된 관리의 간섭을 받았다. 향, 소, 부곡민들의 반발과 해체로 인해 인구 중심의 행정체계는 지형 경계의 행정체계로 이어지게 된다.

인구가 고르면 인문학이 필요 없다고 한다. 당진은 고려시대의 향, 소, 부곡처럼 중앙이나 주변의 인구가 많은 지역에 자원을 빼앗기는 피해지역이다. 전기를 생산하여 수도권으로 보내는 주민과 당진시민들의 소외감과 박탈감은 고려시대의 향, 소, 부곡민들과 다르지 않다.

345kv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공사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당진시청 현관 앞에 당진시민들이 천막을 두 번째로 설치하고 농성 중이다. 두 번째 농성을 펼친 지 어느덧 100일을 앞두고 있다.

당진시민들의 바람은 전기를 생산해 가져가더라도 삽교천 안에 있는 소들섬은 보호해 달라는 것이다. 주민들은 삽교천은 역사적으로도 유서가 깊고 자연습지로 가치가 있으니 지중화를 하라는 요구를 7년째 외치고 있다. 지역주민과 지원에 나선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이다.

신탕정에 삼성의 공장과 도시를 건설하면서 필요한 전기는 당진에서 공급한다. 해안에 위치한 당진은 인구가 적어 터무니없이 큰 발전소가 들어서도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결과 527기나 되는 철탑이 세워졌다. 당진시가 개발허가를 반려하면 한전은 버티고, 우리가 소송을 전개해도 철탑이 세워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이미 당진은 송전선로를 물리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당진시는 송전선로가 효율적이고 합리적인지 검토해 전력수급계획에 반영하도록 적극 노력해야한다.

작년 10월 12일 에너지경제신문 기사에 특별법을 제정해 토지 보상을 올려 송전탑 건설을 원활히 하겠다는 기사를 보면서 전력 관계 공무원들이 무도하다는 생각을 했다.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곳은 철탑이 박히는 토지주만 사는 곳이 아니다. 또한 오로지 사람만이 살아가는 곳도 아니며, 동식물이 함께하는 자연환경이다.

에너지 정책이 균형을 잃은 이유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의 무도함에 있다. 송전철탑이 무도함의 상징이 된 지 오래됐다.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정부와 공공기관의 덕목이다. 철탑도 정의롭게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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