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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칼럼/지역공동체를 위해 일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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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철을 맞아 예년과 다름없이 각 농어촌 소재 고등학교마다 재학생들의 명문대 합격을 자랑하는 플랭카드로 교문을 장식하고 있다. 지역신문에도 명문대에 진학한 지역학생들의 숫자와 인터뷰 기사가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다. 도시학교와 다름없이 농어촌지역에서도 일류대에 많은 졸업생을 입학시킨 학교가 우수한 학교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농어촌 학교의 일류대 진학 집착증이 지역사회 발전에 커다란 장애요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듯하다.
물론 지역에서 훌륭한 인재를 배출하는 것 자체가 나쁠 것은 없다. 문제는 일류대 입시에만 집착, 정작 지역에서 일할 일꾼들의 교육을 외면하는 풍토이다. 우리나라 어느 지역이고 지역출신 인재들이 명문대 교육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가 지역주민을 위해 일하는 사례는 극히 찾아보기 힘들다. 기껏해야 명절날 내려와 고향을 지키는 젊은이들을 기죽이고 돌아가거나, 나이가 들면 한자리 출마를 위해 지역행사에 얼굴을 내미는 것이 고작이다. 지방자치, 지역사회 발전 등의 구호는 요란하지만 막상 지역공동체를 위해 사심없이 일하는 사람들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지역사회가 발전하려면 무엇보다도 유능한 인재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지역사회는 도로, 공장 등의 산업기반시설 위주로 지역발전을 연계시킨다. 지역사회를 이끌어 갈 유능하고 헌신적인 지역일꾼이 없다면 아무리 건실한 산업기반을 갖추고 있고 널찍한 도로망을 갖추었어도 결코 그 지역은 발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산업폐기물만 쌓이고 티켓다방만 늘어날 뿐이다.
농어촌지역에서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지 않고는 결코 그 지역사회의 발전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논리에 입각한 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농어촌지역의 교육을 더욱 황폐화시키고 있다. 농어촌 작은학교의 일방적인 통폐합이나 일류대 육성을 목표로 시행되고 있는 두뇌한국 21(BK21) 등이 바로 그것이다. 더욱더 많은 교육적 배려가 필요한 농어촌지역의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오히려 더 많은 짐을 떠맡기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농어촌지역의 학부모들은 자녀교육을 위해 일찌감치 도시로 이주하거나, 아예 학교교육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이 달라지지 않고는 농어촌 지역사회의 황폐화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우선 교육자치를 통해 각 지역실정에 맞는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교육행정체계가 시급히 바뀌어야 한다. 대도시와는 판이하게 다른 농어촌 지역사회의 교육환경을 고려해 지역주민들이 교육의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고, 학교를 운영하는데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도시 소재 일류대학 육성에만 몰두하는 불평등한 교육정책도 중단되어야 한다. 지방소재 학생들도 균등한 교육권을 누릴 수 있도록 지방대학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과 아울러 지역사회의 그릇된 고정관념도 사라져야 한다. 아직도 지역사회에서는 일류대 입학생을 많이 배출한 학교가 좋은 학교이고, 일류대에 진학한 학생들만이 고향을 자랑스럽게 만든 인물로 평가된다. 반면 고향에 남기 위해서 지방대학에 진학하거나 대학대신 일터를 택한 젊은이들은 낙오자와 패배자로 간주된다. 그러나 정작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할 사람들은 바로 그들이다.
사실 점수에 민감하고 경쟁에 익숙한 사람들은 지역사회 발전과 지역공동체의 재건에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 지역공동체를 이끌어갈 사람들은 생존경쟁에만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 공동체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웃을 이해하고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지역사회의 발전이 가능해진다. 비록 지적인 정교함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거나 양보하면서 지역사회 전체를 위해 일할 수 있는 무던한 일꾼들이 지역사회에는 훨씬 더 큰 도움이 된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지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육을 마치고 삶의 터전을 닦으려는 젊은이들을 기특히 여기고 적극 지원해야 한다. 한편 지역사회도 기껏 죽쑤어 개주듯 지역의 유능한 인재를 외지에 빼앗겨 놓고 그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우스운 꼴을 더이상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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