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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3-28 10:4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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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노을 속으로 가는 시간 - 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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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노을 속으로 가는 시간


유하


비가 세상을 내려앉히면

기억은

노을처럼 아프게 몸을 푼다

부리 노란 어린 새가 하늘의 아청빛 아픔을

먼저 알아버리듯

어린 날 비 오는 움막이여,

왜 노을은 늘 비의 뿌리 위에서

저 혼자 젖는가

내 마음 한없이 낮아

비가 슬펐다

몸에 달라붙는 도깨비풀씨 무심코 떼어내듯

그게 삶인 줄도 모르고

세월은 깊어서

지금은 다만 비가 데려간

가버린 날의 울음소리로 비 맞을 뿐

아득한 눈길의 숲길, 말들의 염전

시간은 길을 잃고

나그네 아닌 나 어디 있는가

추억을 사랑하는 힘으로

세상을 쥐어짜

빗방울 하나 심장에 얹어 놓는 일이여

마음이 내려앉아 죽음 가까이 이를 때

비로소 시간의 노을은 풀어 논 아픔을 거두고

이 비의 뿌리 한 가닥

만질 수나 있을 것인가


․1963년 전북 고창 출생으로 세종대 영문과를 졸업

․1988년 문예중앙신인상 당선으로 등단

․시집으로 「무림일기」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등이 있다.

․1993년 영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를 연출

․현재 동국대 대학원 연극영화과 석사과정에 있음.

  21세기․전망 동인으로 활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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