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버스에서 자는 어머니 - 고형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버스에서 자는 어머니

고형렬

흰 양말에 남자 고무신을 신었다
통치마 아래 반들거리는 정강이
항포돛색 보자기로 네 귀를 묶고
풀다라를 안고 졸고 있었다
엷은 구름에 바다는 훤한 새벽
불켜고 버스는 북쪽으로 간다
자식들의 늦은 등교 찻간에서
나는 동해안 어머니를 자주 보게 된다
옆구리에 혹마냥 불거진
흔들리는 어머니의 젖가슴을 보고
나는 해송 달아나는 밖으로 고개를 돌린다
관광 여름 한철을 따라서
어머니는 주문진으로 나가시는가 보다
찰싹찰싹 어린 파도 소리 들린다
저러고 눈만 감은 어머니를
나는 바람결에 알고 있다
어머니는 해변가 여자가 아닌가
그러자 지금 조으는 6척 어머니
짚또아리 드신 장사 같은 어머니는
아무 표정도 없이 자고 계신다
더 위로 위로 오늘은 가시나 보다

·1954년 전남 해남에서 출생, 속초 사진리에서 성장함
·1979년 「현대문학」에서 시 「莊子」가 추천, 작품활동 시작
·1985년 첫시집 「대청봉 수박밭」을 간행한 이후 「해청」(1987),
  「해가 떠올라 풀이슬을 두드리고」(1988), 「서울은 안녕한가」(1991)
  「포옹」(김정환·하종오 공동시집 1993)을 간행함
·1990년 장시 「리틀 보이」 발표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