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같은 세월을 지새우고 - 김동예(합덕읍 운산리)

2002-06-16     당진시대

김동예 (68세)  / 합덕읍 운산리, 합덕대건노인대학 3년

13살 때 8.15해방을, 그로부터 3년 후 6.25를 겪었다.
전후세대들은 꿈도 꾸지 못할 무섭고 두려웠던 시절. 그 악몽 같은 나날들의 기억은 나를 따르던 옆집 동생과 함께 찍은 50여년 전의 흑백사진처럼 은은한 음영으로만 남아 있을 뿐...
그리고 또다시 박정희 군사정권이 도래했고 사람들은 이슬처럼 몸을 떨었다. 그 암흑의 나날들을 지새우고 어느새 내 나이 예순 여덟. 시련의 세월을 살아오면서도 4남2녀를 두었고 남부끄럽지 않을 만큼 번듯하게 키웠다. 내가 지금 당당할 수 있는 건 돈도, 법도, 인간도 도독놈이었던 지난 세월을 허튼 소리 한번 뱉지 않고 이를 갈 듯이 살았기 때문이다.
15년전 어느날 제주도 한라산의 중턱에서도, ’90년 9월24일 방안에서도, 그리고 지금도 나는 웃고 있다. 바르게 살겠다는 절개를 지켜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응당 그럴 것이다. 악한 삶의 끝은 악하고, 선한 삶의 끝은 선하기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