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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추석 명절에 농민들이 멕시코로 떠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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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용 빈 당진군농민회 총무부장

WTO 5차 각료회의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간에 농업협상의 절충안이 전격적으로 합의되었다.
선진국들이 짜고 치는 도박판과 같은 WTO 협상의 장은 어차피 강대국간의 입장 타결로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같은 수입국, 개도국 등 약소국의 현실과 요구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1994년 UR 협상은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부여받은 것과 함께 쌀은 관세 개방에서 제외되고 주요 품목에 대해 그나마 고율관세를 부과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UR 협상 이후 한국 농업은 거덜날 대로 거덜나 버렸다.
UR 이후 전통적인 농업국이었던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쌀을 제외하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식량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또한 물밀듯이 들어오는 수입농산물로 인해 농산물 가격의 폭락, 농가소득의 급격한 감소와 그에 따른 농가부채 급증은 농촌을 자살과 야반도주, 파산이 넘쳐나는 살아있는 지옥으로 만들어 버렸다. 젊은이들이 떠나 버리고 갓난아기의 울음소리도 들을 수 없는 농촌엔 60세 이상 고령 농민들만이 남아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 큰 관세 감축과 국내 보조 삭감 등을 논의하고 있는 WTO DDA 협상은 한국 농업에 대한 사형선고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과 EU가 합의한 절충안과 이어 WTO 일반이사회 의장 카를로스가 내놓은 5차 WTO 각료회의에서 채택할 문서 초안의 수정안을 살펴보면 선진국, 수출국들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관철하고 있다.
또한 미국, 호주, EU 등 수출 선진국들은 어떻게든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한국과 같은 수입국, 개도국 등 약소국의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WTO DDA라는 허울좋은 다자간 협상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9월10일부터 14일까지 WTO 5차 각료회의가 열리는 멕시코 칸쿤으로 130여명의 농민참가단이 떠난다.
민족의 명절 한가위는 우리 농민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칸쿤 농민참가단은 한가위 보름달을 이국 땅에서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년과는 다르게 벌초도 미리 해놓고 떠나야 할 길이다. 가족들과 주변 이웃들은 조상에 대한 불효가 아닌가하고 손가락질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130여 한국의 농민들은 미국 등 강대국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전세계적인 수탈기구, WTO를 결사 반대하고 일방적이고 차별적인 WTO 협상과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본질을 전세계 양심적인 시민들에게 알려내기 위해, 또한 한국 농업의 생사와 2004년 쌀 재협상에까지 막대한 영항을 미치게 될 WTO 5차 각료회의 무산을 목표로 멕시코 칸쿤으로 떠나는 것이다.

멕시코 칸쿤으로 향하는 농민참가단의 힘찬 투쟁은 역사적인 승리를 앞당기는 견인차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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