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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숨통 터주고 싶어하는 열혈문화청년 - ‘비틀즈’ 주인장 이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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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숨통 터주고 싶어하는 열혈청년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많아도 노래를 맛있게 부르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당진읍 읍내리 당진경찰서 앞에 위치한 음악공간 ‘비틀즈’의 주인장 이승헌(33세)씨. 그는 노래의 맛을 알고, 맛나게 부를 줄 아는 사람이다.
털털한 옷차림과 물들인 꽁지머리가 썩 잘 어울리는 그는 손님들이 ‘사장’이라 호칭하는 것에 질겁을 한다. 정겹게 ‘주인장’ 아니면 편하게‘이군’이라 불러달랜다. 소탈한 성격에 걸맞게 라이브를 신청하는 손님들에게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노래를 선사한다. 늦은 밤 그의 가게를 찾은 손님들은 스탠드바 조명 아래에서 기타를 튕기며 비틀즈의 ‘렛잇비’를 멋들어지게 부르고 있는 그를 만날 수 있다.
“손님들만을 위해서 부르는 노래는 아닙니다. 제 자신이 우선 즐거워야 합니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 중에는 이런 저와 함께 음악을 즐기기 위해 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음악과 하나된 그를 보고 있노라면 ‘잘 부른다’는 생각보다는 ‘정말이지 맛있게 부른다’라는 느낌이 든다. 가사 한구절 한구절을 맛있게 음미하며 부르는 이씨의 목소리는 듣는 사람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당진에는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그에 비해 음악매니아 층은 타지역 못지 않게 다양하고 두텁죠. 제 자신도 음악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 아쉽고 저희 손님들도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이곳에서 제한적이나마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저의 기쁨이자 손님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입니다.”
이씨는 락매니아이다.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친구들과 락밴드를 조직해 보컬을 맡았고 대학교 재학시절에는 ‘스트레인저’라는 본격 하드락밴드에서 활동 했다.
락밴드 활동을 접고 당진에 정착했던 99년, 같은 자리에서 ‘락앤롤’이라는 하드락 카페를 운영했다. 그곳은 인근 건설회사의 외국인들이 즐겨 찾던 명소였다. 지역의 대규모 공사가 끝나고 외국인들이 모두 고국으로 돌아간 뒤 그는 상호명을 ‘비틀즈’로 변경하고 음악도 하드락에서 좀더 대중적인 음악으로 바꾸었다.
이씨는 ‘비틀즈’ 공간에서 만큼은 음악장르에 대해 구분을 두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락음악만을 고집하진 않습니다. 사람들과 호흡할 수 있는 음악이라면 재즈든, 팝송이든 상관없습니다. 술을 먹으러 온 손님이면 어떻습니까. 이곳에 들른 이상은 저희와 함께 음악을 듣는 사람인 걸요.”
이씨는 몇해전 길거리 락공연을 계획했다가 무산된 일이 있다. 음악을 통해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던 그는 락공연을 통해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모을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주위의 냉소와 반대에 부딪혀 공연은 계획으로 그쳐버렸다.
당진 문화를 젊게 만들기 위해서는 젊은 사람들이 노는 모습을 지역사람들에게 많이 보여줘야합니다. 음악에 취해 몸을 흔들고 뜀박질하고 해드뱅잉을 해도 우리의 생각은 건전하다는 것을 많은 어른들이 알아줬으면 합니다.”
이씨는 다시한번 지인들과 뜻을 모아 공연을 추진해볼 욕심을 갖고 있다. 음악에 대한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당진의 문화를 젊게 만들고 싶은 욕구가 더 크다.
문화의 숨통을 터주고 문화에 생기를 불어넣는 작업은 젊은 사람들의 몫이다. 이승헌씨는 기꺼이 그 몫을 나눠가지겠다고 말한다.


송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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