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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장 재 환/고산감리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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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대와 인생길


각종 체육대회가 많이 열리는 가을은 스포츠의 계절같다. 나는 많은 스포츠 종목 가운데 평균대 운동을 좋아한다. 내가 평균대 운동을 선호하는 것은 귀엽고 날렵한 소녀들의 묘기 때문도 아니고, 가장 어렵고 힘들면서도 비인기종목인 평균대운동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평균대 운동기구가 암시하는 상징성 때문이다.
평균대 운동은 10cm 넓이의 한 가닥으로 된 대(臺) 위에서 각종 연기를 보이는 경기다. 바로 이 10cm는 보통사람의 발바닥 넓이다. 그러고 보면 평균대 운동은 사람이 걷는데 꼭 필요한 발바닥 넓이만큼의 길을 주고 걸어보게 하는 운동인 것 같다.
참 이상한 것은 사람이 평균대 위에서 걷는 것이나 땅 위에서 걷는 것이나 발바닥으로 밟는 면적은 같은 10cm인데 평균대 위에서는 비틀거리며 넘어지지만 땅 위에서는 잘 걸어간다. 이것은 사람이 걸어가는데 발바닥 넓이만큼의 길만으로는 걸어 갈 수 없고 발바닥으로 밟지 않는 부분이 더 넓게 있어야 됨을 가르쳐 준다. 그래서 길은 언제나 밟고 지나가는 이용되는 부분보다 이용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오히려 이용되지 않는 부분이 넓을수록 안전하게 마음껏 걷고 달릴 수 있는 좋은 길이다.
길은 그 자체에서는 쌀 한톨, 못 하나 생산하지 않으면서 사용하지도 않는 넓은 땅을 필요로 한다. 상업적 계산으로 따진다면 길은 철저히 무가치하다. 그러나 신비하게도 그 무가치가 길의 참가치가 된다는 역설적인 진리가 여기에 있다.
장자는 이를 일컬어 무용지용(無用之用)이라 했다. 그러므로 평균대 운동은 얼른 보아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의 귀중함을 일깨워준다. 사람이 평형감각을 가지고 당당하게 직립보행할 수 있는 것은 밟지 않고 즉 소용되지 않는 그 무용한 땅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길은 효용성과 생산성이라는 가치기준으로 보면 철저히 무익하지만, 그렇게 철저히 무용할 때 제기능을 다하는 길이 되어 길 자체에서 수확할 수 있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것을 실어다 준다.
영악한 경제적 동물이 되어 버린 현대인은 종교무용론을 주장한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진리, 영혼, 사랑, 믿음, 희생, 용서, 화해 등을 내다 버리고 그곳에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황금 밭으로 개간하므로 자기 인생길을 평균대 길로 만들어 버렸다. 그 결과 많은 물질적 풍요는 얻었지만 불안, 초조, 두려움과 절망감에 더깊이 빠지게 된 것은 아닌지.
이제는 오직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며 평균대 외길 위에서 긴장과 불안 속에 비틀거리며 살아온 삶을 멈추고, 무익하고 무용하다고 버린 소중한 신앙적인 진리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인생길이 넓어지고 여유로와지며 넉넉해지고 활력이 넘치게 될 것이다.
당진지역의 도로확장공사가 한창이다. 우리네 인생길도 넓히자. 왜냐하면 아무리 훌륭한 평균대 운동선수라 해도 발바닥 크기만한 길을 평생 걸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인생은 평균대 위에서 하는 곡예가 아니다. 길가는 나그네다.
신약성경 요한복음 14장 6절에 예수님께서 유명한 말씀을 하셨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예수님은 우리들이 험한 세상 나그네길에 안심하고 평안히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도록 참 길이 되어주시는 분이시다. 그 길을 귀중히 여기고 따라 가보라. 진리와 생명으로 인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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