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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03.12.16 00:00
  • 호수 494

내 삶은 항상 관심을 갖고 도전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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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읍 대덕1리 양태순씨

양태순(62)이라는 이름보다 세례명 ‘양 마리아’로 더 잘 알려진 그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당진군노인회장 유익동씨의 아내인 태순씨는 예순이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한 옥타브 올라간 목소리에 언제나 활기가 배어 있다.
태순씨는 당진에 거주하고 있는 많은 외국인들에게 특별한 친구다. 이 외국인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일상의 틀을 벗어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자리가 있다. 대한적십자사 당진군지구협의회(회장 한화자)를 통해 매달 첫째주 일요일에 마련되는 ‘외국인 근로자 쉼터’가 바로 그것. 적십자사 당진지구협의회는 외국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식사와 풍물강습 등을 즐기며 우리 문화를 접하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근로현장에서 외국인들을 직접 만나 행사에 초청하고 생활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는지 도울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들어주는 고민상담은 태순씨의 몫이다. 외국인들과의 대화는 모두 영어로 이뤄진다.
태순씨가 외국인들과 가까이 지낼 수 있었던 것은 10여년전 친척을 통해 알게 된 ‘미쉘’이라는 미국인 덕분이었다. 서울에서 홀로 영어강사를 하던 미쉘은 시골을 구경하고 싶어 우연히 그녀의 집을 방문하게 됐다. 언어소통이 어려워 사전을 옆에 끼고 미쉘과 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미쉘은 태순씨의 작고 아담한 집이 마음에 들었고 두 사람은 무척 친해져 1년 후 고향인 콜로라도로 돌아갔을 때 태순씨를 초청하기도 했다. 그때 미쉘은 태순씨에게 영어를 배워보라고 권유해 쉰의 나이에 읍내리 한 영어학원에 등록을 하고 2년 정도 꾸준히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동안 공부해온 영어실력을 테스트 해보고 싶었고, 차츰 외국인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거리에서 외국인을 만나면 내가 먼저 인사를 했고, 그렇게 한 부부를 알게 되니까 더 많은 외국인 부부를 알게 되었지요.”
필리핀, 독일, 뉴질랜드, 미국 등의 여러 외국인 부부를 자신의 집에 초대했던 태순씨. 마당에서 기르던 토종닭을 정성껏 삶아 옻칠을 한 교자상에 푸짐히 올려놓고 가까운 절과 바다 등 함께 여행을 다녔던 태순씨는 외국인들과 함께 지내온 오랜 시간동안 그들이 겪는 아픔까지 잘 알고 있었다.
“여기서 한 남자와 결혼한 어떤 외국인 여성은 남편이 술만 먹으면 아내의 목을 조른다고 해요. 또 어떤 외국인 근로자의 회사 숙소 앞에는 공중화장실이 있어서 냄새가 말도 못 했었죠. 그런 모습을 볼 때면 가슴이 너무 아파요”
‘군에서 한 달에 한번 정도 외국인들을 찾아가서 자는 공간만이라도 시설을 정비해줬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태순씨. 태순씨는 외국인들에게 인터넷 활용법과 한글도 틈틈이 가르친다. 또 인터넷으로 그 나라의 신문을 볼 수 있도록 돕고 은행이나 우체국 일 등 일상에서 발생하는 소소한 어려움도 해결해주고 있다.
“내 삶은 항상 관심을 갖고 도전하는 삶입니다, 거기에 봉사가 들어갈 뿐이죠.”

홍정연 기자 jyhong@d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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