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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의학혁명
2003년 03월 19일 () 14:00:00 webmaster@mjmedi.com
정의영著 청계출판刊

發憤의 공부 게을리 하지 말라는 채찍거리

몇 달 전 모 기업에서 '중년 직장인의 건강관리'란 제목으로 강의를 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중년의 직장인'에 포커스를 맞추어 당뇨병·고혈압 등 소위 성인병 예방에 관한 내용들을 잔뜩 준비하여 갔는데, 강의를 마치자 엉뚱하게도 '사상체질'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가령 체질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 거냐, 이로운 음식과 해로운 음식이 있다던데 정말 그렇게 먹어야만 되느냐, 왜 한의사들마다 체질 판정이 같지 않은 경우가 있느냐 등등, 한의학에 문외한인 일반인들이라면 당연히 가졌을 법한 평소의 궁금증을 단번에 해소하려 하였습니다. 전공분야가 아니라는 한마디로 일축할 상황은 전혀 아니었기에, 체형기상·용모사기·성질재간 등과 같은 쉬운 우리 용어(?!)를 동원하여 사상인 변증론을 언급하였고, 또 체질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말함으로써 마무리하였는데, 아무튼 그때 이후 사상의학은 제 화두의 하나로 다시금 자리잡았습니다.

자연스레 동의수세보원을 원문으로 읽고, 은사님과 선배님들의 강의록도 뒤척이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단행본에도 눈길을 건네는 횟수가 늘어났습니다. 그러다가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한 권 접하였습니다. 바로 "체질의학혁명"입니다. 헌데 지은이에 대한 소개를 보고서는 더욱 경악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정의영"이라는 저자는 현재 의과대학에 재학중인 학생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제껏 나온 글들은 한의학 전공자에 의한 것이거나, 양의학 전공자일지라도 최소한 임상으로 잔뼈가 굵은 분이 썼는데, 학생이 뭘 얼마나 안다고 '혁명'이란 용어까지 써 가며 책을 냈을까 하는 교만심으로 책장을 뒤척였습니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읽어 나가는 순간 이내 부끄러움이 밀려 왔습니다. 차세대 의학은 생명력에 대한 실제적 이해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그의 관점, 체질에 대한 접근을 패턴의 인식으로 할 수 있다는 그의 사고, 그리고 무엇보다 한의학에 대한 일천한 지식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서슴없이 비판하는 그의 정열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총 6장에 걸쳐 자신의 견해를 두 사람의 대화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1장은 한의사라면 누구나 보았을 동의보감 첫 장의 오뚜기 모양 신형장부도(身形藏府圖) 아래에 쓰여진 사대성형(四大成形)에 대한 내용이고, 2장은 지수화풍(地水火風)의 사대와 태소음양인(太少陰陽人)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며, 3장은 사상인에 적합한 음식과 약물을 성미(性味)로 구분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또 4장은 실제 질병을 치료할 때 유용한 보법(補法)의 의미, 5장은 체질의 유심적 측면, 마지막 장은 EBM(evidence based Medicine)을 위한 노력 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읽다 보면 얼굴이 벌개질 정도로 열 받을 때가 많을 것입니다. 저 또한 저자의 얕은 한의학 지식을 나무라고 싶었으니까요. 하지만 화를 낸다면 분을 가라앉히며 읽은 보람도 있을 것입니다. 소위 '발분(發憤)'의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채찍질거리로 전혀 손색이 없는 책이니까요.

안세영 교수(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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