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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 우리과학] 장승
2003년 04월 21일 () 11:03:00 webmaster@mjmedi.com
복은 거두어들이고, 액운은 물리친다.
잦은 외침에 시달리면서 민중문화로 승화.

마을이나 사찰입구의 양쪽에 한 기씩 세워져, 마을과 사찰을 보호해 주는 수호신상을 일컬어 장승이라 한다.

장승문화는 조선 중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양대 전란을 치르면서 민중문화로 토착화 돼 사람들과 더욱 친숙해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나라가 백성들을 제대로 보듬어주지 못했기 때문에 백성들 스스로 마을을 지키려는 자위의식이 생기게 된 것이다. 옛사람들은 마을이라는 삶의 터전을 축복과 보호를 받는 신성지역으로 규정지었다.

우리 조상들은 마을의 바깥을 세속적이고, 위험하고, 비인간적인 영역으로 여겼다. 따라서 마을 입구는 신의 보호를 받는 마을의 내부와 그렇지 않은 외부를 차단하는 동시에 연결하는 경계지역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곳일수록 여러 잡귀와 부정이 침입하기 쉽기 때문에 장승 솟대 등을 세워 마을 밖에서 오는 액을 막고, 아울러 마을 안의 복이 흘러가는 것도 막았다.

장승은 다른 신앙대상물에서와 마찬가지로 어떤 특정 개인의 발원에 의한 작품이 아니라 모든 마을 사람들의 신에 대한 관념과 미적 감각이 어우러져 이루어낸 공동의 작품이다. 그래서 이를 두고 '무계획의 계획, 무기교의 기교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 호칭도 지역과 시대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불려졌다. 삼국시대에는 將生으로, 조선시대에는 長丞 將仙 장군 등으로 불리었으며, 남해안 지역에서는 벅수 살막이 돌하루방 등등….

모양새에 있어서 장승의 얼굴 부위는 보통 '귀면' 또는 '인면'이 새겨졌는데, 귀면은 양 눈의 눈 꼬리가 위로 치솟고 긴 송곳니가 입술 밖으로 드러나 있는 형태이다. 이는 삼국시대 귀면와에서 그 연원을 찾아볼 수 있으며, 귀면형 장승은 수호신상으로서의 무서운 모습을 다소 과장되고 왜곡된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반면 인면형 장승은 사람의 얼굴 모습 중에서 눈 코 귀 입 등을 사실적이기보다는 단순한 형태로 압축하여 가식과 형식성을 배제한 소박하고 단순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는 한국인의 얼굴모습에 가까운 조형성을 지녀 더욱 친근감을 불러일으킨다.

한편 수호신으로서의 장승의 모습이 두려움을 유발하기보다는 다소 해학적인 부분을 엿볼 수 있어 하부인 몸체에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등의 글씨를 새겨 넣기도 했다. 그리고 이와 함께 부근의 주요 고을까지 가는데 소요되는 거리를 里단위로 새겨 놓아 장승은 보통 수호신적 성격과 함께 이정표로서의 역할도 했다.

장승을 만드는 재료로는 나무와 돌이 사용되었는데, 나무장승의 경우에는 나무를 뿌리째 뽑아서 쓰기도 했다. 이럴 경우 뿌리 부분이 위로 가도록 거꾸로 세웠는데, 이는 하늘과 땅의 교합을 의미하는 것이라 한다. 즉 나무는 하늘의 남근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나무장승은 비바람에 쉽게 썩기 때문에 매년 또는 몇 년마다 새로 만들어 세워야 했다. 따라서 나무장승은 전승되는 과정에서 그 모습이 조금씩 변화돼 왔다. 그러나 돌장승의 경우에는 일단 만들어 세우면 거의 반영구적으로 전승되기 때문에 나무장승에 비해 조형적인 가치가 크다.

장승은 원래 성구별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주로 본 것은 男장승과 女장승이 마주보고 있거나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다. 이는 후대로 내려오면서 변화된 모습이라 한다.

장승은 방위를 표시하는 기능도 했는데, 대체로 男장승은 동쪽으로, 女장승은 서쪽으로 모시기 때문에 해가 가리워져 흐린 날에도 길손은 방향을 가늠할 수 있었다.

한편 마을 공동체신앙을 포함해서 우리네의 일반 민속신앙을 '저속한 미신'이라 간단히 치부해, 나무로 만든 장승을 베어 버리거나 하는 등의 사례가 언론에 종종 보도되곤 한다.

그러나 어떤 기준에 의거하여 가치평가를 하기 전에, 우리의 자연 역사 문화환경에서 언제 왜 그러한 신앙내용과 형태, 그리고 구조가 생성되었는가를 논리적으로 추적하는 일이 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이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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