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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랑을 음미하는 ‘생명’의 메시지
2003년 03월 19일 () 14:01:00 webmaster@mjmedi.com
생명에 관한 아홉가지 에세이

삶과 사랑을 음미하는 ‘생명’의 메시지

가정의 달이라는 5월은 온통 무슨 무슨 날 투성입니다. 그래서 졸업·입학 시즌과 버금가게, 아니 능가할 만큼, 예쁜 포장지로 감싼 꽃바구니와 꽃다발, 때론 앙증맞은 한 송이의 꽃을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하는 가장 유용한 도구로 쓰이는 것이 꽃의 운명(?)이겠지만, 꽃들의 입장에서는 가족들과 생이별할 확률이 가장 높은 잔인하기 짝없는 달이 5월일 것입니다. 아무튼 이를 두고 ‘神機之物’의 최고 우두머리가 그들의 神明을 돋우기 위해 ‘氣立之物’의 일부분을 잠시 차용하다가 生命을 거두어 버리는 것이라고 한다면 너무 심한 표현일까요?

2주쯤 전에 신문 지면에서 ‘생명에 관한 아홉 가지 에세이’에 대한 소개 글을 보았습니다. 질병, 건강, 죽음, 노화 등과 마찬가지로 ‘생명’이란 두 글자 또한 뿌리칠 수 없는 유혹으로 다가왔던지라, 차일피일 미루는 나태한 습관을 용케 극복하고 얼른 사서 읽어보았습니다. 물론 현 시대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의 하나인 생명을 주제로 채택하였고, 철학·인류학·사회학 등 다양한 지적 배경을 가진 필자들의 글이 실려 있으며, 사유와 지식을 효과적으로 담아내면서도 논문처럼 딱딱하지 않은 에세이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추천사가 책의 구입을 더욱 서둘게 만들었지만…….

서두에서 밝힌 대로 이 책은 창간 10주년을 맞은 ‘교수신문’에서 ‘생명’을 주제로 학술에세이를 공모하여, 심사대에 오른 60여편의 글 가운데 수상작으로 선정된 9편의 에세이를 하나로 엮은 것입니다. 모두 다 나름대로의 재미와 가치가 있었지만, 저는 심사위원들이 최우수작과 우수작으로 뽑은 3편이 더욱 흥미롭고 좋았습니다. 가령 ‘中과 소통의 생명성’이란 글에서는 장자의 ‘幷生’, 주돈이의 ‘無極而太極’, 공자의 ‘時中’ 등을 들어가며 삶이란 한때 내 것이라고 여겼던 무엇이 점차 모두의 것이 되어가는 과정을 물끄러미 지켜보는 것이다라는 주장에 철저히 공감하였기 때문입니다.

또 ‘생태 이론과 화쟁 사상의 종합’에서는 空이 生滅變化의 전제가 된다는 원효의 不一不二를 논거로 삼아 모든 생명체가 공존할 수 있는 심층 생태론의 필요성을 역설하였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寫生과 생명’은 그림, 특히 동양화에 깃든 ‘氣韻生動’을 생명과 연관지어 설명하면서, 우주간의 모든 존재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한 無所不在의 유기 생명이라는 관념을 아주 잘 납득시켜 주었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자기 혼자만의 玩賞을 위한 꽃꽂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나는 돌팔매질을 장난으로 하지만 개구리에게는 생명이 왔다갔다 하는 일이다”, “환자를 내 부모 내 형제라고 생각하고 진료한다면 크게 죄짓는 일이 없을 것이다” 등과 같은 선생님의 잔소리(?)가 귀에 쟁쟁합니다. 더불어 우리같은 의료인이라면 더더욱 나와 나 이외의 他者를 엄격히 분리하여 대립하기보다는, 무엇보다 사랑에 바탕하여 小我를 타자의 세계로까지 확장시켜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우주의 온 존재물이 요즘같이 따뜻한 봄날에 어울리는 온화한 사랑을 주고받았으면 좋으련만…….

안세영 (경희대 한의대)
박재현 외 著 교수신문 엮음
민음사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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