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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소개
  • 입력 2002.12.08 00:00
  • 수정 2017.08.16 15:15
  • 호수 445

한국문인협회 당진지부 윤성의 지부장이 추천하는 <분자>
아이러니와 해학으로 현실을 강렬하게 비판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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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의 한국문인협회 당진지부 지부장

「분지(糞地)」

지은이 / 남정현
펴낸곳 / 도서출판 한겨레


요즘 미군 장갑차 여중생 치사사건의 평결을 보면서, 내 머리에는 오래 전에 읽은 남정현의 소설 「분지(糞地)」가 떠올랐다.
소설 「분지」는 1965년 3월호 『현대문학』에 발표되었는데, 작가 남정현은 이 소설로 그해 7월9일 중앙정보부에 의하여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되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졌다. 같은 해 7월14일 사건이 서울지방검찰청으로 이송되었는데 검찰에서는 사건의 처리를 미루다가 1966년 서울 형사지방법원에 불구속으로 기소하였다.
그런데 이 소설이 실렸던 『현대문학』 1965년 3월 호는 아무 탈없이 배포·판매되었는데, 뒤늦게 당국에서 문제를 삼게 된 것은 이 소설이 같은 해 5월8일자 북한의 ‘통일전선’이라는 기관지에 전재됐기 때문임이 밝혀졌다.
이 사건은 1967년 6월28일 서울 형사지방법원에서 선고유예판결을 받게 되는데, 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기각되었고, 대법원에 상고를 포기함으로써 1심이 확정되었다.
소설 「분지」는 일탈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가 낳았던 비극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한 가정의 비극을 통해서 사회의 전도된 가치관을 문제삼고 그것을 민족 주체성의 입장에서 바로잡으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작가의 천부적 입담과 능란한 풍자로 독자들을 탄복시키기에 충분한 것이다. 게다가 상식을 뛰어넘는 요설과 상상력 역시 문학적으로나 이념적으로 문제될 게 없는 것이었지만 당대를 횡행하던 분단논리와 반공주의는 그것을 용납하지 못하고 작가를 그 희생양으로 만드는 불행한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1)
소설집 『분지(糞地)』에는 앞에 소개한 문제작 「분지」를 비롯하여, 굴뚝 밑의 유산(遺産)」, 「허허 선생 Ⅰ」, 「허허 선생 Ⅱ」, 「허허 선생 Ⅲ」, 「방기(放氣)소리」, 「광태(狂態)」, 「현장」, 「기상도」, 「사회봉」, 「부주전상서(父主前上書)」, 「천지현황(天地玄黃)」 등 12편의 단편소설과 중편소설 「너는 뭐냐」 등 남정현의 대표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남정현 소설은 우화적인 아이러니와 풍부한 해학을 통하여 강렬한 현실비판을 작품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라는 데 그 특징이 있다.
풍자로 일관한 남정현의 문학은 그 전대의 이상이나 채만식으로 이어지는 문학사의 전통 속에 놓여 있는 것이지만 공격의 예리함이나 강도는 그보다 훨씬 신랄하다는 평가를 받고있다.2)

※주 : 1), 2) 강진호 「외세와 금기에 대한 도전」 『현대문학』 199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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