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요칼럼-총선보도 이렇게 하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 희 창 < 대전·충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국장>

17대 총선이 불과 4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당 공천자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다당제 구도에 정치신인들이 대거 총선에 나서고 있고 새로 도입되는 1인 2투표제 등으로 선거판은 이미 달구어져 있다. 언론들도 연일 선거 관련 보도를 쏟아내는 등 총선대열에 합류했다.
어쨋든 현재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안이 한창 논의되고 있긴 하지만 명확한 것은 이번 선거가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강한 열망 속에 치러지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열망을 갖고 있는 국민들은 항상 언론보도의 들러리에 불과하다. 따지고 보면 선거라는 행위는 유권자들이 권리를 행사하는 축제의 장이다.
그러나 정작 현실은 그 반대다. 오히려 선거라는 행위가 짜증나고 못마땅하다. 그래서 선거일을 하루 노는 날로 인식하고 산으로 들로 나간다.
그동안 국민의 대표라고 뽑아준 정치인들이 정치판에 나가 보여준 행태는 그야말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차떼기로 불법자금을 모으지 않나, 날치기 법안 통과에 민생은 뒷전이고 툭하면 싸움박질과 단식농성으로 날샌다. 비리 정치인에 대해 수사를 할라치면 방탄국회를 열고 그도 모자라 감옥에 가있는 정치인조차도 빼오기 일쑤다.
이런 일들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언론이 하는 짓을 보면 차라리 정치인보다 더 밉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권력의 감시와 개혁은 고사하고 오히려 즐기는 듯 하니 국민들이 정치에 등을 돌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매번 되풀이되는 지적이기도 하지만 축제여야 할 선거가 마치 전쟁이나 스포츠, 오락, 날씨, 농사 등으로 비유된다. 그럼으로써 선거를 비하하고 대결장으로 표현해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유도한다.
대표적인 전쟁 용어들은 공략, 수성, 사수, 선점, 격전, 공방, 실탄, 총공략, 최후, 고지, 파괴력, 포문, 합동작전, 지뢰밭 등이며 승부수, 기싸움, 박빙승부, 막판, 난타전, 레이스, 완주, 승부처, 맞대결, 열전, 올인 등 스포츠나 오락에 비유한 단어들도 보인다. 농사에 비유한 표현들로는 표밭갈이, 텃밭, 수확 등도 있다.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보도는 용어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경선과 관련된 보도들을 보면 한결같이 경선의 문제점과 경선 후 나타날 후유증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보도 역시 유권자들에게 정치에 대한 식상함을 유발한다. 선거 때마다 지역 유권자를 선동하고 득표만을 위해 지역을 볼모로 하거나, 부당하게 타 지역을 비난하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충청 세몰이’, ‘충청표심’, ‘충청권 최대 격전지’, ‘안방’, ‘텃밭갈이’ 등의 용어를 써가며 마치 이 지역이 특정 정당의 것인 양 묘사하는 것은 불난 데 기름 붓는 격이다.
선거에서의 군중동원 및 세 과시형 대규모 정당 행사 등은 고비용의 정치를 양산하고 각종 불법 탈법 선거를 부추긴다는 측면에서 개혁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언론은 선거를 정책, 인물 검증의 장이 아니라 세 대결로 몰아간다. 각 당이 벌이고 있는 군중동원형의 대규모 행사에 대한 관심보다는 각 정당이 얼마나 올바른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지에 관심을 갖고 보도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밖에도 선거보도와 관련해 언론에 요구할 것이 한 둘이 아니다. 경마식 보도라든가, 편파보도, 현상보도, 선정적 보도 등도 문제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앞서 세워야 할 대원칙이 하나 있다. 언론이 부정적인 선거분위기를 형성해 정치불신을 조장하는 것은 참여민주주의를 저해하는 행위라는 점을 인식하고 선거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유권자들을 무대위로 올리자는 원칙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유권자들이 자발적으로 선거에 참여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개혁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만 민주주의는 뿌리를 튼튼히 내릴 수 있다. 이 뿌리를 내리는 데 지역 언론이 앞장서야 함은 물론이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