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실시간뉴스
편집 : 2024-04-18 13:58 (목)

본문영역

  • 사회
  • 입력 1997.12.08 00:00
  • 호수 202

12월 한파속에 인정의 꽃 만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당진군 새마을 일꾼들 사랑의 김장 담그던 날
- 배추 3천포기 김장담가 불우이웃에 전달

4년전부터 그날이 되면 하회탈 같은 웃음꽃이 만발했다. 이것 저것 복잡하고 암울하기만한 올연말이건만 당진읍 남매식당의 별관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이 웃음을 볼 수 있었다.
바로 지난 12월 1일부터 이틀간에 걸쳐 당진군 남녀새마을지도자 50여명이 2백70여가구에 이르는 군내 불우이웃 전세대에 선물할 김장을 담그는 현장의 표정이다.
배추포기수만해도 3천여포기.
대호지면 두산리에서 직접 사들인 이 배추를 하룻동안 밭에서 절여놓았다가 이튿날 남매식당 별관으로 옮겨 물로 헹구어내고 양념을 하는 중이다. 체감온도가 영하 15℃.
12월의 문턱을 넘어서자마자 기다렸다는듯 닥쳐온 한파는 새마을 일꾼들에게 “이래도 봉사가 즐겁다고 할테냐”라며 약을 올리는 듯하다. 그러나 1t 트럭 넉대분의 배추를 대호지에서 직접 실어 나르고 양념이 다 버무려진 배추김치 국물이 새어 나갈새라 비닐포장 꼭꼭 하고 정성껏 상자에 담는 읍면 새마을지도자 회장들.
그리고 ‘노인들에게 드릴건데 깨끗하게 담가야 하지 않느냐’며 두번 세번 찬 수돗물에 절인 배추를 헹구어내는 부녀회장들의 표정은 봉사를 해본 사람만이 그 기쁨을 안다는듯 초연하고 담담할 뿐이다. 하긴, 한해도 거르지 않고 벌써 4년째 이 일을 해내고 있는 그들이다.
마늘, 고추, 액젓값이 작년에 비해 갑절이나 올랐건만 ‘양념 아끼지 말라’며 다그치는 이영희 군부녀회장의 ‘잔소리’는 평생 남에게 주는 일을 낙으로 알고 살아온 자상한 시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오후가 되자 간간이 눈발이 흩날리고 바람은 더욱 세차게 몰아쳤다. 그 와중에서도 어디선가 진한 농담이 흘러나오기도 하고 뒤이어 폭소가 터지기도 한다.
추운 겨울이 닥쳤어도 누구하나 찾아와 문안인사 드리는 이 없는 혼자사시는 노인 140여 가구, 엄마아빠는 꿈속에서나 볼수있는 어린가장 70여세대,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는 60여가구의 불우이웃에게 남김없이 전달될 이 사랑의 김장은 화기애애한 그런 웃음속에 오후3시가 다 돼서야 마무리되어 어려운 이웃들에게 배달되었다.
이 값진 봉사에는 새마을 일꾼들이 각자의 주머니돈을 털고 미역등을 팔아서 마련한 수익금 4백20만원이 아낌없이 쓰여졌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