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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 입력 2003.10.01 00:00
  • 호수 484

제7회 심훈문학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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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줄거리

각박한 현대사회의 병폐에 염증을 느낀 탓일까? 낚시꾼인 나는 어려서 친구들과 함께 놀던 저수지(일명 원탱이방죽)를 찾았다. 친구들과 함께 여름이면 물장구도 치고 겨울이면 썰매도 타던 저수지는 세월의 흐름 속에 많이 바뀌어 있었다.
코발트빛 저수지 위에 맴도는 빨간 잠자리와 함께 나는 잠시 아련한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욕쟁이 할아버지와 꼬부랑 할머니의 카랑한 목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려올 듯 했다. 하루 종일 낚시만을 해대는 욕쟁이 할아버지, 그리고 저수지위 황토밭에서 꼬부라진 허리를 더욱 바짝 꼬부린 채 역시 하루 종일 일만을 해대는 꼬부랑 할머니.
나는 여름이면 친구들과 항상 그 저수지로 헤엄을 치러갔다. 헤엄을 친다는 것은 다만 명분이었을 뿐, 건 듯하면 욕을 해대는 욕쟁이 할아버지와 한 판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즐거운 전쟁 아닌 전쟁은 언제나 욕쟁이 할아버지의 그 걸찍한 욕과 함께 끝나곤 했다. 승자도 패자도 없이. 하지만 욕쟁이 할아버지의 그 욕이 결코 우리를 미워해서 한 욕이 아니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욕을 통해서 욕쟁이 할아버지는 우리와 함께 하고 싶어했다는 것을 말이다. 오랜 다정한 친구처럼....... 그런 욕쟁이할아버지가 어느 겨울날 썰매를 타다 저수지에 빠진 영서를 구하고는 병환을 얻었다. 그때 나는 욕쟁이할아버지의 그 따뜻한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원인이 되어 이듬해 봄에 욕쟁이 할아버지는 영영 우리와 다시는 만날 수가 없게 되었다.
나는 그때를 회상하며 지금 햇살 따가운 저수지에서 놀고 있는 한 무리의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예전의 우리와는 사뭇 달랐다. 아이들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애늙은이 같았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너무도 예의바른 모습에 나는 그만 커다란 실망을 하고 말았다. 예전의 우리처럼 전쟁, 아니 전쟁은 그만두고라도 장난이라도 걸어왔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녀석들은 그렇지를 않았던 것이다.
예전의 그 인간미 넘치던 정은 죄다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하는 푸념과 함께 나는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저수지에서 낚싯대를 거두고는 무거운 발걸음을 다시 저 황량한 도시로 돌려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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