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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권건오/자신을 용서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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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건오
당진축협 감사실장
국립공주대학 강사

사회규범으로서 법률은 도덕보다는 하위개념이다. 도덕이 지배하는 사회야말로 우리들의 바람이지만 이러한 도덕사회는 이론적으로나 가능하기 때문에 법률의 권위만이라도 확보되어 질서가 성공적으로 유지된다면 훌륭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도덕사회는 이상향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상향을 다룬 토마스 모어의 소설 제목 유토피아(Utopia)의 라틴어 어원을 분석해보면 ou(없다)+topos(곳)+ia(명사어미)로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뜻에서 알 수 있듯이 도덕적 사회는 존재할 수 없는 이상적인 사회이기 때문이다.
법률의 권위만이라도 확보되어 질서가 성공적으로 유지되기를 바라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나라의 국민 열명 중에 아홉명은 법률이나 상식보다는 권력과 돈 그리고 연줄의 중요성과 유전무죄(有錢無罪) 유권무죄(有權無罪)의 의식에 젖어 있다는 것이 형사정책연구원의 「준법의식 실태」 설문결과로 나타난 것을 보면 법률에 대한 불신이 너무나 크다는 현실로 인해서이다.
이러한 국민 법의식의 왜곡은 단 시간 내에 이루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사회가 너무나 오랫동안 혈연과 지연과 학연이라는 폐쇄적 고리에 얽힌 결과일 것이다. 또한 우리들은 자신에게는 관대하지만 타인에게는 매우 엄격한 사회적 척도를 적용하는 편협함을 가지고 있음을 우리는 안다. 흔한 예이지만 「금지된 장난」에 대해서 자신의 경우는 로맨스이지만 다른 사람의 경우는 불륜으로 질책을 하는 마음을 바탕에 가진다. 자신이 교통법규를 어길 경우에는 불가피한 경우이고 남한테는 준법정신이 결여되어서라고 말한다.
이러한 심리구조는 자신이 규정을 위반하는 데는 타당한 이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합리화하여 인정받고자 하며 타인의 경우에는 엄격하게 적용하는 유아적 심리구조로 인한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한국사회의 많은 곳에서 부정부패와 부조리 그리고 이기심을 만연시키는 근원이 되고 있다.
도덕이 인간이 만든 법보다 상위에 있다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또 윤리와 도덕의 부재 속에 상실되어 가는 자아를 찾고 도덕성이 회복되고 사랑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규범과 질서가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 반사회적 죄악은 철저하게 응징되어야 하고 한번이라도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생각이 정립되도록 사회풍토가 개선되어야 한다. 또한「좋은 것이 좋다」는 적당주의, 살기 위해서 저지른 잘못이라며 덮어두고자 하는 온정주의, 혈연 지연 학연으로 연결된 패거리 문화의 안면주의의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만 보상받는 사회, 능력있는 사람이 제역할을 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사람이 존경받는 사회가 되도록 하여야 한다. 이러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남이 아닌 나 자신이 변화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흔히 지도층의 잘못에 대해서 분개하며 책망한다. 그러나 나 자신은 그들보다 도덕적이고 준법정신이 강한 생활태도를 가지고 있는가 반성이 필요하다. 자기 자신에게는 남에게 보다 너그럽지 않는가를 돌아보아야 한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을 책망하고 나무라기 앞서 자기를 살펴보아야 한다. 자기가 저지르는 잘못들에 대해서 스스로를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 부정과 부패가 자신으로부터 비롯되지 않았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제는 나 혼자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서 부정부패와 부조리에 동의하는 자신을 용서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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