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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 우리과학] 인쇄문화
2003년 04월 21일 () 14:01:00 webmaster@mjmedi.com
고려 '직지', 인류 근대문명 연 열쇠.
인류 지식의 저장고로 문명발전 선봉장.

컴퓨터와 통신망의 급속한 발전은 우리 주변에서 금속활자의 자취를 감추게 했다. 그러나 이 세상에 금속활자가 없었더라면 인류 지식의 축적 및 전파를 통한 고도의 문명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인쇄문화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고 있을 뿐 아니라 그 기술도 뛰어나 세계적으로도 문화민족임을 인정받고 있다.

1966년 경주 불국사 석가탑에서 발견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발견되기 전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770년쯤 인쇄되었다고 하는 '백만탑 다라니'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러나 신라에서 석가탑을 세운 것이 751년이므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일본 호류사의 '백만탑 다라니'보다 약 20여년 앞선다.

게다가 고려금속활자본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또는 '직지심체' '직지')은 오늘날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유일하고 귀중한 현존의 금속활자본이다. 이것이 프랑스 파리에서 공개됨으로 인해 우리 조상들이 이 지구상에서 최초로 금속활자를 창안 발전시킨 슬기로운 문화민족이었음이 세계만방에 널리 알려진 셈이다.

이는 우리 조상들이 옛부터 청동을 불려 범종과 불상, 그리고 엽전 등을 만드는데 남다른 기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을 것이다.

한편 인쇄역사를 볼 때 고려인들이 활자를 만드는 방법은 목판이건 활자이건 간에 독특한 제작기법을 소유하고 있었다.

먼저 목판의 경우 그 재료로 우리나라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산벚나무'나 '돌배나무'를 썼다. 이 나무를 적당한 크기와 부피로 잘라 짠물이나 민물웅덩이에 오랫동안 담궈 결을 삭혔다. 그리고 뒤틀리거나 빠개지지 않도록 몇 년 동안 그늘에서 말렸다.

질 좋은 목판에 글자를 새기고 옻칠을 해서 말리면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제작공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순도 99.6%인 구리판으로 네 귀퉁이를 감싸야만 완벽하게 마무리되는 것이다.

이는 고려시대 전통적인 가구제작법으로, 이와 같은 공정을 거쳐야만 가구가 튼튼하고 휘지 않으며 오래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판인쇄는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들고 긴 시간이 든다. 그러면서도 오직 한 종류의 책만 찍을 수 있다는 단점이 부각되었다. 게다가 책판은 대개 수량이 많고 부피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보관이 상당히 어려웠다. 또 잘못 보관하면 썩거나 닳고 터지고 빠개져서 못 쓰게 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목판인쇄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궁리해 낸 것이 활자인쇄였다. 한 벌의 활자를 만들어 놓기만 하면 이를 오래 간직하면서 수시로 손쉽게 책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인쇄비용과 시간이 많이 절약되었다.

금속활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얕은 바다 밑 해초류가 번성하는 곳의 곱고 부드러운, 진흙에 가까운 모래를 사용했다. 이 모래를 네모난 상자에 평평하게 채우고 바싹 말린 뒤 그 위에 목활자를 찍어눌러서 틀(거푸집)을 완성했다. 그리고 그 틀 위에 황동액을 부어넣어 금속활자를 만들었다.

그러나 당시의 기술수준으로 깨끗한 자획을 갖는 금속활자를 만들려면 몇 가지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했다. 먼저 주형에 뜨거운 황동액을 부을 때 생기는 거품 때문에 활자가 파손되기도 했고, 활자가 조잡하고 보기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고려에서 주로 사용한 부드러운 모래는 열을 잘 분산시켜서 기포 흡수가 뛰어난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진흙자체가 매우 곱기 때문에 자획이 아주 작더라도 깨끗하고 매끄럽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우수한 우리의 금속활자 인쇄기술은 독일의 구텐베르크 활자처럼 현대 인쇄에 계승 발전되지 못해 못내 아쉬움을 남긴다.

<이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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