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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당진시대 시론-허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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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충회당진군농민회장
구름을 벗겨 희망을 찾는 일

농협에서 필요한 돈을 빼기 위해 청구서에 사인을 하다 보니 2000년 0월0일로 적게 되었다. 연도표기를 제대로 한 것인지 잠시 머뭇거렸지만 분명 2000년대가 시작됐음을 실감했다. 많은 사람들이 처지가 어떻든 새로운 희망을 기대할 것이다.

자연을 숭배했던 원시적 피가 우리에게 유독 많았던 탓일까? 작년 마지막날, 서쪽에서(서해) 해가 뜬다는 왜목에는 수만명의 인파가 뒤엉켜 날밤을 새는 고생을 자청했다. 단, 10분간의 일출을 보기 위해 그 고생을 했건만 일출은 구름과 안개에 가려 보지 못했다.

새해 아침에 대통령은 ‘새천년 새희망’이라 신년휘호를 썼고 전국구와 지역구의 주요인사들이 그와 비슷한 희망을 노래하는 신년사를 썼다. 그러나 농민의 한사람으로서, 소시민의 한사람으로서 그들 신년사를 보고 느끼는 심정은 왜목의 일출처럼 그리 밝지 못하다.
희망을 갖고 잘해보자는데 굳이 찬물을 끼얹을 의도야 없으나 21세기를 노래하는 희망이 곧 기득권이나 재주있는 사람들만의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앞서는 것은 왜일까?

작년 한해동안 농민들이 줄기차게 요구했던 ‘농가부채 해결’은 기미도 보이지 않고 이리저리 큰빚을 내어 빚갚는데 쓰고 어떤 작물을 심어야 제값을 받을지 고민 중인데 정부는 아이엠에푸 완전극복을 선언했다. 그리고 주식과 코스닥으로 떼돈을 벌었다는 소문은 또다시 돈과 재주없는 자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사회와 국가경영의 목표가 이웃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평등한 세상인데 누군 재주없어 쪼그라들거나 망하고 누군 하루아침에 팔자가 편단 말인가.

국회에서 산더미처럼 쌓인 민생현안은 처리되지 않고 끝없는 정쟁이 이어지면서 16대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본격적인 선거철을 맞아 그동안 낯설지 않은 얼굴들이 또 우리앞에 나타나 한참동안 귀찮게 할 것이다.

농민 앞에선 농민문제해결을 들먹일테고, 영세상인에겐 지역경제 활성화를 주창할 것이다. 고향에선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종친이나 동문 등 각각의 연고를 찾아다니며 구차한 표를 동냥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한뼘 얼굴보고 사는 세상이니 애써 표정을 달래며 형식적인 인사를 나눌테지만 속마음엔 ‘이번엔 절대 투표하지 않겠다’고 다짐할 것이다. 시민단체 역시 이번엔 체념하기 십상이다. 과거 공명선거를 유도하고 정책의 우열을 가려 시민의 올바른 판단을 위해 노력했지만 그 성과는 미흡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바른 선거를 위한 노력은 시민운동의 의무이며 목표인 바 절대 체념하거나 포기해선 안된다. 우리보다 잘사는 해외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더 많은 세월동안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왔고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 정착과 복지사회를 실현하고 있다.

뒤에 감춰진 희망을 찾아 구름과 안개를 벗기는 일은 시민과 시민운동체의 몫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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