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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의 강' 거슬러 올라가는 '사람들' - 송악고 태권동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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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모임을 찾아서

‘모교의 강’ 거슬러 올라가는 ‘사람들’

송악고 태권동문회

해마다 가을이 되면 동해안 강가에는 연어떼들이 몰려든다. 우리는 그 연어들이 연출하는 ‘귀향’의 모습을 보면서 한편의 ‘휴먼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듯 어떤 숙연해짐을 느끼곤 한다. 멀고도 험난한 여정을 무릅쓰고 자기가 태어난 곳을 찾아와 알을 낳고 죽어가는 어미 연어의 모습이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태어난 고향을 잊지 않는다는 것’. 하찮은 물고기가 그러할진대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은 어떠할까.
‘송악고등학교 태권동문회’는 마치 그런 연어의 이야기 같다. 아니 더하다. 이들의 이야기는 7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송악고등학교를 나온 사람들이고 이들은 전부다 학교를 다닐 때 태권도를 배운 사람들이다. 오래전에 학교를 졸업하고 이곳 당진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들의 모교 태권도부 학생들이 대회를 앞두고 돈이 없어 묵을 여관방 조차 구하지 못하는 어려운 처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두명의 동문이 호주머니를 털어 경비를 지원해줬고, 경기가 있던 날 소식을 들은 또 다른 동문들이 경기장에 응원을 와주었다. 그것에 힘을 얻었는지 후배들은 열심히 경기를 했고, 경기결과 한 체급에서만 우승을 아깝게 놓쳤을 뿐 나머지는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경기가 끝나고 후배들과 같이한 뒷풀이 자리에서 이들은 자랑스런 후배들이 더좋은 환경에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돕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1993년 5월 ‘송악고 태권동문회’를 창립하게 되었다.
이들은 모임을 만들고 곧바로 거사(?)를 꾸몄다. 바로 모교에 태권도 전용도장을 만드는 일이었다. 이들은 이를 위해 그해 12월 ‘송악고 태권도장 건립 기금마련 일일찻집’을 열고 4백여만원의 기금을 모은다. 그러나 그 액수를 가지고는 택도 없는 일 이었다. 하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이 소식을 들은 다른 동문들과 기관등에서 성금과 물품이 모아져 지난 1996년 3월, 마침내 체육관의 문을 열게 되었다.
“다 짓고 난 다음 체육관 앞에 서니, 지난날 뙤악볕이 내려쬐는 운동장에서 어렵게 연습하던 생각도 나고, 이제 후배들은 그렇게 고생 안해도 되겠다는 생각에 눈물나도록 기쁘더군요.”
7회 졸업생으로 현재 이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박승규(35세)씨는 그때의 그 감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런 감정은 그 뿐만이 아니라 모든 회원들이 그랬을 것이다.
회원들에게는 남달리 정이 가고 고마운 사람이 있는데, 바로 이 모임의 고문으로 있는 박영래(송악고 체육주임교사) 선생님이다. 힘든 여건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키워냈고, 또 지금도 학교현장에서 변함없이 후배들을 이끌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당진에 살고 있는 35명의 남녀 동문들로 구성된 이 모임은 후배들이 대회에 나가면 응원을 다닌다. 당진에서 경기를 하면 직접 경기장에 가서 응원을 하고, 대회장소가 먼 타지인 때는 밤에 선수들의 숙소로 찾아가 힘을 보태주는 등 후배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
올 봄에는 동문회 체육대회를 후배들과 함께 하기도 했다. 올 연말에는 후배들이 좀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일일찻집을 열 계획이다.
며칠전 오후 기자는 취재를 위해 박 회장과 송악고를 찾았다. 마침 태권도부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는데, 박 회장이 한 학생을 부르더니 호주머니에서 종이돈을 꺼내 후배 손에 쥐어주며 이렇게 말했다.
“맛있는 거 사먹고 열심히 해. 근데 니네 품새 연습 좀더 해야겠더라.”
이것이 연어의 이야기보다 ‘감동’이 더한 이유가 아닐는지...
■송악고 태권동문회 명단 △고문:박영래 △명예회장:전영선 △회장:박승규 △상임부회장:박성훈 △부회장:김진규, 문태호 △총무:이형주 △재무부장:이영근 △기수별 장:구진모(7기), 이재화(8기), 심영섭(9기), 박서준(10기), 이윤정(11기), 김대중(12〃), 김응수(13〃), 김동철(14〃), 원건섭(15기), 백승권(16기), 안상용(17기), 이광기(18기) △회원:박기영, 전광식, 전택문, 이용선, 김문현, 정진철, 김영신, 이태선, 김기봉, 김영식, 이영만, 서인섭, 서인선, 최애숙, 김성환, 김민규, 이기윤, 김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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