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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과일(김진묵의 재즈이야기)
2003년 03월 19일 () 14:03:00 webmaster@mjmedi.com
   
 
소외계층의 눈물과 항변

김진묵 著 / 현암사 刊

재즈는 감미롭고 경쾌하면서도 처연한 삶의 진실을 닮고 있다.

도시라는 회색빛 정글과 아주 잘 어울리면서도 재즈를 창조한 흑인들의 고향인 아프리카 밀림의 야성이 잘 표현된 재즈를 들으며 다양한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그것은 소외된 계층의 아픔이기도 하고 문명에 대한 분노이기도 하다.

때론 재즈를 들으며 깊은 안식에 빠지기도 한다. 재즈가 다른 예술과 구분되는 점은 아름다움을 통해 감동을 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아름다움이 재즈라는 행위에서 부수적으로 생기는 결과일 뿐이라는 점이다.

이 책의 제목인 ‘이상한 과일’은 1930년대 말 백인 여러 명이 흑인 청년을 집단 구타하고 나무에 목매달았던 사건을 목격한 흑인 청년 루이스 알렌이 이에 대한 시를 쓰고 곡을 붙인 노래다.

나무에 매달려 흔들리는 흑인의 시체를 나무에 매달린 과일에 비유할 정도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의 비장함이 느껴지는 곡이다.

가사의 일부가 다음과 같은데,

Southern trees bear a Strange Fruit. Blood on the leaves and blood at the root Black body swinging in the southern breeze Strange Fruit hanging from the poplar trees

이 곡은 1940년에 빌리 할리데이가 불러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고, 당시 억압받던 흑인들의 입장에서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깊은 슬픔을 담아 부른 곡이었다.

그만큼 재즈는 사회성이 강한 음악이기도 하다. 소외당한 계층의 아픔을 대변한다는 것 자체가 사회를 고발하는 의미도 있고, 노예에서 도시 빈민이 된 흑인들에겐 유일한 위안이 음악이었던 점에서 본다면 그들의 혹독한 삶의 모습을 음악을 통해 표현한 것이며, 그들의 노래 속에는 가난과 인종 차별, 이상적인 삶을 향한 강한 욕구가 들어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사회성이 강한 재즈가 영화음악으로 사용되면서 이 음악은 상당히 상업적이고 대중 오락적인 음악으로 변모해 갔다.

그리고 현재 거의 모든 대중 음악 장르들이 이러한 상업적인 재즈의 영향을 받아 발전, 변형되어 왔음은 재즈의 시대와 유행에 따른 융통성을 나타내는 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상업성에 반대하여 클래식음악과 견줄만한 예술성을 추구하는 음악인들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우리나라의 재즈음악인들이 우리 전통음악의 연주기법으로 서양 음악가들이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소리와 리듬을 해외에 소개하고 있다고 하니 이번 주말에는 이들의 음반이라도 한번 사서 들어봐야겠다.

저자는 재즈의 한국화는 관광 수입의 효자 노릇을 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우리가 내세울만한 관광상품으로 바둑과 한의학도 꼽고 있어, 재즈와 한의학, 어쩌면 그럴듯한 소리가 만들어질듯도 하다.

강 현 호(부산 솔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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