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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0.12.18 00:00
  • 호수 350

농민의 어려움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이덕주 위원장과 임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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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농협 노동조합 당진지부

“농민의 어려움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전국농협노동조합 당진지부 이덕주 위원장과 임원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협동조합의 재건,
농민을 위한 농협에서 당당하게 일하는 것입니다”

2000년 12월 8일 저녁 7시경, 당진군에 있는 조그만 식당에서는 20~30대의 젊은 청년들이 모여 무언가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었다.
이들은 전날 새벽까지 이어졌던 당진 농민들의 농기계 반납시위에 대해 이야기했다. 농가부채의 구조적인 악순환과 최근 지역농협의 조합상호지원기금을 농협중앙회가 자지자본으로 의결한 사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농민이 처한 어려움에 대해, 지역농협의 현실에 대해 걱정하며 이날 이 자리에 모여앉은 사람들은 일선 읍면농협의 직원들이었다. 그들은 농협노조 당진지부의 임원들이기도 했다.
당진에 농협직원들의 결사체인 농협노조가 생긴 것은 막 2000년으로 접어든 올1월이었다.
기본부터 바로잡고, 시스템을 바꾸고, 비효율적인 요소들을 과감히 개선하자는 구조조정의 바람 앞에서 사회전체가 술렁댔지만 일선농협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가닥을 잡을 수가 없었다. 정보와 말할 수 있는 통로는 중앙회와 지역조합의 관리자들에게만 열려있었다. 농협의 그 많은 직원들은 공문으로 간단히 전달되거나 관리자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단편적이고 때로는 편향된 정보에 만족해야 했으며 그것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는 더더욱 없었다. 협동조합의 주체인 농민들에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침묵하거나 더이상 무기력하게 남의 일 바라보듯이 방관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 것은 이덕주씨였다. 합덕농협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이씨는 1999년 10월에 전국농협노조가 결성된 사실을 관심있게 지켜보다가 조심스럽게 이곳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이씨가 특히 농협노조에 관심을 갖고 여기서 희망을 갖게 된 것은 농협 노조의 강령 중에서도 농협과 농민에 대한 애정이 깊이 배어있는 다음 조항들 때문이었다. 더구나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청년으로서 ‘노조’가 민주사회 건설에 남다른 사명감을 갖고 있다는 것은 당시 절망과 무력감에 빠져있던 자신에게 새로운 전망이 아닐 수 없었다.

쪹우리는 권력에 종속적이고 재벌지향적인 농협의 모순을 척결하고 농협내의 모든 비민주적인 제도를 개선하여 농협의 민주화, 자주화를 실현한다.
쪹우리는 농민과 연대하여 농민의 정치·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하며 권력의 반농업정책을 개선하고 민족의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쪹우리는 이땅을 사랑하는 모든 민족민주세력과 연대하여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의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

1999년 12월 이덕주씨를 중심으로 전국농협노조의 합덕분회가 합덕농협에서 먼저 만들어졌다. 그리고 2000년 1월, 송산·송악·고대 분회가 연달아 세워지면서 드디어 <전국농업협동조합노동조합 당진지부 designtimesp=20108>가 창립되었다. 지부장에는 이덕주씨가 선출되었다.
때는 1900년대와 2000년대를 잇는 역사적인 기로였다. 한달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단 한 개의 분회에서 군단위 지부로 조직이 급격히 확대된 것은 오랫동안 할 말을 못하고 속을 끓여온 젊은이들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 역시 농민의 아들입니다. 아버지는 농사를 지어 저를 키우셨고 지금도 농사를 짓고 계십니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모든 농민이 농협의 조합원이십니다. 그런데 저 자신이 농협 조직의 한 사람으로 몸담고 있으면서도 정작 조합의 주인인 그분들에게 떳떳하지 못하고 그분들도 저희들을 탐탁지 않은 눈으로 쳐다보는 것이 고민스러웠습니다. 중앙회나 어느 조합의 관리자 한사람만 부정을 저질러도 마치 직원 전체가 부정한 집단인 것처럼 보여질 때에는 참으로 속상했습니다.”
송악분회 사무국장 홍승우(34세)씨의 말이다. 홍씨는 송악농협의 미곡종합처리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쌀수매 때가 되면 직원들이 며칠 밤을 꼬박 새워야 한다는 홍씨. 그러나 만족하지 못한 농민조합원들이 시름에 젖어있는 것을 볼 때면 며칠밤을 더 새는 한이 있더라도 농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좋겠다고 홍씨는 생각한다. 송악분회는 나이 20대의 패기찬 구본찬씨가 위원장을 맡았는데 구씨는 바로 전날 첫딸아이를 본 참이었다.
“그동안 같은 군에 있는 농협에 근무하면서도 저희들은 서로 얼굴도 모르고 지냈습니다. 노조구성을 하며 막상 만나고 보니 서로 오랫동안 참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아왔더군요.”
아직 상임지부장이 아닌 관계로 제시간 근무를 다 한 뒤에나 노조일을 볼 수 있는 이덕주씨는 같은 직종에 종사하며 애로를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을 두게 된 것이 무척 뿌듯한 듯 했다. 모임을 비롯한 공지사항들을 작성해 분회에 보내고 중요한 농협관련 사안들을 인터넷 자료에서 뽑아 임원 이하 노조원들이 잘 이해하도록 돕는 일에서부터 농민들의 사회활동을 지원하고 격려하는 일까지 짬을 내서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부는 최근 농가부채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전국농민대회에 지지를 보내는 한편 지역조합에서 조성한 상호지원자금을 중앙회기금으로 의결한 것에 대해서도 무효화운동을 하고 있다. 농민조합원들의 주머니에서 거둬들인 자금을 환원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고 중앙회의 금융자본으로 돌리는 것은 회원농협과 조합원들의 손실위험을 높이는 일이며 협동조합의 근본취지에도 맞지않는 일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전날은 한밤중에 농성중인 농민회를 방문해 격려하기도 했다.
이 사람들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관리자들을 중심으로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오해와 비난이다. 농협노조의 특수성, 즉 농민과 농협을 바로세우는 데에 두어진 목표를 정말로 이해못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대개는 노조에 대해 고의적으로 입히는 상처다. 어떤 노조임원은 농민대의원들 앞에서 관리자로부터 ‘농협의 계통을 무너뜨리는 놈들’이니 ‘일하기 싫어서 노조를 만들었다’느니 하는 심한 모욕을 당하기도 했다.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이라는 것은 논리적인 사실이다. 하지만 농협노조에 있어서는 적어도 그것이 목표는 아니라고 당진지부는 자신한다. 그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농민이 농협의 진짜주인이 되고, 조합의 관리자와 임원들이 중앙회와 관리자 자신을 위해 일하는 대신 농민과 농업을 위해 사심없이 봉사·헌신하는 것이다.

김태숙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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