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천의 교사일기 83] 카타르 도하의 교훈
2006-12-11 당진시대
그와는 대조적으로 7살 때부터 원형 탈모증을 앓아오다 현재는 전신탈모증으로 발전해 머리카락 한 올 없는 여고생이 수영 자유형 400m에서 동메달을 딴 후 시상대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보았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 또래의 선수이기에 더욱 장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사춘기에 그와 같은 역경을 딛고 한가지일에 몰두하기가 쉽지 않은 때문이다. 또한 비인기 종목선수들의 혼신을 다해 경기하는 모습들과 또 부상을 당한 몸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며 삶에 고단한 우리로 하여금 활력을 찾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그 결과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에서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은 또한 우리의 삭막했던 마음까지도 촉촉하게 적셔놓는다.
얼마 전 11월 전국연합학력시험이 모두 끝난 후 한 남학생이 ‘선생님 이번 시험에는 제가 너무 교만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을 건넨다.
늘 점수가 좋게 나와 노력을 덜했는데 시험결과가 아마 좋지 않았던 것 같아 그렇게 말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래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그 학생이 대견스러웠다. 운동을 하는 선수나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나 나라의 정책을 담당하는 자들이나 기업하는 이들 모두는 겸손한 마음가짐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토양 위에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을 던져야 할 것이다.
송악고 교사 |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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