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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00.11.06 00:00
  • 호수 345

정부 “쌀농사 풍년” 발표 지역농민들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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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쌀농사 풍년” 발표 지역농민들 ‘발끈’

“출수기에 태풍, 늦벼 수확량 10∼20% 감소해”
전농 충남도연맹 “내년 수매값 동결시키려는 의도,
수확량 조사에 농민 참여시켜야” 성명

벼 수확이 거의 마무리된 가운데 농림부가 5년 연속 풍년이라고 쌀생산량 예측결과를 발표한데 대해 지역농민들이 ‘엉터리 통계’라며 발끈하고 있다.
농림부는 지난 10월13일 쌀생산량 예측 발표를 통해 “올해 쌀 생산량은 3천6백55만석으로 최근 5년 연속 풍년이며 10a당 예상 수확량도 4백97㎏으로 작년보다 2㎏이 많고 역대 3번째로 높은 단수”라고 발표했다.
또 충남도도 “올 쌀생산량은 목표치 6백25만9천석을 훨씬 넘는 6백47만4천석이며 10a당 생산량은 5백52㎏으로 전북 5백22㎏, 충북 5백17㎏을 제치고 4년 연속 전국 1위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쌀생산량 발표에 대해 지역농민들은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책상머리 통계”라며 반발하고 있다.
농민들은 이른 벼의 경우 비교적 수확량이 괜찮은 편이나 대다수 농가들이 재배하고 있는 늦벼의 경우 태풍의 영향으로 작년보다 10~20% 수확량이 감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미작지대인 합덕·우강은 물론 지역을 불문하고 제기되고 있어 정부 발표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우강지역에서 논 1만여평을 경작하는 농민 이모씨는 “벼알 수는 많이 달렸으나 청미(덜 여문 벼)가 많아 막상 도정을 해보니 실제 수확량은 형편없이 떨어졌다”며 “이삭 팰 시기에 태풍이 두번이나 연달아 불어닥쳐 결실이 불량한데다 이후 일교차가 커 벼가 제대로 여물지 않았다”고 말했다.
석문에서 간척지를 경작하는 농민 김모씨 역시 “3천평에서 작년 같으면 1천만 가량 수확을 보았으나 올해는 7백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대호 간척지의 경우 도열병마저 발생해 작년보다 평균 30% 정도 수확량이 떨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은 농민들 뿐만 아니라 실제 벼 수매를 담당하고 있는 각 농협 미곡종합처리장 관계자들과 도정업자들도 공통으로 제기하고 있다.
합덕에서 통합정미소를 운영하는 송모씨는 “청미가 의외로 많아 작년보다 20% 정도 수확량이 떨어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같이 농민들이 이구동성으로 수확량이 떨어졌다고 말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수년째 풍년이라고 발표하자 전농 충남도연맹이 급기야 지난 31일 성명을 내 “정부가 쌀 생산량을 과다하게 발표함으로써 산지쌀값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며 “조사방법과 조사 표본지를 공개하고 농민들과 재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도연맹은 성명서에서 “현장방문 형식으로 도내 13개 시·군의 25개 표본을 선정해 쌀 수확량을 파악한 결과 잦은 비와 태풍, 도열병 등으로 작년에 비해 평균적으로 15% 감소했으며 심한 곳은 30%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정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풍년이라며 쌀생산량을 과다하게 발표함으로써 산지 쌀값의 하락과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농민들에게 이중의 고통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연맹은 또 “내년부터 직접지불제가 시행되고 2001년도 약정수매값이 결정되는 민감한 시기에 풍년이라고 발표해 산지 쌀값을 하락시키는 것은 약정 수매값을 동결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역농민과 농민단체의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당진군과 수확량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농산물 품질관리원 당진출장소 측은 “정부의 통계는 과학적인 조사과정을 거쳐 산출되는 평균 수치로 자기 중심적으로 판단하는 농민들의 수확량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농민들의 반발이 의례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농산물 품질관리원은 당진지역의 예상수확량에 대해서는 “시·군단위로 내려올수록 오차가 커지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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