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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엘리어트(2000)
2003년 03월 19일 () 15:04:00 webmaster@mjmedi.com
아들 향한 父情 그리고 感動

사상, 기술, 제도, 문화 가릴 것 없이 한 순간에 생겼다 허물어지기를 숨가쁘게 반복하는 시대지만, 여전히 사람들을 숙연케 하는 테마가 있다.

‘父情’

시대를 거치면서 부모라는 이름에 뒤따르는 역할도 모습을 달리하지만, 자식에게 쏟아지는 내리사랑은 본능적으로 각인돼 있다. 거기엔 살갗을 비비며 젖을 물리는 애뜻한 모정과, 뼈를 부딪히며 거친 세상 풍파를 거둬내는 부정이 있다.

‘빌리 엘리어트’는 천재적인 무용수의 자질을 갖춘 사내아이의 출세기를 기본 구성으로 한다. 따라서 사내아이의 춤에 대한 열정과 희망이 강하게 꿈틀거리는 영화다.

하지만 소년 빌리의 춤이 더욱 화려해 보이는 이유는 그 뒤에 아버지의 존재, 부정 때문이다.

영화는 광부인 빌리 아버지의 사회적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빌리 역시 아버지와 자신이 살면서 누릴 수 있는 게 그다지 많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탄광에서 일하던 아버지와 형이 노조 일선에서 파업을 주도하며 몸싸움을 벌이던 시기. 권투 연습을 하던 빌리는 우연히 소녀들의 발레연습 장면을 목격하고, 춤에 매료된다. 발레선생님은 빌리의 재능을 발견하고 본격적으로 춤연습을 시킨다.

경찰과 노조가 배치되고, 파업결의에 등을 돌리는 동료들에게 배신자라고 돌을 던지는 어른들의 일상 한켠에서 빌리의 춤연습도 진행된다.

막노동으로 살아온 아버지는 아들의 발레수업을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완강히 반대하지만, 빌리의 재능과 열정을 목격하고 뜻을 돌린다.

왕립발레스쿨 입학을 위한 오디션 참가비를 위해 빌리 아버지는 자신이 배신자라고 돌을 던졌던 동료들의 행렬에 끼어 탄광으로 돌아간다. 만류하는 빌리의 형에게 빌리 아버지는 “우리인생은 끝났다. 하지만 그 어린 녀석은 다르다.
이대로 꺽이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오열한다.

몸뚱이 하나로 세상을 살아가는 촌무지랭이 광부가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버린 이유는 어린자식 때문이었다.

시간을 훌쩍 뛰어 넘어 빌리의 아버지는 성장한 아들이 무대 위에서 화려하게 비상하는 모습을 보며 또 한번 기쁨의 눈문을 흘린다.

결국 빌리는 성공했다. 하지만 아버지와 형은 노조의 패배라는 좌절을 안은 채 다시 탄광으로 돌아갔다.

영국 노동자 계급의 삶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빌리 엘리어트’는 무거운 사회적 현실을 바탕화면으로 삼는다. 한편 잊지 않고 삽입돼 있는 코믹한 대사와 어린 빌리의 희망적 몸짓이 무거운 현실과 이상의 경계선을 균형 있게 오고간다.

비록 빌리의 아버지는 백인의 얼굴이지만, 괭이를 잡고있는 쳐진 그의 어깨가 낯설지 않다.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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