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기획<1> 지방자치 10년 무엇이 달라졌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행정서비스 개선됐으나 소신없는 행정은 여전

제도적 장점 살리지 못하고 발전 전기 못삼아

편집자 주//
21세기의 시작을 알렸던 2001년은 우리나라에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10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이기도 하다.
1991년 지방의회 선거를 시작으로 30년만에 부활한 지방자치는 지난 10년간 지역사회의 각 부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우리의 삶에 적지 않은 변화를 일으켰다. 그러나 한편으로 30년간의 공백은 지방자치를 우리의 삶에 다시 착근시키는 데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라는 것을 실감시키기에 충분했다.
해방과 전쟁, 그리고 격변의 정치사 속에서 태동했던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군부독재의 총칼에 의해 채 숨통도 트이기 전에 질식해버리고 시민의 자치권은 절대권력의 통치아래 망각의 늪에 유폐돼야 했다. 그로부터 다시 30년 후, 강산이 세번 바뀐 후에야 우리는 비로소 기억 저편에서 잊혀져 있던 지방자치를 다시 부활시킬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난 10년간 지방자치는 우리의 지역과 삶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을까?
과연 수많은 젊은이들의 희생으로 쟁취한 지방자치가 숭고한 피의 대가만큼 지역의 민주주의와 주민의 자치권 향상에 기여하고 있을까?
본지는 창간 8주년을 맞아 지난 10년간 지방자치가 우리의 지역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각계의 의견을 토대로 집중 분석해 보기로 했다. 세계화와 지방화라는 급격한 변동의 시기를 맞이하며 지역의 미래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즈음 지방자치는 우리에게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경우에 따라서는 자칫 미궁으로 좌초할 수도 있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공통된 우려다.
특히 개발과 환경이라는 주제의 틈바구니에서 혼돈과 반전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 지역의 경우 지방자치는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장이 될 수 있다는 의견에 각계 인사들은 동의를 표했다.

기획1
지방자치 10년 무엇이 달라졌나

관선군수 당시 평균임기 고작 1~2년
지방자치 실시로 책임·봉사행정 가능해져

오랜 중앙집권 끝에 시작한 지방자치

과연 우리에게 지방자치는 무엇을 의미할까? 지방자치의 실시는 우리지역의 자치권이 비로소 주민에게 되돌려지게 됨을 뜻한다.
우리 지역의 지방자치 10년을 돌이켜 보면 주민들이 자기 지역의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직접 선출함으로써 민주주의와 자치의식을 향상시키고 자치단체의 행정서비스를 한단계 발전시키는 등 많은 성과가 있었다. 반면 지역이기주의에 근거한 집단민원과 환경파괴를 가져온 난개발, 행정비용 증가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우리지역의 지방자치는 외적인 성장과 발전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제1대 군의원들의 평균나이가 56.2세인데 비해 제2대 군의원들의 평균나이가 55.5세, 제3대에 이르러서는 51.6세까지 낮아지는 등 연령층이 대폭 낮아지고 학력수준도 높아졌으나 그만큼 의정활동의 수준이 나아졌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평가를 유보하고 있다.
올해로 10년을 맞는 지방자치는 앞으로 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특히 세계화와 지방화라는 거센 시대의 풍랑 앞에 놓이게 됨에 따라 지방자치를 어떻게 운영하는가는 지역의 미래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고 가게 될 것이다.

윗분 눈치보느라 임기만 때웠던 관선군수

본격적인 지방자치의 이전 즉, 자치단체장을 주민들이 직접 뽑지 못하고 정부에서 임명하던 시절에는 관선군수가 임기동안 건드리지 말아야 할 ‘3장’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송장’, ‘시장’, ‘정류장’이 그것인데 자칫 잘못 건드려 지역여론이 들끓을 경우 지역 국회의원이나 내무부 장관의 눈밖에 나서 중도에 하차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임기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책임행정을 펼 수 없었던 시절에 흔히 접할 수 있었던 관선군수의 모습이다.
당시에는 지역 국회의원이 내무부 장관에 대한 로비를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인물을 군수로 임명하도록 했기 때문에 소신있는 군정수행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또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인사이동이 일어났기 때문에 관선군수의 임기는 1~2년이 보통이었다.
이로 인해 늘상 윗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했고 임기가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발전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 따라서 대부분의 관선군수들은 소신있고 개혁적인 군정의 수행보다는 별 문제없이 임기만 때우고 간다는 의식이 팽배했었다.
또한 관선군수의 대부분은 지역 출신도 아니고 언젠가는 떠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역실정을 잘 몰라 실무자들이 내미는 서류에 도장만 찍다 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당시 공무원 사회에서는 행정계장이 사실상 군정을 이끌어간다는 말까지 있었다고 한다.
인사권이 사실상 지역 국회의원과 정부에 있었기 때문에 전체 주민의 여론을 수렴하기 보다는 일부 토호세력과 연계해 지역의 여론을 왜곡하고 기득권층의 이익을 비호하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또한 주민들의 여론을 살피기 보다는 인사권자인 ‘윗분’들의 눈치를 살펴야 했기 때문에 서비스 행정은 기대할 수 없었다. 각종 지침에 의한 지시일변도의 군정수행으로 민본행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주민들은 높은 행정관청의 문턱에 주눅들었고 공무원들의 고압적 태도에 분노를 삼켜야 했다.

민선자치 이후에야 소신·봉사행정 가능

민선 이후 군 행정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자치단체장을 주민들이 직선으로 뽑았기 때문에 권위주의적인 모습의 군 행정에서 대군민 서비스가 대폭 강화된 형태로 군 행정이 바뀌어 갔다.
민원부서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공무원들의 고압적 태도가 훨씬 친절하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바뀌었으며 전에는 얼굴 한 번 마주 대하기 어려웠던 군수를 훨씬 수월하게 만날 수 있었다. 군수의 권위를 상징하던 ‘영감’이라는 호칭도 점차 사라져갔다.
또한 주민직선에 의해 선출되고 임기가 보장됐기 때문에 ‘윗분’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보다 책임있는 군정수행을 할 수 있었다. 따라서 대충 임기만 때우고 간다는 생각이 점차 사라지고 꼭 처리해야 할 지역적 현안은 어떻게든 매듭을 짓는 풍토가 마련됐다.
당진군의 경우 관선시절 12년간을 표류했던 도시계획이 민선군수로 바뀌면서 결국 수립됐으며 쓰레기 위생매립장도 우여곡절 끝에 건립됐다.
민선군수 대부분 지역출신이고 지역사정에 밝은 인물들이기 때문에 실정에 맞는 군정을 수행할 수 있었다. 더이상 실무자들의 서류에 도장만 찍는 일이 없어졌고 공무원들도 서류를 형식적으로 작성하거나 허위로 작성하는 일이 점차 사라져갔다.
지역주민에 의해 뽑힌 민선군수는 더 이상 상급기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었다. 지난 6월 한전의 핵폐기장 유치공모에 의해 난지도 주민들이 유치 신청을 하자 당진군은 신청서를 반려했다. 예전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관선군수 때만 해도 대학생들의 농활에 대해 담당 공무원을 시켜 일일이 감시하고 보고하도록 했으나 민선군수로 바뀐 후에는 환영식에서 직접 축사를 낭독할 정도로 의식과 태도가 바뀌었다.
또한 민선군수로 바뀌면서 지역실정에 맞는 중장기 개발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상급기관의 방침대로 개발계획을 수립했으나 민선으로 바뀐 후 여러가지 지역 여건과 실정을 감안해서 상황에 맞는 개발계획을 수립할 수 있어 이전에 비해 보다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지역개발이 가능해졌다.
지방의회 또한 민원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대민봉사체제를 정비하는 데 기여했다. 군정질문과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군 행정의 미비점과 잘못을 지적하고 주민위주의 서비스 행정을 구현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지방의회가 출범한 이후 대민행정의 개선, 공무원의 행태변화 등 민원서비스의 질이 크게 개선됐다.

제도적 장점 살리지 못하고
무난한 군수로 만족해

지방자치의 실시는 제도적 장점에 의한 성과 못지 않게 운영상의 잘못에 의한 여러가지 문제를 낳기도 했다.
우선 지나치게 표를 의식한 행정으로 소신있는 사업추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템의 개발과 함께 과감한 사업추진이 필수적이다. 새로운 사업의 입안과 추진은 주민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가지 입장이 서로 확연하게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설득해서 사업이 원만하게 추진되도록 하는 것이 민선군수의 역할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을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어렵다 하여 회피하려 한다면 무사안일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현재 김낙성 군수가 가장 많이 듣고 있는 비판 중 하나가 지나치게 무난한 군수로서 자신의 역할을 제한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군정수행 방식으로는 민원을 유발하거나 누군가에게 큰 욕을 먹진 않겠지만 급변하는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기로에 놓인 지역의 청사진을 올바르게 제시할 수 없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지역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기 보다 외부적 변수에 의해 떠밀려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군 예산 확보나 현안문제 해결을 위해 중앙부처를 방문하거나 세일즈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군수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국제외교 무대에서조차 각국 정상들이 자국 상품의 판매를 위해 체면도 불사하고 세일즈 외교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과 비교하면 너무나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공무원들 또한 군 행정의 주인인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하기 보다 인사권을 장악한 군수의 눈치를 보느라 본분을 망각한 행동을 하는 바람에 눈총을 받기도 했다.
새로운 아이템의 개발과 과감한 사업추진을 꺼리는 민선군수는 경조사 방문과 각종 민간행사 참석을 통해 인기를 만회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저인망식 바닥훑기는 선거시기 득표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지 몰라도 4년간 지역의 미래를 위임한 군민들에게는 불행한 일이다.
장동환 당진지역사회연구소장은 “군수가 마을 경조사까지 일일이 참석하다 보면 군 행정 책임자로서 시간할애를 어떻게 할 지 걱정”이라며 “지역주민들의 이런 저런 요구도 많겠지만 소신껏 사업을 추진하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도의회 의원은 정체성 찾기에 실패

도의회 의원의 경우 무엇보다 자신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정체성을 찾는 데 대부분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행정구역상 도의 위치는 중앙정부와 기초자치단체의 중간에 끼어있어 역할이 모호한 만큼 무엇보다 자신의 역할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이러한 일을 소홀히 하다보면 주민들이 도의원의 존재와 활동을 잊고 지내게 된다.
자신의 역할에 대한 불철저한 이해와 함께 당진군의 절반에 해당되는 지역을 선거구로 갖고 있다는 특성은 도의원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군수출마에 대한 유혹을 갖게 한다. 도의원을 역임한 바 있는 이홍근씨와 김종성씨가 군수후보에 출마한 것을 비롯해 현직 도의원인 장준섭 의원과 정용해 의원도 군수 출마예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도의원의 역할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과 함께 정체성을 찾는 노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도의원을 군수출마의 디딤돌로 여기는 풍토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현안에 대한 대응도 같은 차원에서 비판받고 있다.
각종 지역현안 중 특히 당진항 지정문제나 평택(아산)항 기본계획(안), 도계분쟁 등의 경우는 충남도에서 더욱 적극 나서야 할 사안임에도 당진군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따라서 도의원이 제 역할을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중앙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군의원

군의원의 경우 다른 어느 선출직 공직자보다 지역주민의 생활에 밀접해야 함에도 중앙정치의 논리에 휘말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선출직 공직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정당공천이 배제돼 있음에도 선거시 특정정당에 의해 내천됐다는 사실 때문에 중앙당이나 지구당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심지어는 지난 98년 지방선거 직후 현직 국회의원이 같은 당의 군의원들을 통해 군의회 의장과 부의장 선출에 관여하기도 했다. 국회의원이 군의원에게 원 구성을 놓고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는 일은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행동이다.
뿐만 아니라 자치단체장과 같은 정당 소속 의원들의 경우 지구당의 ‘지시’에 의해 견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동조하는 경우가 많아 큰 폐해로 지적되고 있다.
제2대 군의회 의장을 역임했던 한정우 전 군의원은 “의원 자체 회의를 통해 합의하고도 표결과정에서 자치단체장과 같은 당의 의원들이 다르게 표결하는 바람에 제대로 견제를 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또한 현행 선거법에서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가 도를 넘었다는 평가다. 특히 예산안 처리 때에는 불요불급한 예산을 삭감하는 대신 각 읍·면으로 선심성 예산을 책정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전체 군정을 살피기 보다 지역구 민원 해결과 예산 챙기기에 나서고 있어 일부 주민들로부터 군의원이 읍·면 의원으로 전락했다는 따가운 질책마저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의원의 경우 각 지역구로 예산을 끌어오는 과정에서 사업자 선정에 개입하는 사례도 종종 발견되고 있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일반 주민들이 선출직 공직자에 대해 갖고 있는 불신 중 이권개입에 관한 사항이 불신정도가 가장 심하기 때문에 대책이 필요하다. 자칫 군의회 전체에 대한 심각한 불신이나 무용론이 제기될 수 있어 군의원 본인이나 지역사회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군의원 12명 전원이 남성의원들로 구성됨으로 해서 특유의 권위주의적 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도 커다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여성의원이 한명도 없기 때문에 여성이나 아동문제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이 거의 입안되지 않고 남성 중심의 권위주의적이고 지배적인 정치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어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제도 및 운영상의 대폭적 개선 요구돼

지방자치 10년을 맞이하면서 시민단체에서는 지방자치법의 대폭적인 개정과 운영상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주민의 참정권을 심하게 제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말로만 지방자치를 시행하고 있을 뿐 내용적으로는 아직도 중앙집권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당진참여연대의 조상연 사무국장은 “실질적으로는 중앙정부가 모든 권력을 갖고 있으면서 말로만 지방자치를 시행하고 있다”며 “중앙에 집중된 권력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형식상의 제도로 그치고 있는 지방자치를 본래 의미의 주민자치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민에 의한 직접 참정제도의 확대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직접참정 제도는 일반적으로 주민발안, 주민투표, 주민소환을 말하며 이 제도가 도입될 때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가 가능하다고 학계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또한 자치입법권의 강화와 함께 지방경찰제의 도입, 소선거구제의 중대선거구제 개편, 정당참여 배제 등도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다.

외국사례 타산지석 삼아야

미국 기초의회의 회의장은 우리 군의회의 회의장과는 전혀 다른 구조로 배치돼 있다.
회의장의 대부분은 방청석이 차지하고 있으며 의원석은 회의장 가장 안쪽에 한줄로 방청석을 향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따라서 의원들은 방청석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회의를 진행하고 방청석의 주민들도 의원들의 뒷모습이나 옆모습이 아닌 앞모습을 바라보며 의정활동을 지켜볼 수 있다.
또한 미국의 기초의회는 대부분 저녁시간에 개회한다. 직장에 다니는 일반주민들이 퇴근 후에 자유롭게 방청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미국의 기초자치단체장 또한 우리들의 눈에는 다소 이색적이다. 이들은 대부분 비상임으로 생업에 종사하면서 자치단체 업무를 관장한다. 그러나 비상임이라 해서 실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미국의 기초단체는 재정과 경찰권 등 훨씬 많은 자치권을 갖고 있어 허울만 좋은 우리 기초단체보다 실권이 더 많다.
더욱이 권위주의와 거리가 먼 미국의 시장은 작업복 차림으로 시청을 방문한 손님을 맞이할 정도로 격이 없기 때문에 일상생활 속에서 주민들과 편하게 만나 여론과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에 반영해서 좀더 현실적인 시정을 구현할 수 있다.
반면 넓직한 의원석에 밀려 한쪽 구석에 설치된 방청석에, 그것도 답변을 준비하는 공무원들이 자리를 메운 가운데 얼마남지 않은 자리에 몰려앉은 방청객의 모습은 우리 지방자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실례다.

지방자치 발전 위해 지역 각계 힘 모아야

지방자치제도는 국가발전을 위한 한 수단이다.
주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지방자치가 무엇이며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인식 아래서 제도와 운영의 개선을 위해 정치권을 비롯한 지역 각계의 지혜와 힘을 모아 나가야 진정한 의미의 주민자치가 가능하다고 하겠다.
지금은 자치권을 어떻게 확대해 나갈 것인가, 즉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기능 재배분을 어떠한 방식으로 해야 할 것인가를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더불어 현재의 자치단체와 지방의회를 어떻게 주민통제하에 둘 것인가에 대한 지역적 의견의 결집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이 뜻있는 주민들의 의견이다. ■


전문가 인터뷰
“중대선거구제 개편·의원 유급제 실시해야”
김 학 민 순천향대 사회과학대학 법정학부 교수
=현재의 지방자치법 개정 논의에서 제기되고 있는 소선거구제 개정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소선거구제의 경우 지역할거주의로 인해 정치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당진군 정도의 자치단체에서 12명이나 되는 군의원이 필요하진 않다. 중대선거구제 전환과 함께 의원수도 2/3가량 줄이고 유급제를 실시해서 실질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행과 같은 무급제 하에서 의정활동을 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현재의 행정구역에 대한 개편논의도 진행되고 있는데…
-지금의 행정구역은 기능상 재정립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인근 시군을 하나로 묶어 상하수도, 교육, 교통, 체육시설 등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광역행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인 행정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도의 경우 현재의 업무 중 생활부분에 대한 조정기능을 기초자치단체로 이양하고 중앙정부 역시 기능을 지방자치단체에 대폭 이양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기초자치단체가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있다.
-외국의 경우 기초자치단체가 우리의 읍·면·동 수준으로 심지어는 50~100명 단위의 자치타운도 있다. 이러한 자치단체도 경찰과 교육까지 자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 나라의 경우 주민들이 스스로 투표에 의해 주민자치를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자치조직권이 없어 불가능하다.
지금의 기초자치단체는 지나치게 커서 운영에 문제가 있다. 지금 당장은 재정적 문제로 인해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읍·면·동 단위의 크기로 기초자치단체가 재조정돼야 한다고 본다.


전직의원 인터뷰

“지방재정 확충없이 지방자치 없다”
한 정 우 전 당진군의회 의장
=현행 지방자치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모든 행정적 권한을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특히 지방재정이 열악해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못하고 있다. 지방재정이 확충되지 않고는 사실상 지방자치단체에서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다.

=군의회가 본연의 역할 중 하나인 자치단체 견제기능에 충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제2대 의회에서 자치단체의 불합리한 행정행위에 대해 제동을 걸기로 하고 의원회의를 통해 결의를 모았음에도 막상 표결과정에서는 뒤집힌 적이 있다. 자치단체장과 같은 정당 소속의 의원들이 이탈한 것이었다. 의회가 견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집행부만 따라다녀서야 어디 군의회라고 할 수 있는가. 군정질문이나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파헤쳐야함에도 같은 당이라고 해서 형식적으로 할 것이라면 의정활동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선출직 공직자들의 경우 소신있는 활동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영국 시의회의 경우 지역의 여론과 반대되는 의견임에도 소신껏 밀고 나가기도 하고 만약 협의를 통해 민원인들의 의견에 동의하게 되면 즉시 자신의 의견을 버리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우리의 군의원들은 주민의견을 수렴한다고 해도 일부 주모하는 사람의 의견을 따르거나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수시로 바꾸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군정을 견제해야 하는 군의회가 이렇게 고분고분해서야 진정한 지방자치가 이룩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주민 인터뷰
“공격적인 경영마인드 필요하다”
신 철 석 아산해운 대표

=현재의 당진군 지방자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지금과 같은 급속한 개발시대에는 좀더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당진지역은 전투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지도자들이 무사안일로 일관하고 있는 형국이다. 민선시대의 군수라면 경영마인드를 갖고 적극적으로 수익사업을 고민해야 함에도 현실에 안주하는 행정에 그치고 있다.

=현 상황에서 민선군수의 자세는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격변기일수록 공격적인 경영마인드를 갖고 행정에 임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 있는 듯 없는 듯한 군수가 우리 지역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당장 평택만 해도 항만계획 수립과 투자홍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음에도 당진군은 부곡공단 투자유치에 실패하는 등 소극적 행정으로 인해 문제에 직면해 있다.

=당진항 지정을 위한 자치단체의 노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현재의 활동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만일 지정이 되더라도 당진항 유치 후의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지정 이후의 항만계획을 위한 조직정비나 인력확충 등 어떠한 노력도 없다.
평택에서는 항만에 화주를 유치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당진군에서는 항만관련 기업에 대해 불편사항 한번 물은 적이 없을 정도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