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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공인 5단의 전국상임심판 자격증 소유자 - 김순단씨(송산면 금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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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여전사, 시골학교 아이들에게는 태권도 선생님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 한가운데 서서 선수들에게 수신호를 보내는 그녀는 분명 치열한 격투기 현장에 우뚝선 여전사처럼 보였다. 하지만 평상시엔 그녀의 말대로 세련된 정장을 즐겨 입고 파스텔톤 선글라스를 애용하는 ‘신세대 주부’일 따름이다.
송산면 금암리에서 남편 권의혁(33세)씨와 함께 아들 세상(4세)이를 키우며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는 김순단(28세)씨.
가냘픈 몸매에 들릴 듯 말 듯한 여린 목소리를 지닌 그녀는 겉보기엔 평범한 주부. 그런 그녀가 태권도 공인 5단에 전국상임심판 자격증 소유자라는 사실을 알고나면 대부분 사람들은 말문이 막힘과 동시에 몸부터 사리게 된다.
“전 무섭게 한 적이 없는데 사람들이 괜히 어려워 해요. 아이들을 가르칠 때와 경기장에 있을 때를 제외하곤 저도 부드러운 여자인데 말이에요.“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 한가운데 서서 선수들에게 수신호를 보내는 그녀는 분명 치열한 격투기 현장에 우뚝선 여전사처럼 보였다. 하지만 평상시엔 그녀의 말대로 세련된 정장을 즐겨 입고 파스텔톤 선글라스를 애용하는 ‘신세대주부’일 따름이다.
대한태권도협회 산하의 태권도심판은 지방상임심판, 전국상임심판, 국제심판으로 나눠진다. 김씨가 속해 있는 곳은 전국상임심판. 공인 4단 이상인 사람만이 심판자격시험을 볼 수 있다.
“대학에 들어가서 선수로 활동하고 싶었던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심판의 길을 선택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체 경기의 흐름을 이끌고 선수들의 기량을 십분 발휘하게끔 유도하는 역할이 모두 심판의 몫이에요. 즉 심판의 능력 여하에 따라 경기의 질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죠.”
그래서 김씨는 “경기의 꽃은 선수가 아니라 심판”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매 경기에 임한다고 했다.
김씨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 전국상임심판 수는 대략 20여명 정도. 전국규모의 태권도대회에서 전체 심판들중 4할 이상은 여성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심판들의 세계에선 남녀차별이 있을 수 없다”며 “오로지 경력과 연륜에 의해 인정받고 명예가 주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심판인들이 스스로의 권익신장을 위해 안팎에서 남다른 노력을 해왔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심판인들의 세계 자체가 ‘실력’을 우선시하는, 프로들의 냉혹한 각축장이라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었다.
김씨는 대회출장이 있는 날을 빼고는 남는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출장이 없는 날, 특히 정성을 쏟아 함께 하는 이는 당연히 네 살배기 세상이. 한달에 15일 이상 집을 비우다 보니 어린 아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은 욕심이 큰 만큼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 욕구 또한 크다는 김씨. 그런 김씨가 가족과 함께 지낼 시간을 쪼개고 쪼개 올해부터 새로 시작한 일이 있다. 올 1월부터 당진생활체육협의회 소속 태권도 지도자로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주로 오지마을 학교에서 학생들 대상으로 태권도를 가르쳐요. 제가 중학교 1학년때 태권도를 배우면서 사춘기 방황을 끝냈던 것처럼, 시골 아이들에게도 태권도를 통해 가장 인간적인 도와 예를 깨우쳐 주고 싶어요.”
김씨에게 있어 태권도는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것을 최종목표로 하는 공격적 무도가 아니라 예의, 도를 중요시하고 겨루기보다는 품새를 익혀나가는 심신수련의 한 과정이다. 그런 태권도의 가치관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다는 것이 김씨가 세상이에게 늘 미안해하면서도 일주일에 한 번 오지의 작은 학교들을 찾는 이유이다.
사춘기 시절, 하얀 도복에 검은 띠를 맨 이웃집 언니가 너무나 멋있게 보여 만류하는 부모를 졸라 태권도장에 등록했다는 김씨. 15년이 지난 지금 김씨 눈에 비친 태권도는 여전히 멋있고 매력적인 무도이다. 팽생 태권도 사범으로, 또 심판으로 남고 싶다는 김씨. 그러나 정작 그녀가 되고 싶은 것은 다른 것이다.
“여성 IOC 위원장이 될 거에요. 목표는 크게 잡으랬다고, 어찌될 줄 누가 알아요?”
김씨를 아는 사람들은 미리 그녀의‘사인’을 받아두고 볼 일이다. 미래는 예측불허, 그래서 삶은 그 의미를 가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송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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