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실시간뉴스
편집 : 2024-03-28 10:44 (목)

본문영역

14년을 불란없이 지내온 동갑내기들의 우정 - 선우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은 모임을 찾아서⑥

선 우 회

“14년을 분란없이 지내온 동갑내기들의 우정”

도회지에서 나서 자란 사람들이야 잘 모르겠지만 시골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들 치고 친목회를 하나씩 안가지고 있는 이들이 드믈 것이다. 바쁘고 고단한 세상살이에 지치다보면 물장구치고 썰매타던 어린시절 추억이 아련히 떠오르고 그때 그 순수했던 친구들이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모임을 만들고 가깝게는 수년에서 멀게는 십수년만에 친구들을 만나면 금새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이상야릇한 감정이 돋아난다.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모여 얼굴을 보고, 명절이면 살길찾아 외지로 떠났던 친구들까지 합세해 술과 이야기꽃을 피우는 난장판(?)이 연출되곤 한다.
시간 가는줄 모르고 놀다보면 어느덧 날이 새고 빨갛게 충혈된 두눈으로 차례상을 맞이한다. 어디 그 뿐이랴 차례를 지낸뒤에는 옛날 다니던 학교 운동장에 다시 모여 꼭 공차기를 하며 몸을 부딪혀야 직성이 풀린다.
합덕에 있는 선우회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986년, 합덕·면천·우강·순성·신평을 생활권으로 하는 닭띠 동갑내기 청년들이 선우회를 만들었다. 벌써 14년전의 일이니 삼십 전후의 청년들이 지금은 사십을 훌쩍 넘어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의 사내들로 변해있다.
“이건 너구… 아니 저게 나야! 저 장발한 모습 진짜 촌스럽네. 세월 참 빠르구먼….”
옛날 사진을 보며 한 회원이 내뱉는 말이다.
선우회의 회원은 현재 44명이다. 농사 짓는 회원에서 장사하는 회원, 대학 교수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회원들로 구성됐지만 단합은 잘된다. 회원이 상을 당하거나 행사를 할 때, 그리고 매달 한번 전체회원이 모이는 월례회에 열명 중 아홉명이 참석할 정도이니 이쯤되면 이 모임의 단결력을 알만하다.
“매달 13일이 정기월례회날 이거든요. 십년을 넘게 이렇게 하다보니 이제는 모임 약속을 깜박하고 잊어버리고 싶어도 그렇게 되지를 않아요. 참으로 대단한 일입니다.”
선우회의 제11대 회장으로 현재 이 모임을 이끌고 있는 이인용(44세, 백경야식 대표)씨의 말이다.
선우회의 또다른 미덕은 십사년 동안 모임이 계속돼 오면서도 분란이 없었다는 것이다. 무수히 많은 친목모임들이 만들어졌다 금방 사라져버리는 일을 주위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뭐 회원들간의 작은 다툼이야 없을 수 있겠어요. 의견이 안맞아서 서로 싸우는 일도 있었지만 어찌됐든 모임이 깨지지 않고 이렇게 지금까지 이어져 왔으니 그게 제일 고마운 일이죠.”
선우회 총무를 맡고 있는 정상영씨의 말이다.
선우회에는 회원들의 부인들로 이루어진 부녀모임이 있다. 부부가 함께 활동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부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회원들과 함께 있다면 밤을 새고 집에 들어가도 무사통과(?)라고 하니 선우회의 단결의 전통을 가능케 했던 원동력은 바로 여성들의 힘이 아니었을까?
선우회는 합덕지역의 17개단체로 구성된 합덕청년연합회에 가입돼 있다. 연령별로 이루어진 연합회에서 가장 높은 연령으로 그야말로 맏형격인 선우회는 연합회일에도 가장 적극적이다. 심장병어린이돕기, 불우이웃돕기 등의 연합회 차원의 일들을 내일처럼 돕는다. 맏형으로서 후배들에게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선우회는 회원간의 친목을 도모함과 아울러 지역에 대한 봉사를 중요하게 여긴다. 노인들을 위한 활동에서부터 불우한 이웃돕기, 그리고 환경을 지키기 위한 일 등 봉사활동을 꾸준히 펼 계획이다. 그리고 지금은 자체 사무실이 없어 한 회원의 가게에서 주로 모임을 하지만 3년안에 선우회 사무실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선우회 회원들은 특별한 일이 없어도 거의 매일 십여명의 회원들이 모인다. 서로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일이면 웃음으로, 나쁜 일이면 술한잔으로 함께 나누려 한다. 이들은 이런 모임이 환갑이 지나 죽을 때까지 계속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